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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Dec 01. 2020

걸으면서 길이 된다

에드가 모랭이 말하는 미래교육의 원칙

함께 읽는 책 No. 26

에드가 모랭(2006), 『미래의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7가지 원칙』


에드가 모랭(2006), 『미래의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7가지 원칙』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없다. 우리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길을 알지 못한다. "길은 걸으면서 만든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지구 시민권의 획득을 통해서 인간화를 실현해 나가면서 인간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진정한 국제연합 조긱의 임무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 에드가 모랭, <지구적 운명으로서의 인간성〉 중에서



'전환'이든 '변혁'이든 '혁신'이든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제적인 변화다. 그것은 윤리적이며 정치적인 기획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공공재를 사유화하거나 새로운 약육강식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전환-변혁-혁신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득권은 결코 스스로를 전환-변혁-혁신의 대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스스로를 혁신하여 그 자리에 섰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전환-변혁-혁신은 그저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는 기술일 따름이다. 따라서 기회를 선점하고(민주주의의 위기)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윤리의 위기)이 전환-변혁-혁신으로 포장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에드가 모랭(Edgar Morin; 1921~ )의 『미래의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7가지 원칙』은 1999년 출간되었다. 벌써 20년이 넘었다. 당시 유네스코는 1996년 국제연합의 지속 가능한 발전위원회가 시작한 '교육, 대중의 의식화 그리고 생존능력 형성을 위한 국제 프로그램'을 통하여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교육을 성찰하고자 하였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교육'으로서 '미래교육'을 규정하였다. 이 책은 유네스코가 에드가 모랭에게 '복잡성 사고'의 맥락에서 미래교육의 본질을 밝혀줄 것을 요청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에드가 모랭은 프랑스의 대표적 석학으로 그의 삶은 크게 ‘현실 참여’와 ‘학문적 업적’으로 나뉜다. 1921년 파리에서 태어나 소르본대학에서 역사·지리·법학 학위를 취득한 모랭은 2차대전 당시인 1942년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당하자 레지스탕스에 뛰어들어 전투부대, 프랑스1군 참모부 선전 장교로 활동했다. 본명은 'Edgar Nahoum'으로 ‘모랭’은 레지스탕스로 활동할 때 쓰던 가명이다. 50년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에서 연구활동을 하면서 ‘다전공 연구’를 주창했다. 60년대 라틴아메리카에 2년간 거주하면서 그가 창안한 학문적 방법론 ‘복잡성 사고’의 토대를 다졌다. 최근까지 평화·비폭력 문화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한국에도 번역 출간된 ‘인간과 죽음’‘유럽을 생각한다’‘지구는 우리의 조국’ 외에 30여권의 저서를 펴냈다. (참고: 서울신문 <佛 68혁명 40돌〉5부 '현대적 의미는')


내년이면 백 세가 되는 프랑스의 살아 있는 전설 에드가 모랭은 『미래의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7가지 원칙』에서 교육은 '미래의 힘'이며, "변화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도구의 하나"라는 희망을 피력한다. 또한 20세기를 회고하면서 교육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난관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개혁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중에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지식의 분절적 형식, 즉 '분과학문'이다. 그는 우리가 '복잡성 사고'를 바탕으로 분리되어 있던 것들을 다시 연결시키는 방법론을 사고해야 하며, 이를 교육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를 미래 세대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는 기성세대의 절대적 책무라고 역설하고 있다. 다음은 에드가 모랭이 제시한 '미래의 교육에 필요한 7가지 원칙'이다. (본문의 내용을 약간 요약하였다.)


원칙 1. 지식의 맹목성 : 오류와 착각


지식의 전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교육이 정작 인간의 지식이나 그 지식의 장치들, 지식의 불완전함, 지식의 난해함, 지식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오류와 착각 등과 같은 경향에 대해서는 의외로 맹목적이다. 앎이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과연 교육을 통하여 가르칠 수 있는가? 앎에 관한 지식은 끊임없이 인간의 정신에 기생하면서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갉아먹는 오류와 착각을 멀리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인간지식의 두뇌·정신·문화적 특성에 관한 연구, 인간 지식의 발전 과정과 양태에 관한 연구, 인간지식의 물리적·문화적 성향에 관한 연구를 교육에 도입해야 한다.


원칙 2. 올바른 지식의 원칙들


어떤 것이 부분적이고 국부적인 지식인지 알아내기 위해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들을 파악할 수 있는 지식을 장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각 분과학문별로 파편화된 인식이 지배적인 경향으로 자리 잡으면서 부분과 전체의 연관관계를 작동시킬 수 없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경향으로 말미암아 인식대상을 그 맥락과 복합성, 총체성 속에서 파악할 수 있는 인식방법론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모든 정보를 그 맥락과 총체성 속에서 자리매김하는 인간 정신의 타고난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 절실하다.


원칙 3. 인간의 조건


인간은 육체와 생명과 정신과 문화와 역사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존재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본성의 복합적 총체성이 교육과정에서 분과학문들에 의해 완전히 분리되어 버렸다. 이제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배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인간본성을 다시 회복하여 우리 스스로 자신이 어디에 있든지 자신의 복합적 정체성과 타인들과이 공통된 정체성을 알고 의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인간의 조건은 모든 교육의 본질적 대상이 되어야 한다.


원칙 4. 지구인의 정체성


이제 지구인으로서 인류의 운명은 지금까지 교육이 간과해 온 또 다른 현실의 핵심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지구시대의 발전에 관한 지식과 지구인으로서의 정체성은 교육의 주요 대상이 되어야 한다. 16세기에 지구상의 모든 대륙들 사이에서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지구시대의 역사가 열렸다. 따라서 이 시기를 출발점으로 해서 인간성을 무수히 파멸시키고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억압과 지배의 역사를 은폐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지구의 모든 지역들이 어떻게 상호연대를 이룩해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지구시대의 역사교육이 될 것이다. 이제는 모든 인간이 동일한 운명공동체 속에서 똑같이 삶과 죽음이라는 문제에 부딪히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지구위기의 복합성을 밝혀내야 한다.


원칙 5. 불확실성을 마주대하자.


우리는 학문을 통해 수많은 확실성을 습득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불확실성을 목격하였다. 따라서 미래의 교육은 물리학, 생물학, 역사학에서 드러난 불확실성을 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인류역사의 결정론적 사고들을 포기하고 20세기에 일어난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사건과 사태들을 검토하고, 인간모험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을 이해함으로써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을 정신적으로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의 임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의 불확실성의 최전선에 서 있어야 한다.


원칙 6. 이해하는 마음을 배우자.


이해하는 마음은 인간이 의사소통을 하는 수단인 동시에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교육은 이해하는 마음을 가르치지 않는다. 모든 교육단계에서 그리고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한 이해심 교육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고방식을 개혁해야 한다. 우리는 몰이해의 원인과 양상, 영향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몰이해에 관한 연구는 인종차별주의나 외국인 혐오증과 별시의 증후가 아니라 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이를 통해 평화교육의 가장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원칙 7. 인류의 윤리


교육은 인간의 조건이 지니고 있는 세 가지 특징, 즉 개인⇔사회⇔인류의 동시성을 고려함으로써 인류의 윤리를 이끌어내야 한다. '개인/인류'의 윤리에서는 개인에 의한 사회의 규제, 사회에 의한 개인의 규제라는 상호 규제, 다시 말해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윤리는 도덕교육을 통해서 습득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윤리는, 인간은 개인인 동시에 사회의 부분이며 인류의 부분이라는 사고에서 출발한 정신을 바탕으로 해서 형성되어야 한다. 우리 각자는 이와 같은 3중의 실체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반드시 개인의 자율성, 공동체에의 참여 그리고 인류에의 소속의식이 결합된 발전을 포함해야 한다. 따라서 미래의 교육은 윤리적 축과 정치적 축이라는 두 개의 중심 축을 고려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회와 개인의 상호규제 관계를 확립하는 것이 정치적 축이라면, 지구-조국 혹은 지구시민 의식과 같이 지구공동체의 휴머니즘을 완성한느 것이 윤리적 축이다.



내년이면 백 세가 되는 프랑스의 살아 있는 전설 에드가 모랭은 『미래의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7가지 원칙』에서 교육은 '미래의 힘'이며, "변화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강력한 도구의 하나"라는 희망을 피력한다. 또한 20세기를 회고하면서 교육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난관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개혁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중에 가장 핵심적인 것은 지식의 분절적 형식, 즉 '분과학문'이다. 그는 우리가 '복잡성 사고'를 바탕으로 분리되어 있던 것들을 다시 연결시키는 방법론을 사고해야 하며, 이를 교육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를 미래 세대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는 기성세대의 절대적 책무라고 역설하고 있다.



함께 읽는 책 No. 26

에드가 모랭(2006), 『미래의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7가지 원칙』

에드가 모랭, 『미래의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7가지 원칙』 (사진출처 : 에드가 모랭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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