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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Sep 06. 2020

하루만 불행하자

행복하는 중 happy...ing

마음을 다잡아도 소용없다. 

우울한 생각이 발 끝에서부터 차고 올라와 온 몸을 장식하고 머리까지 점령해 버릴 때가 있다.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해'라고 마음먹어 본 들, 이미 머릿속은 어지럽다. 어두운 과거의 기억까지 소환해 또다시 우울의 늪으로 나를 끌고 간다.

잠은 달아난 지 오래고, 새벽녘까지 멍하니 유튜브를 틀어놓고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을 잊으려 애쓴다.

바닥을 쳤다 싶은 순간, 새로운 생각 하나가 떠 올랐다. 

'오늘 하루만 불행하자.'

나도 모르게 든 생각에 깜짝 놀랐다.

내 안에서 나온 목소리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딱 오늘 하루만 불행하자. 내일부터는 다시 행복해지는 거야.'

그 생각이 듦과 동시에 스르르 잠에 빠졌다.


다음 날, 그 어느 때보다 개운하게 일어났고 나는 간 밤의 우울이 말끔히 사라진 걸 느꼈다.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먹고, 커피를 내려서 좋아하는 예쁜 잔에 담아 마셨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쳤고, 나는 가볍게 체조를 하고 앉아서 글을 썼다.


아무리 긍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한 사람이라도, 때로는 불행과 마주치고 우울감에 휩싸인다.

인생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해 보자.

'오늘 딱 하루만 불행하자.'

그리고 마음껏 불행을 곱씹고 눈물도 흘리고 후회도 해 보고 우울에 푹 빠져보자.

왜냐하면 오늘은 내가 나에게 허락한 단 하루의 불행한 날이니까.

내일부터는 다시 행복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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