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누구를 더 사랑해
집에 오면 나를 반기는 강아지들이 셋이다.
두 딸과 강아지 바다.
부르는 이름만 달라졌을 뿐.
예전에는 두 딸의 이름을 부르며 현관문을 열었지만
이제는 무조건 “바다야”이다.
내가 “띡띡띠띠띡”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우리 집 강아지 바다는 자다가 벌떡 일어나 자신이 다가갈 수 있는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앉아 현관문 쪽을 바라보고 언제든 안길 자세를 하고 있다.
그녀는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는 신기한 눈망울을 하고 있다.
바다의 꼬리는 모터가 달렸다. 이보다 빠를 수는 없다. 누군가 강아지 꼬리는 제2의 인격체라고 하던데 그 말이 맞다. 나를 누가 이리 반겨주랴.
아이들은 엄마가 변했단다. 자신들 이름을 부르며 집에 들어왔는데 이제는 바다 이름을 부르며 들어오고. 바다만 보면 미소를 지어주고 자신들에게는 숙제했냐는 말만 물어본단다.
도대체 누구를 더 사랑하냐며..
여하튼 나는 태도가 변한 엄마가 되었다.
이런 때에 개엄마가 필요한 경험치가 있을까?
두 딸을 낳고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이름 빼고 모든 게 변했다.
나보다 너를 위해서가 기본 바탕이다. 그 기본 전제하에 모든 것들이 시작한다.
라테는 패션의 선두주자였는데. 샤랄라나 몸매를 드러내는 옷은 개나 줘버려.
환경호르몬에 노출 안되게 최대한 유기농인 재료로.
친구들은 웬만하면 아이들 학교 간 시간에 만나고.
만나는 사람 , 읽는 책을 보면 어떤 사람인 줄 안다는데 아이들과 하루 종일 있고 육아서 심리서만 읽으니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도 육아가 지긋지긋할 때가 있었고 나는 누구인가를 내면 끝까지 판 적도 있다. 죽음 명상을 하고 나서 내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역할은 엄마임을 깨달았을 뿐이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사진을 찍는다.
옹알이 한날, 첫걸음 뗀날, 이유식 시작한 날부터 학교 입학한 날, 졸업한 날 등등
남들 다하는 당연한 과정이 엄마인 나에게 말도 못 할 기쁨이며 어디 다치거나 아프면 안 하던 기도를 온 진심을 다해 해댄다. 게와 망고 알레르기가 있지만 너를 위해서 망고를 까고 게요리도 가끔 한다.
아이들은 바다 때문에 요즘 깨달음이 많아졌다.
어디 갈 때마다 사진을 찍는 엄마가 이해가 된다며 자신도 바다의 예쁜 모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카메라 메모리카드를 하나 더 구입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자..
너희는 누구를 더 사랑하는 거야?
엄마야? 바다야?
모두가 누군가의 이런 사랑과 간절함으로 성장했을 것을 알기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마음 깊이 이해하며 오늘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