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차례 가을비가 내리고 나서 부쩍 날이 추워졌다. 해안가에는 바닷바람까지 불어왔다. 텃밭에 자라난 풀들을 뽑느라 바람이 부는데도 호미질이 한창이다. 날이 추우면 잠시 쉬었다 내일 해가 뜨면 다시 시작해도 될 것 같은데 오늘 해야만 한다고 고집이다. 밭에 숨어 있는 작은 돌들에 호미가 부딪칠 때마다 찬바람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아침이 되면 하루하루 눈을 뜨는 것을 얼마나 당연시 여기고 살아왔던가. 오늘이라는 날,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날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