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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 Apr 04. 2017

장마





빨래를 팡팡 털어 널며

문득 비가 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온수로 하던 샤워는 냉수로 돌려

빗소리 속의 커다란 적막을 생각했다

몽글몽글한 습기가 온 몸을 굴러다녔고

나는 생생하게 살을 찢는 것을 상상했다

해는 쨍쨍했고 나는 조금씩 젖어들어갔다

작은 우산 안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너를 갈아 진하게 커피를 내렸다

울컥 삼켜버린 커피는 내 안에서 퉁퉁 불어갔다

나도 우산 속에서 퉁퉁 불어갔다

빨래는 계속해서 마르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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