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의 중학생과 이상한 할아버지의 좌충우돌 모험기
국제 도서관에 있는 한국어 서가에 꽂혀있는 책에 적힌 정유정라는 이름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 소설을 안 읽은 것도 아닌데, 순수문학이라 부를만한 책들은 딱 내가 대학교 가기 전까지 읽었던 공지영, 은희경, 박완서작가님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가벼운 베스트셀러는 읽겠는데, 이런 책들은 생각이 많아질까봐, 마음이 힘들까봐 망설이게 된 탓이다.
이 책을 빌린 건 일종의 범퍼였다. 청소년 문학이니 분명 그렇게 마음이 힘들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도 같은 작가의 글이니 이 작가는 이렇게 쓰는구나라고 알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마치 세명의 중학생과 이상한 할아버지의 좌충우돌 모험기처럼 포장된 이 이야기는 2007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1986년 8월 14일이라는 날짜로 시작한다. 그날은 주인공의 엄마의 두 번째 결혼식날이다. 주인공은 엄마는 신혼여행을 떠나는 동안 배다른 동생과 할머니집에 머무를 신세가 된 것이 못내 못 마땅하다. 도망자신세인 친구 형의 조력자에게 돈을 전달해 주려던 친구라도 따라가겠다고 졸라대던 차에 친구가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게 아닌가? 주인공은 친구 대신 그 일을 대신하기로 하고 미리 약속된 막걸리 운송트럭에 몸을 싣는데, 웬일인지 군식구 셋에 사나운 개까지 따라붙는다.
결국 이 1986년이라는 구체적인 시대적 배경은 할아버지의 슬픔과 주인공 아빠의 사라짐의 원인, 그리고 친구형이 도망 다니는 원인을 설명하기 위한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장치였다. 하지만 아주 살짝 다뤄지는 그 부분을 제외하면 이 작품은 꽤나 유머러스한 활극(?) 느낌이었다. 각자 다른 이유로 어쩌다 보니 같이 떠나게 되었지만 투닥투닥 싸우면서 가까워지는 것이 로드무비 같기도 하다. 스포 할까 봐 자세히는 말하지는 않지만, 부담 없이 재밌게 읽었다는 점에서 정유정 작가 입문서로써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특이하게 간호대를 나와서 삼십 대 중반에 처음으로 소설을 내셨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문학을 공부한 적이 없다 ‘로 시작하는 작가의 말이 마음이 남았다. 이제 고만 미루고 소설.. 조금 더 열심히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