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엑상 프로방스는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가는 곳마다 예쁨으로 가득한 도시였다.
건물 대부분은 옅은 노란색인데, 하늘색, 보라색 등 파스텔 톤이 적절히 섞여 있어 미적 쾌감을 준다.
깨끗하게 잘 정돈된 거리의 끝에서 문득 마주치게 되는 청록색의 대문, 그 색채 감각에 괜히 한번 더 감탄하게 된다.
엑상 프로방스의 대표적 예술가는 세잔이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 법학과를 졸업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에밀 졸라와 친구가 되고 절교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나의 친구 세잔'에도 나와 있듯이 에밀 졸라와의 우정의 흔적은 엑상 프로방스 곳곳에 남아있다.
거리 곳곳에 말굽처럼 생긴 C 자가 박혀 있는데, 세잔의 C를 뜻하는 이 표식을 따라 걸으면 세잔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다. 그중에는 '처음으로 에밀 졸라와 친구가 된 곳' 도 있다. 지금은 박물관인지 연구소 같은 건물 앞인데, 세잔과 에밀 졸라가 친구가 되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오른손을 척 내밀며 '자, 오늘부터 1일일세.'라고 악수를 청하며 친구가 된 것일까?
세잔의 흔적을 더듬으며 세잔이 즐겨 찾던 카페를 구경하고 세잔이 사용하던 아뜰리에까지 보고 돌아가는 것으로 엑상프로방스 반나절 여행을 마쳤다.
그렇게 세잔의 흔적 따라 간 여행이지만, 그 날의 발견은 마들렌이었다.
세잔의 아뜰리에로 가는 길에 줄이 길게 늘어선 한 가게가 있었는데 마들렌을 붕어빵처럼 즉석에서 구워서 파는 곳이었다. 현지인들이 줄 선만큼 소문난 맛집인 거 같아 나도 냉큼 줄에 합류했다.
갓 구운 따끈따끈한 마들렌은 크기도 크고 (내 손바닥 반만 한 크기) 통통한 데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들렌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프루스트다. 마들렌을 먹으며 프루스트는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써야겠다 결심했다 한다. 나는 마들렌을 먹으러 엑상프로방스에 한 번 더 와야겠다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