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함께 읽는 책 No. 47
도갈드 하인 (2024), 『우리에게 내일이 없더라도』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환경운동가인 도갈드 하인은 코로나 팬데믹 발생 2년 차의 어느 오후, 문득 기후 변화에 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느낀다. 우리가 기후 변화에 관해 말할 때면, 주제는 늘 과학이 제시한 틀 안에서 시작된다. 기후 변화는 어디까지나 과학 용어이며, 자연과학이 기술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볼 때 기후 변화의 문제는 과학의 영역을 넘어선다. 그러니 기후 변화에 관해 기존의 관습대로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함정에 빠지는 꼴이 된다.
저자가 볼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그중에 넓은 길은 좌파와 우파, 실리콘벨리의 야심가와 월스트리트의 투자자, 폭넓은 진보적 견해,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와 같은 거친 비주류의 의견을 통합하며, 대규모 관리, 통제, 감시, 혁신을 통해 기후 변화의 피해를 줄이고, 기술 진보와 경제 성장의 기존 노선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 즉, ‘문명의 길’이다.
반면, 좁은 길은 땅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회복력을 키우고 지구의 역량과 관계성을 강화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만드는 길이다. 그들은 기술 진보, 경제 성장과 발전의 기존 노선이 지속되지 않더라도 ‘헌신할 가치가 있는 세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지금 극심한 기후·생태 위기와 불평등을 낳은 현대문명에 반기를 들고 그 문명이 배태한 인간관·자연관·세계관을 의심하며 ‘비문명의 길’을 찾고 있다.
현대인은 세계의 끝에 서 있다. 물론 그것이 세계의 완전한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즉 ‘근대성’의 끝일 뿐이다. 저자는 우리가 근대성을 구하거나, 붕괴시키거나, 이후에 다가올 세계를 서둘러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성의 편안한 종말을 위해 필요한 행동 – 마차도 드 올리베이라가 ‘근대를 위한 호스피스’라 부르는 - 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근대를 위한 호스피스의 역할은 무엇일까? 첫째, 종말을 맞이하는 세상의 폐허에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좋은 것들을 구하는 것이다. 둘째, 우리가 가져갈 수 없는 좋은 것을 애도하는 것이다. 셋째, 좋은 생활방식과 좋지 않은 생활방식을 분별하는 것이다. 넷째, 앞으로의 이야기에 함께 엮을 수 있는 끊어진 실타래를 찾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을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마무리 하고 있다.
“근대성은 세계를 끝없이 손상시켜 왔다. 근대성의 마법에 걸린 우리는 세상이 우리를 죽이려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법에 걸려 우리는 죽음이 우리 존재의 일부임을 잊고, 오히려 고쳐야 할 오류로 취급했다. (중략) 다시 한번 겸손하게 ‘우리가 생의 지평선 너머에 결말이 있는 이야기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의 결말이 어떨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이야기다. 그것은 소멸과 슬픔의 이야기인 동시에 사려 깊은 연결의 이야기다. 무엇보다 그것은 ‘기후위기인간’이라는 새로운 호모 사피엔스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반면, 좁은 길은 땅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회복력을 키우고 지구의 역량과 관계성을 강화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만드는 길이다. 그들은 기술 진보, 경제 성장과 발전의 기존 노선이 지속되지 않더라도 ‘헌신할 가치가 있는 세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지금 극심한 기후·생태 위기와 불평등을 낳은 현대문명에 반기를 들고 그 문명이 배태한 인간관·자연관·세계관을 의심하며 ‘비문명의 길’을 찾고 있다.
이 글은 환경정의가 주관하는 제23회 환경책 큰잔치 <2024 올해의 환경책> 서평입니다. '2024 올해의 환경책'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출간된 환경책 중에서 일반 12종, 청소년 12종, 어린이 12종 등 총 36종이 선정되었으며 전체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