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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Apr 12. 2024

무제

어디서부터 이야기해볼까? 아니 글을 시작해볼까?


오늘은 산책을 조금 오래했다.

배가 하나도 안고프지만 강아지를 씻기고 나도 씻은 후 닭가슴살을 구워서 야채위에 올려 책상에 가져왔다.

아직 먹진 않았다. 


어제 1명의 브런치 유저를 차단했다.

그 특정 유저는 나에게 악플을 남긴적은 없다.

그러나 유독 나에게 찾아온 불운 또는 불행 관련 글에만 좋아요를 누르고 갔다.

내가 평화롭거나 기분이 좋았을 때 쓴 글에는 절대로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다.

불특정다수 중에도 유독 그 한 사람만은 나의 불행포르노를 즐기는 듯해서 그게 거진 3년 정도 이어지다보니 오늘 차단했다.


그 사람의 글을 읽어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내 불행과 불운에 대해서만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의 글을 굳이 읽어보고 싶진 않다.

차단을 하면 내 글도 그 사람에게 안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나에게 펼쳐진 불운의 세계에 대해 글을 남기면 기다렸단듯이 좋아요를 남기고 가는 그 이름 모를 사람을 더 이상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나는 감출게 딱히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기에 브런치에 이 얘기 저 얘기 많이 올린다.

25살부터 쭈욱 그래왔다. 내가 그 한 사람을 위해 좋은 일만 브런치에 올리고 싶진 않기에 차단했다.


20살때 알게되서 32살 정도까지 연락을 이어오던 언니 한 명이 있었다.

그 사람은 이혼 가정에서 자라났고 유독 자신의 일상 공유를 꺼려했으며 자존심이 너무 쎘던 기억이다.

처음 5년 정도는 나도 어렸으니 그러려니하면서 넘겼다.

그런데 그 사람이야말로 내 불행을 즐기던 사람이었던게 너무나도 강하게 느껴졌다.


내가 남자친구와 싸우거나 이별해서 힘들때만 만나주었고 좋은 일이 있을땐 만나길 꺼려했다.

본인은 3년간 단 한번도 취업 최종 합격을 하지 못했을때 나는 이미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했었고 내 회사생활 이야기엔 전혀 귀기울이지 않았으며 연락을 거의 끊다시피 했다.


그러고선 2년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9급 공무원이 되었다. (지금은 9급에 대한 이미지가 나락을 가서 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은 하다.)


내 남편이 프로포즈를 해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았고 나는 그 언니가 나름 친한 사람이라 생각해서 그 반지 사진을 공유하고나니 돌아오는 대답 "나한테 왜 이런 사진까지 보내?" 였다.

이미 그때부터 정뚝떨이었다. 그러고서 2년 정도 1년에 1-2번 내외로 만나면 근근히 이어지던 그 관계는 결국 내가 먼저 끊어냈다.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나에게 결혼을 할거라고 5-6년 전부터 말을 했었는데 지금은 했을까. 

결혼준비 잘되가냐 물으니 그런건 내가 알아서한다며 정색하던 사람이었다. 


하여간 남의 불행을 보며 즐기는 여성이 유난히도 주변에 많다보니 위에 말한 차단한 유저(프로필 상 여성)도 솔직히 말하면 왜 저러고 살까 싶다. 굳이 온라인상으로도 대면하고싶지 않다.


오늘은 오랜만에 데스크탑에 앉았다. 퇴사한지 9일만에 앉는 데스크탑이다.

이제까진 주로 노트북을 사용했었다. 아무래도 의자에 앉아 쓰는 데스크탑은 자세를 고쳐앉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하고 본인들만의 계획을 진행한다.

유튜브를 한다거나 마라톤대회에 나가거나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간다.

나한텐 그런 이벤트가 전혀 계획되어 있지 않다.


여전히 나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가능한 빨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산책을 나가는데 강아지를 대동하고 나가는 점이 이전과의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일 것이다.

남편이 퇴근하고오면 남편하고만 대화를 한다. 간간히 카톡을 하는 사람과는 사실상 이제 이야깃거리가 남아 있지 않다. 회사를 다닐땐 회사가 얼마나 ㅈ같은지에 대해 떠들면 그 뿐이었다.


오늘이 퇴사한지 벌써 9일째다.

그리고 오늘은 퇴사하고 맞는 두 번째 금요일이다.


만들어둔 닭가슴살 샐러드를 겨우겨우 씹어 삼킨다. 맛이 없다.


내일부턴 다시 토요일이다. 시간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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