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전제조건
지난 3월 22~23일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가 충청북도교육청이 주관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각 부문별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탄소 배출량 감축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건물 부문의 탄소 배출량은 2018년 기준 52.1백만톤CO2 으로 전체 배출량(727.6백만톤CO2)의 7.1%에 이른다. 그런데 전국 초·중·고등학교 건물의 약 40%는 3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이다. 특히 학교 다섯 곳 가운데 한 곳은 40년 이상 되었다. 즉 탄소중립을 떠나 안전상의 이유로도 신축 혹은 리모델링이 필요한 학교가 매우 많은 것이다. 따라서 노후화된 학교를 제로에너지 건물로 신축하거나 그린 리모델링을 하는 것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탄소중립학교’라는 개념도 등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녹록지 않다. 첫째, 학교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학교를 새로 짓든 리모델링을 하든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그 기간 동안 학교를 다니는 학생과 교직원들에게는 여러 가지 불편한 일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둘째, 학교 공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 과거의 학교는 천편일률적인 공간이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학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네모난 교실과 기다란 복도 그리고 중앙의 큰 운동장. 그러나 미래교육의 핵심은 학생 중심의 개별화 맞춤형 교육과 이를 위한 자율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이다. ‘공간은 제3의 선생님’이라는 말이 있다. 미래교육의 흐름에 맞게 학교 공간 역시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노후화된 학교를 탄소중립을 위한 제로에너지 건물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고차 방정식을 푸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학교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따라서 ‘교육’을 중심에 놓고 사고해야 한다. <학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청주교육대학교 이선경 교수는 기후위기 시대의 학교 환경교육은 ‘학교 전체적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즉 교육과정을 중심에 놓고 교수학습, 학교 운영 및 의사결정, 지역사회 파트너십, 그리고 학교 시설 운영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중립학교를 실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환경교육이 가능한 건물을 구성한다는 의미가 된다. 즉 미래교육과 미래학교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하물며 한 가족이 집을 지을 때도 따로 또 같이 꿈꾸는 미래를 설계 도면에 반영하고자 애쓰는데 학생들의 미래가 담긴 학교를 짓는 일에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하겠는가.
학교를 분리된 물리적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근본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을 교사를 통해 학생의 머릿속에 효과적으로 주입하는 공장식 학교 모델은 진즉에 파기되었다. 씨앗이 솟아나듯이 생각은 떠오른다. 태양과 바람과 물의 순환 속에서 씨앗이 자라나듯이 학교 역시 서로의 연결 속에서 생태적 지혜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러니 탄소중립학교는 하나의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이다. 새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화자는 학생과 교사가 되어야 한다. 나는 이것을 학교의 생태적 전환이라 부르고 싶다.
위 글은 단대신문 1489호(2022년 4월 5일 발행)에 개재된 글입니다.
http://dknews.dankook.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