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뭐가 씌었나 보다
세상 모든 사람이 강아지를 다 키워도
우리 집에선 안돼. 절대 안 돼.
우리 이미 물고기, 자라, 장수풍뎅이 키우고 있잖아.
엄마는 개 냄새도 싫고, 강아지 매일 산책시켜야 한다는데.. 또 대소변 처리는 어떻고.
나는 못해. 정들기라도 해 봐. 죽으면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해. 그러니까 그냥 강아지 동영상 봐.
근데 뭐가 씌었나 보다.
집 앞 공터에 아이들과 운동하러 나갈 때마다
벤치에 아저씨와 개 한 마리가 그림처럼 앉아 있다.
심지어 목 줄도 없이.
아저씨가 핸드폰 한참 보고 담배 피우고 하늘 쳐다보는 그 긴 시간 동안 짖지도 않고 시선 따라 고개만 돌린다. 가만히 앉아서.
“저개는 종이 뭐야?”
“비숑프리제!!”
검색 시작한다.
이미지 검색, 동영상 검색.
사랑스럽다.
비숑 프리제(Bichon Frisé)는 보통 줄여서 비숑이라고 한다. 중세기 불어로 비숑(bichon)은 "작고 긴 털을 가진 개"를 의미한다. 주로 흰색의 곱슬거린 털을 가진 프랑스와 벨기에 스위스 출신의 개로서, 곱슬한 털이 자라면서 얼굴이 동그란 형태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견종의 성격은 독립심이 강하며 세심하고 활발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모든 강아지가 그러하듯 개별적으로 다양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동그란 얼굴과 까만 코와 눈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외모로 털이 곱슬거리고 아름다운 만큼 관리가 까다롭다. 식성이 엄청나고 활발한 성격 탓에 흥분을 잘한다. 어릴 때는 집안을 아무 이유 없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데, 이것을 "비숑 타임(줄여서 비. 타.)"이라고 말한다. 중형견으로 체중은 6kg에서 10kg 이어서 크기가 다양하다. 품종이 개량되어 미니 비숑, 빅숑이 존재한다.
<위키백과>
요지부동인 엄마가 강아지 검색을 다 하다니...
내가 비숑프리제를 검색창에 입력한 순간부터 아이들은 나와 남편에게 쉴 새 없이 비숑프리제의 장점을 어필하며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이런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주인을 잘 따르고 온화하데.
건강한 편이고 유전병과 잘 걸리는 병도 거의 없데.
너무 귀여운 외모!!
“그래도 안돼”
아이들은 약속을 지키거나 심부름을 할 때마다 스티커 1개씩을 받는다. 둘째는 100장 스티커를 다 모은 '상'으로 강아지는 안되니 햄스터를 키우겠단다. 이날부터 그녀는 나를 조르기 시작했다.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엄마 햄스터...”
“엄마.. 제발...
햄스터..”
그녀의 조르기 신공은 최고다.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쥐야.
다람쥐, 박쥐, 햄스터 쥐과는 다 싫어”
애들에겐 단호하게 얘기했지만 고심했다.
<개는 훌륭하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찐 팬으로 다양한 견종과 다양한 개의 성격을 관찰하며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비숑프리제라면 용기를 낼 수 있을까?
아이들의 강아지 사랑과 성화가 사그라 들것 같지 않고..
계속되는 내적 갈등을 하다 쥐를 키우느니 개를 키우겠다는 결론을 내린 날.
아이들은 강아지에 관련한 모든 것을 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서 모든 것이란 배변 치우기, 목욕시키기, 훈련, 사료주기, 산책시키기 등등이다.
그녀들은 강아지만 키운다면 수학 문제집 한 권도 다 풀 기세다. 우리는 그렇게 반려견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렇게 나는 뭐가 씌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