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상혁 Sep 10. 2022

이보다 더 중요한 미래교육은 없다

사라진 '생태전환교육'

교육과정은 ‘무엇을 가르칠/배울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미래교육의 설계도를 짜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총 열 번의 국가 수준 교육과정 개정이 이루어졌다. 일곱 번째 개정까지는 1차, 2차, … 7차 개정 교육과정으로 부르다가 여덟 번째부터는 교육과정이 고시된 해의 연도를 붙이고 있다. 2007 개정 교육과정,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이어 현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모든 유・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8월 30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과 교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지침 등이 국민 참여 소통 누리집(educhannel.edunet.net)을 통해 공개되었다. 열한 번째 국가 수준 교육과정 개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군을 시작으로 학교 현장에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기후위기 시대를 관통하는 첫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에 공개된 총론을 살펴보니 지난해 11월 발표한 ‘총론 주요사항(시안)’에서 강조되었던 ‘생태전환교육’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교육기본법 개정을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하여 생태전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생태전환교육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쉽지는 않겠지만 9월 13일까지 진행되는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이 부분이 복원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호주 국가기후복원센터에서 정책보고서 「기후 도미노 : 중대한 기후 시스템들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위험신호」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온난화가 평균 1.2°C에 불과할 때에도 여러 거대한 지구 시스템들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으며, 예상보다 더 빠르게 연쇄작용이 닥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유럽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는 동안 아시아에서는 역대급 폭우로 대규모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얼음이 없는 북극을 목격한 첫 인류가 될 수도 있다. 전 세계가 힘을 합쳐 ‘탈-탄소화’에 도달해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에게는 전환의 상상력이 필요하며 새 교육과정은 이를 위한 기초가 되어야 한다. 인간과 비인간 생명이 공존하는 생태적 삶을 창조하기. 이보다 더 중요한 미래교육이 있을까? 하여 나는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초록이와 친구들’의 배움을 응원한다. 그들의 현재가 우리 모두의 미래가 되기를.      


“아프리카 남부를 강타한 폭풍 소식을 접한 초록이는 피해를 입은 나라의 학생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보자고 학급 회의에 제안했다. 이 제안은 오랜 토론을 거쳐 ‘기후변화와 환경재난’을 주제로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프로젝트를 통해 초록이와 친구들은 아프리카의 열대 폭풍과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속에 잠기는 현상이 같은 원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는 점에서 기후정의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초록이와 친구들은 아프리카와 남태평양의 친구들을 도와주는 것을 넘어 기후정의를 위한 실천 캠페인을 벌이기로 학급 회의에서 결의했다.”


호주 국가기후복원센터에서 정책보고서 「기후 도미노 : 중대한 기후 시스템들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위험신호」 표지



위 글은 단대신문 1494호(2022년 9월 6일 발행)에 개재된 글입니다.  


http://dknews.dankook.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436


이전 19화 생태시민의 시대가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