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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ilda Jul 22. 2024

주말

남편은 나를 깨워놓고 개를 데리고 산책에 나선다.

언제부턴가 정해진 규칙이 됐다. 나는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 밤도 선잠을 잤다. 심지어 일요일에 커피는 단 한잔만 마셨다. 더워서일까?


비가 엄청나게 내린다. 당연히 나갔던 남편은 금새 되돌아왔다. 개는 어쩐지 서운해보인다.

나는 나대로 온몸이 찌뿌둥하다. 남편은 본인도 오늘아침 운동 할거니 빨리 움직이라고 재촉한다.


그래서 물병도 놓고 오고 묘기증 약도 안먹고 나와버렸다. 버스를 타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간다. 주말 내내 그만 살고 싶다고 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 해야한다는게 끔찍하다.


매일 새벽에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아침 편지의 개념으로 올리는 영상의 주인공은 나보단 나이가 훨씬 많은 인생 선배인데 왜인지 그 분이 말하는  내용이 나는 너무나도 공감이 된다. 그분은 언제부턴가 재밌는게 없어졌다고 한다. 하고싶은것도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평일에 회사를 가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 이유도 있고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있겠으나, 사실 아주 근원적으로 집에만 있으면 할게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하루종일 개랑 시간을 흘려보내는 행위를 한두달 해보고나니 싫어도 회사에 나가게된다.


이렇게 밖에 나가야 운동도 하고 사림들이랑 교류도 하고 일이라는 것도 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회사를 다닐지도 모르는 것이다. 위에 말한 유튜버는 항상 말한다. 베이비부머 때 태어난 어른들은 정년퇴직 후 할게 없다고. 할게 없는 노인이 얼마나 금방 죽어가는지 아느냐고.


나는 두렵다. 이 이후의 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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