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을 연애했던 은호와 현오.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현오가 결혼 안 하고 싶어 하는 건 알았지만, 막상 8년을 만나고도 결혼을 안 한다는 말에 화가 난 은호. 결혼 안 할 거면 8년씩 왜 만났냐며 그럴 거였으면 자기를 빨리 놔줬어야지라고 투정 부리자, 현오는 그 자리에서 이별을 선언한다. 아니라고 다신 그런 얘기 안 하겠다고 매달리는 은호에게 애써 침착하게 이별은 웃으며 하는 거라 말하며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안녕을 말하는 현오 눈에는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그리고 4년 뒤. 앙숙처럼 지내던 둘이지만, 어쩌다 보니 생방송을 함께 맡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은호가 생방송 도중, 실종된 은호의 동생과 비슷한 사연이 나오자 공황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현오는 그런 은호를 챙겨 생방송을 마무리 짓고 데리고 나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키스를 하고 은호네 집으로 와서 은호를 챙긴다.
마치 4년의 공백이 없던 것처럼, 현오는 은호가 일어나길 기다리며 옆을 지키고 집을 청소하고 음식을 해주고 장을 보고 아픈 은호를 데리고 병원을 가고. 그리고 또 은호가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집에 아무도 없다. 조용한 집에 당황한 은호가 황급히 현오를 부르며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그때 현오가 장을 보고 들어온다. 허겁지겁 현오를 찾던 게 민망해진 은호는 현우를 찾으려고 열었던 화장실 문을 슬며시 다시 닫는다.
장 본 걸 정리하다 말고 은호가 좋아하는 삼겹살을 먹으러 가기로 한 둘. 신이 난 은호가 옷을 입는데 현오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현오가 돌봐야 하는 많은 할머니 중 한 분의 입원을 알리는 전화였다. 현오는 황급하게 미안하다며 은호를 떠나버리고, 은호는 자켓에 한 손만 넣은 채 황망하게 현오의 뒷모습을 좇는다.
은호는 차갑게 굳어버린 얼굴로 미처 입지 못 한 자켓을 입지도 벗지도 못해 버벅거리다 본 식탁 위에는 현오가 봐 온 장이 그대로 놓여 있다. 결국 은호는 자켓을 벗어버리는데 그 때 현오가 다시 돌아와 현관문을 두드린다.
다음에도 (널 챙겨줄 수 있게) 이렇게 아팠으면 좋겠다는 현우의 말에 은호는 처연한 미소를 띠며 절대 아프지 않고 건강할 거라고 말한다.
모든 일상을 공유하고 힘든 일도 좋은 일도 함께 하며 가장 가깝던 사람, 연인. 하지만 한 몸 같았던 그 사람도 헤어지면 가위로 오려내듯 지워야 한다. 가족이 모두 떠나버린 은호에게 현오는 8년 동안 가족보다도 더 가까운 사람이었고, 한순간에 자신을 떠나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이기도 했다. 사고로 자신의 곁을 떠난 가족과 달리, 현오와의 이별은 회사에서 계속 만나야하기에 더욱 아프다. 너무 갖고 싶은걸 포기하려면 그걸 얼마나 죽도로 미워해야하는지아냐는 은호의 말처럼 헤어진 뒤에는 원수 보듯 으르렁거렸던 둘이었다. 하지만, 은호의 공황장애를 이유로 시작된 화해의 모드는 시간을 4년 전으로 돌려놓았다. 마치 헤어짐이 없었던 듯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집에서 청소기를 밀고 설거지를 하는 현오. 하지만 언제든 그는 떠날 수 있었고 그런 사실을 알고 있어도 은호는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황급히 떠나는 현오의 모습은 며칠간의 달콤한 시간을 산산조각 내며 현실로 돌아가게 만든다. 말랑말랑해졌던 은호가, 자신의 상처를 다 드러내 보이고, 자신의 기쁨을 맘껏 표출했던 은호가 다시 단단한 갑옷을 입고 그 마음을 감추는데.. 가슴 한구석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멈추지가 않다.
당황하고 기뻐하고 황망해하다가 처연해하는 연기며, 텅 빈 집, 채워진 온기, 덩그러니 놓인 장 봐온 비닐봉지며 보송한 은호와 비를 맞아 젖은 현오, 그리고 교차편집된 4년 이별장면까지.. 연출도 너무 미쳤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5화만으로 너무 인상적이어서 처음부터 음미하며 다시 보고 싶을 정도. 오랜만에 멋진 작품을 만난 거 같아서 너무 기대된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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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쉽게도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7,8회에 "그게 아니라, 은호야"로 고구마를 시연하고... 9회에서 심지어 멜로 장인 이진욱이 못 생겨보이게 하는 마법을 부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