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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Oct 13. 2020

내가 개를 키울 줄이야

06 오뉴월 감기는 개도 걸린다

바다가 아프다.

코를 킁킁거리고 숨소리가 가르릉 가르릉 한다.

재채기도 하니 오늘도 동물병원 행이다.


오뉴월 감기는 개도 걸린다.


아무리 봐도 에어컨 바람이다.

아픈 바다도 속상하고 동물병원 갈 때마다 5-6만 원의 진료비에 맘이 답답하구나.

코로나 19로 아이들 학원 일부 청산하고 에듀푸어에서 벗어나나 했거늘 새 가족 바다의 병원비는 학원비 이상 높았다.


강아지의 평균체온은 38.5도

바다는 39.5도.

약간 열이 있고 기관지가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주사 한 대를 맞고 약 일주일치를 받아왔다.

수의사 선생님은 강아지는 무엇보다 사료를 잘 먹는 게 중요하고 잘 먹으면 걱정할 것 없다며 당분간 바다를 잘 지켜보라고 했다.


우리 집 둘째는 편도선염을 자주 앓았다. 열만 나면 40도가 넘어 응급실에 가서 해열 주사를 맞아야만 열이 떨어졌다. 일 년에 몇 번은 입원을 하여 몸에 링거를 꽂을 곳이 없었다.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던 엄마의 말이 기억났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 신께 기도했다. 이제 그녀는 예전보다 건강해졌고 나의 기도도 줄어들었다. 작고 가냘픈 아기 강아지 바다가 아프니 둘째가 아팠던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한여름이 되어도 우리 가족은 거실에서

에어컨을 켜지 않기로 했다.

매주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데

사람들은 나의 옷이 시원해 보인단다.

“아~ 네.....”


바다야 힘내서 빨리 나아!!​​




동물병원 약봉투에 쓰여있는

반려동물이 주인에게 바라는 10계가 있었다.


1. 제 수명은 10년에서 15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떤 시간이라도 당신과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저를 입양하기 전에 꼭 그것을 생각해 주세요.

2. 제가 당신이 바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3. 저를 믿어주세요. 그것만으로 저는 행복합니다.

4. 저를 오랫동안 혼내거나, 벌주려고 가두지 말아 주세요. 당신에게는 일이나 취미가 있고, 친구도 있으시겠죠. 하지만, 저에게는 당신밖에 없습니다.

5. 가끔은 저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제가 당신의 말뜻은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제게 말을 건네는 당신의 목소리는 알 수 있습니다.

6. 당신이 저를 함부로 다루고 있지는 않은지 가끔씩 생각해 주세요. 저는 당신의 그런 마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7. 저를 때리기 전에 생각해 주세요. 제게는 당신을 쉽게 상처 입힐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지만, 저는 당신을 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8. 제 행동을 보고, 고집이 세다. 나쁜 녀석이다.라고 하기 전에 왜 그랬을까를 먼저 생각해 주세요. 무엇을 잘못 먹은 건 아닌지, 너무 오래 혼자 둔 건 아닌지, 나이가 들어 약해진 건 아닌지 등등

9. 제가 늙어도 돌봐 주세요. 당신과 함께 나이 든 것입니다.

10. 제게 죽음이 다가올 때, 제 곁에서 지켜봐 주세요. 제가 죽어가는 것을 보기 힘들다거나, 제가 없이 어떻게 사냐고는 제발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그저 잊지만 말아 주세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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