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홀릭

태국, 빠이

by 엄용선


빠이 (6).JPG 빠이 Pai in Thailand ⓒ 엄용선



알코홀릭


'우리는 왜 술을 마실까?'를 생각하는 밤이다. 그렇게 허구한 날 마셔댔는데 그것을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건 지극히 술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철 없는 중학교 시절, 호기심이 이끌려 술이란 걸 접해봤다. 동네 오래된 상가 옥상, 구석진 귀퉁이서 도란이 둘러앉아 무슨 크나큰 의식이라도 치르는 양 처음으로 소주란 걸 깠다. ‘으- 차라리 써니텐이나 마실걸!’ 어른들은 왜 이런 걸 못 마셔 안달인지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됐다.


알만 한 고등학교 시절, 깡다구 하나로 죽고 사는 우리들은 저들은 마시면서 왜 우리보곤 죽어라 마시지 말란 건지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됐기에 딱 들키지 않을 만큼 영리하게 마셔댔다. ‘으- 그래도 아직은 써니텐이 더 좋다.’ 그래도 뭔가 희열감은 있었기에 그 자체로 괜찮았다.


꺼릴 것 없던 대학시절, 해방감에 들떠 무작정 마셔댔다. 모든 불법이 합법이 되는 경계에서 남들 다 마셔대니 나 또한 마셔댔다. ‘으- 이 맛이 그 맛 인가?’ 그때는 술을 아는 것이 인생을 아는 거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주야장천 마셔댔다. 뭔 일이 있으면 있는 데로, 없으면 또 없는 데로, 때로는 누군가와 때로는 혼자서도, 그냥 습관처럼 마셔댔다. ‘으- 이 맛이 그 맛이다.’ 지금은 술을 아는 것이 인생을 아는 거라 그렇게 생각 지는 않는다.


여행자들은 술을 마신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둘러 앉아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주삼아 밤새도록 마셔댄다. 나는 술을 아는 것이 인생을 아는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가만 보니 ‘인생을 알아 가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소주가 무진장 그리워지는 밤이다. 소주의 단맛을 알아버린 지금 우리네 인생도 그만큼 달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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