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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Nov 27. 2020

내가 개를 키울 줄이야

10 슈퍼우먼이 되다

사람이라면 다 좋다.

우리 집 강아지 바다는 집에 오는 모든 사람을 보는 순간부터 좋은 마음 주체하지 못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급기야 벌러덩 누워 반긴다.

도둑이 와도 꼬리를 치며 반길 것이다.


무생물은 다 무섭다.

생수병, 그림자, 비닐, 인형 등등

바다는 생수병에다 대고 멀리서 보고 짖고 가까이 가서 짖고 내 옆에 와서 앉아 작은 심장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맥박소리를 낸다. 바다가 이럴 때마다 아이들은 바다를 꼭 껴안아 “괜찮아 바다야. 언니가 있잖아” 라며 토닥여준다. 그 어감과 말투가 꼭 나 같아서 미소가 지어진다. 나도 그녀들이 무서워할 때마다 아이들을 꼭 안았다. 엄마가 있다며.

엄마가 있다는 말은 미약한 내게 큰 방패막이를 준 것처럼 단전부터 끌어올린 힘을 모으고 강한 정신력까지 무장시켜 준다. 갑자기 슈퍼우먼이 된다.

엄마는 용감하다는 말은 진심이다.

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무찔러줄 수 있다며.


어둠이 무섭고 귀신이 무섭고 벌레가 무섭고 무서운 게 꽤나 많지만 아이들은 강아지 바다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엄마 같은 에너지를 자신에게 장착시킨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나도 부모님에게 그런 사랑을 받으며 커왔다는 걸 살아가며 순간순간 알아차리고 감사함을 되뇌고 미쳐 알지 못하고 지나간 사랑을 다시 깨닫는다.

곳곳에 순간마다 일상에서 나는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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