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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May 10. 2022

예술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 시대의 예술

2016년 여름.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자신의 신곡 <북극을 위한 엘레지>를 초연한 장소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빙하지대에 설치된 인공 무대였다. 이 비가(悲歌)가 더욱 애절하게 느껴진 까닭은 그의 연주가 진행되는 순간에도 빙하가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6년이 지난 지금 북극의 상황은 어떨까? “2050년 이전에 적어도 한 번은 북극 바다 빙하가 사실상 사라진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발표한 6차 실무 보고서 속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북극 바다 빙하는 계절에 따라 면적이 줄었다 늘었다 반복하는데, 2050년 이전에 최소 한번은 빙하가 모두 녹아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북극을 위한 엘레지> 연주 장면


2018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회원국들의 합의로 채택되었다. 이 보고서의 표지에 미국의 화가 알리사 싱어의 디지털 페인팅 작품 <선택할 시간>이 실렸다. 이것은 IPCC가 보고서 표지에 예술을 사용한 최초의 사례였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알려주는 설득력 있는 사실들에 대해 일반 대중들이 무감각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2013년 직업 예술가로서의 삶에서 은퇴한 싱어는 이듬해부터 디지털 페인팅 시리즈 <환경 그래피티–기후변화의 예술>을 시작한다. 약 70점에 달하는 싱어의 ‘환경 그래피티’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주요 사실에 근거한 차트, 그래프, 지도, 단어 또는 숫자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다. 그녀는 예술이 과학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이며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라고 말한다. 과학이 그러하듯이 예술 역시 국경을 넘어 모든 배경의 사람들을 미래를 위한 대화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알리사 싱어(2018),  <선택할 시간>


예술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과학은 기후변화의 진실을 밝혀준다. 그러나 진실이 우리의 마음 속에 들어와 공감과 연대의 마음으로 모일 때 비로소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술이 지닌 힘이다. “예술은 과학을 더 접근하기 쉽게 만들고, 과학은 예술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 그들은 서로 도와 독특하고 강력한 방법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사실들을 전달한다.”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앞 표지에 실린 알리사 싱어의 말이다.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예술가들은? 실험성 넘치는 작품으로 연극계에 신선한 자극을 일으켜 온 국립극단의 2022년 ‘창작공감’ 사업 연출 부문 주제는 ‘기후위기와 예술’이다. “지구가 1.5℃ 더 더워지기 전에 무대 위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관객과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연출가와 함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고 싶다”는 게 국립극단 측의 설명이다. 우리 사회와 시대가 당면한 문제를 여러 ‘다큐멘터리’ 형식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 온 작가 겸 연출가 전윤환의 신작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이 5월 11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중간고사 기간 책 속에 파묻혀 있었을 학생벗들에게 권한다. “Look up.” 예술은 지구를 구할 수 있다.


위 글은 단대신문 1490호(2022년 5월 10일 발행)에 개재된 글입니다.  


http://dknews.dankook.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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