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신은 내 머리카락의 숫자까지 안다고 하지만 애석하게도 난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부모조차 내 설움을, 아픔을 몰라주는구나 싶어서 절망했고 내 곁에서 나에게 사랑한다 말하는 이들 때문에 오히려 난 더 외로웠다.
어떻게 사랑한다며 그런 말을,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있지?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이해한다면, 내 마음을 안다면 그럴 수 없는거잖아! 하며 원망과 분노에 찬 말들을 그들에게 쏟아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세상에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존재란 있을 수 없음을 깨닫고 오히려 난 안도했다.
나 자신도 이해하고 알아차리기 힘든 나를 이해한다는 것,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음을 나 자신에게 고백하는 순간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이해하려고 애쓰는 노력들이 당연한 것이 아닌 기적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 존재의 부재가 내가 못나서도, 어리석어서도, 노력하지 않아서도 아니라 원래 이 세상은 그리 생겨먹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순간을 아직도 가억한다.
나만 외로운 게 아니었어!
단 한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든 인간이 똑같다는 사실이 나를 덜 외롭게 만들었다.
자라면서 완전한 무엇인가를 가져본 적도 성취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나 자신은 2% 쯤 결핍된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엔 나보다 잘났든 못났든 관계없이 그 누구도 나와 같은 출발선에 선 것 같아 처음으로 세상이 공평하다 느껴졌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이들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더 이상의 죄책감을 갖지도, 또한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인들에게 원망의 마음도 갖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난 남편이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할 때 서운하다는 생각대신 '아.. 맞다! 남편은 신이 아니니 내가 표현하기 전엔 절대로 내 마음을 알지 못하지. 그게 당연한거지' 생각한다. 그리고 표현한다. '나 좀 봐주세요.' 하고 말이다.
그저 노력할 뿐이다.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섰다.
그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됐다.
내 경우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