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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Apr 08. 2024

무제

몸이 계속 가라앉는 기분이다.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간 부산은 밤에 회먹고 다음날 밀면 먹고 돌아오는 아주 짧은 여행이었다.

오고 가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다. 알고 갔지만 너무 힘들었다.


다음날인 일요일에 강아지와 남편과 산책을 다녀와서부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다시 월요일이다.

여느때처럼 커피를 들고 산책을 다녀왔고 다 씻고 한참이 흘러서야 이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켰다.


잠을 많이 잔 것 같은데 여전히 졸리다. 스벅 아이스커피 벤티 사이즈를 이미 마셨으나 소용이 없다.

계속 몸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어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를 다시 봤다. 거의 4번째 본 듯하다.

지금의 나는 지하철도 안 타고 남편 외에 사람이랑 대화를 거의 안한다.

좋지만 걱정은 된다. 이 상태로 너무 오래있다보면 정말로 오랜 기간 일을 안할 것 같기도 하다.


2주 정도 후에 이사를 가야한다.

대출을 받긴하지만 어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할 예정인데 그 돈은 전적으로 내가 낸다.

왜냐하면 내가 적금을 담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지원하고싶은 회사가 없어진지는 매우 오래됐다.

어딜가든 날 힘들게하는 존재는 항시 거기에 있을 것이고 그 사람은 무조건 나보단 더 오래다닌다.

그리고 나는 원래부터 사람이랑 같이 뭘 하는걸 싫어하는 사람이라, 설사 그런 존재가 없다할지라도 나에게 회사생활 자체는 힘든 일이다. 이 모든건 이미 한참전에 깨달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커리어를 몽땅 집어치우고 없던 일로 해가면서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없기에 계속 이 모든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나는 고향이라고 불러야할 정도로 오래 살았던 친정이 있는 곳에 근처도 안 간지 꽤됐다.

아마 작년에 몇번 부모님을 뵈러 갔긴 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마저도 연락을 안하면서 자연스레 없어졌다.

내가 선택해서 그 곳에서 살았던게 아니라 부모님이 거기에 정착을 했고 아파트를 장만했기 때문에 나는 어쩔수없이 그 곳에서 살았던건데 내 모든 생활반경은 서울에 있었던터라, 매일 퇴근하고 그 곳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나에게 어찌보면 큰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냥 독립해서 내 돈을 펑펑써대면서 자취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버텼다.

그리고 결혼을 하기로한 남자가 생기자마자, 그 남자가 신혼집을 구하자마자 자연스레 뒤도 안돌아보고 지금의 이 곳으로 이동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뒤를 돌아볼 이유가 있었을까? 질릴때로 질린 그곳.

그 누추한 지하철역, 끝도 없이 아득한 산책길,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자기위로 하던 남자, 그리고 3번이나 차를 세워가면서 거절하는 나를 붙잡고 밥을 같이 먹어달라는 이상한 남자. 이 모든 것들이 그곳에 대한 기억의 파편이다. 그곳에서 초,중,고를 생활했고 나는 초중고 생활 속 어떤 누구와도 연락을 안한다. 나에게 초중고 기억은 그저 공부를 하는 과정일뿐이었고 그 어떤 사람과도 소중한 추억을 나눈 기억이 전혀 없다.


나는 주로 책을 읽었고 공부를 했고 미래를 꿈꿨을 뿐이다.


그렇게해서 옮겨온게 여의도다. 물론 이 곳을 조만간 떠날 예정이지만, 우여곡절 끝에 내가 동경하던 동네인 여의도에 온 것이다. 30대 초중반을 여기서 몽땅 보내고선 나는 동대문역으로 간다. 


내가 원래 살던 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만큼 걸을 길이 없었다. 버스를 한번 타고 내려서 걸어가던 그 길은 중간에 사람이 걷는 길이 끊겼고 인적 자체가 드물었다. 그런 길을 걸어야만 내가 좋아하는 풀숲이 보인다.


지금 여의도에 와서는 샛강 산책길을 쭉 걷기만 하면된다.

내 30대 초중반의 8할은 샛강 산책길에서 보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대문으로 가면 나는 어디를 걸어야할까?


그 어떤 것에 대한 기대도 없이 동대문역 근처 집으로 나는 이사를 가야한다. 


봄이 왔지만 나는 자주 추위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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