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영화를 만든다면 제목은 '비생산적인 하루'라고 짓고 싶어졌다.
요새는 홍상수 영화를 자주 본다. 내게 하나 남은 ott 플랫폼으로는 볼 수 없는 그의 영화를 돈 주고 유튜브에서 본다. 벌써 거의 5-6주째다.
항상 소장이 아닌 대여로 본다. 금액이 훨씬 싸기도 하고, 소장까지 하고 싶은 영화는 아직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낮술로 집에 있던 맥주 2병을 비우고 <클레어의 카메라>를 본다.
예전에 본듯하다. 보다보니깐 그렇다. 그래도 재미있게 본다. 대사 하나하나가 다가온다.
정진영도 나온다. 내가 중학교 시절에 꽂혀있던 배우다. 난 그때도, 그 어릴때도 아저씨를 좋아했나보다.
이자벨 위페르는 홍상수 영화에서 각기 다른 역할로 나오긴하나 그 결이 결국 한가지로 공통되게 흐른다.
어딘지도 모르는 나라에서 여러 사람이 '우연히' 만나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 모든게 클레어의 카메라에 사진으로 담긴다.
맥주 두병과 함께 어제 만들어둔 카레에 파스타면을 삶아 먹고선 디저트로 올드페리도넛 1/2개까지 먹고나니 술이 다 깼다. 아직도 야금야금 와인을 마시긴 하고 있다.
영화는 끝났지만 처음부터 다시 돌려서 틀어두었다.
오늘은 비생산적인 하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럴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