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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Jun 01. 2022

생태시민의 시대가 온다

'생태시민'의 등장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OECD 교육 2030: 미래교육과 역량』 보고서를 통해 모든 학습자가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하고,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개인과 공동체, 지구의 안녕(Well-being)에 기초한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규정하였다. 개인의 안녕은 공동체와 지구의 안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세계가 인식한 것이다.  


한편 2020년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2030년의 세계’ 설문조사를 통해 세계시민이 마주하게 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67%), 폭력과 갈등(44%), 차별과 불평등(43%), 식량과 물, 주택 부족(42%) 등을 도출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 및 과학 분야의 국제 협력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 회복,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95%의 세계 시민들이 국제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했으나 우리 세계가 공동의 도전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단지 25% 만이 확신하고 있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논의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했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되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배출량은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한다면 인류를 위한 22세기는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옥스퍼드 대학 철학과 교수 토비 오드는 자신의 책 『사피엔스의 멸망』에서 “100년 안에 인류가 멸망할 확률은 6분의 1”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 출처: Democracias en tiempos de pandemia | CaixaBank Research


팬데믹의 어원이 그리스어 ‘판Pan’과 ‘데모스Demos’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자연과 문명을 넘나드는 ‘모두’의 의미를 지닌 판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을 대표하는 ‘시민’의 의미를 지닌 데모스가 만나면 곧 ‘생태시민’이 된다. 즉 팬데믹의 유일한 해결책은 생태시민인 것이다. 생태시민이란 무엇인가? 전 지구적 기후위기 상황에 대한 민감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생태환경의 문제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을 말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며 삶의 주체로서 다양한 자연・사회 현상에 대한 탐구 및 일상의 문제해결에 참여하는 것을 통해 민주시민으로 나아간다면, 존엄의 가치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부여되므로 특정 이념과 논리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지 않고 서로 포용·연대하는 것을 통해 세계시민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존엄의 가치를 비인간 존재로 확장하여 모든 생명체가 지구라는 시스템의 구성원으로서 상호의존적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제서야 인류는 생태시민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학교는 불을 끄는 곳이 아니다. 기후위기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가 풀지 못한 난제들을 학교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학교는 아이들을 아비규환의 세상과 분리해냄으로써 혈연, 지연, 성별, 피부색, 장애의 유무 등으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이 아이들의 미래를 잠식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이것이 '미래교육'이 필요한 유일한 이유이다.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빨리빨리'가 아니라 '천천히'라고 말해야 한다. 유예된 시간 동안 아이들이 책임의식을 지니고 공동체의 갈등과 딜레마를 조정하며 생태문명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그때 우리는 생태시민의 등장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위 글은 단대신문 1493호(2022년 5월 31일 발행)에 개재된 글입니다.  


http://dknews.dankook.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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