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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Apr 24. 2024

무제

글을 꽤 오래 못올린 듯 하다.

어쩌면 내 착각일수도 있다.

썼다가 작가의 서랍에 보관해두거나 임시저장 후 삭제해버린 기억이 약하게 남아있다.


4.23.(화)에 드디어 예정대로 이사를 했다.

영등포구에서 4년을 보냈고 이제 종로구로 전입 신고를 했다. 동대문역에서 도보로 10~13분 거리다.

재정적 조건, 집의 크기 등을 고려하여 이곳으로 선택하였다.


당시 효창공원역 쪽 1군데와 이 곳을 놓고 고려했는데 결론적으론 가격이 좀 더 낮은데도 불구하고 평수가 넓고 방 수가 1개 더 있는 이곳으로 왔다. 이곳은 재개발 구역에 속해 있다. 집주인도 재개발만 기다리는지 전에 살던 사람에게 수리를 요청한게 아무것도 없는 듯 하다.


그만큼 살림살이를 걷어내고나니 너덜너덜한 벽지와 아주 옛날집에서나 볼 수 있는 흐릿한 꽃무늬가 눈에 띈다. 벽지뿐이랴. 바닥은 더 만만치 않게 낡고 닳아 있었다. 방과 방 사이 벽지에는 예전에 살던 집 아이의 키가 얼마만큼 자랐는지를 기록해둔게 고스라니 남아 있었다. 


나는 주택에 잠깐 살고 쭉 아파트에서만 자랐다. 처음부터 크고 넓은데서 살았던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유치원생 때까지만 좁고 어두운 아파트에서 살아봤지 사실상 내 인생 대부분은 누가봐도 멀쩡한 아파트에서 편하게 살아왔다. 그래서 하고싶은 말은 이렇게 낡은 구축 집에서 살아보는게 이번이 처음이다.


걱정이 됐다. 오전부터 시작된 이사가 오후 3시에서야 마무리가 됐고 집에 덜렁 나혼자 있게됐다.

남편은 회사 차를 다시 가지러가야해서 대략 2시간 정도 집을 비웠다. 

갑자기 넓어진 내 방과 집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고 특히나 이전 집은 바로 앞이 대로변이라 틈만 나면 구급차, 경찰차 소리, 크락션 소리가 울려댔던 때와 달리 이 집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다른 집에서 키우는 개가 짖는 소리, 아기가 우는 소리가 간혹 들릴 뿐이었다.


이 집에서 최소 2년은 살아내야 한다.

당장 내 방 구석에 검은 그림자가 있는듯 벽지에 뭔지 모를 검은게 있었다.

남편과 나는 모든게 정리되고 동네 호프집(갔다와서 확인해보니 갑오징어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었다.)에 들러 딱 생맥주 1잔씩하고 돌아왔다. 호프집 사장님이 손맛도 좋았고 다정다감하셨다.


넓디 넓은 방에 불을 끄고 부부가 나란히 누웠다.

남편도 불을 끄더니 무서움이 느껴졌던 것 같다.


내 가장 큰 두려움은 낯설게만 느껴지는 새 집에서 잠을 못자는 것이었는데, 다행이도 푹 잤다.

통잠 자는 일이 드문 요새인데 새벽 5시까지 통잠을 자고 잠깐 화장실을 다녀와서 9시까지 또 잤다.


어제 나는 오전 9:30에 면접이 있었다.

남편을 뒤로하고 면접에 갔다가 새집으로 돌아와서 이사에 동참했던 것이다.


오늘도 남편은 휴가를 내고 아직 진행하지 못한 일을 처리하고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설치하고 새 식탁을 들였다.

냉장고가 생각보다 너무 커서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상태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덜 무섭게 느껴지는 이 집에 곧 익숙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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