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유튜버 한 분을 만났다. 대형 유튜버는 전혀 아니고 몇백명 정도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의사 유튜버다.
나는 그분을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발견했고 그 분이 찍은 몇몇 영상의 내용에 꽤나 동의를 했기에, 9월말에 한번, 10월 말에 한번 총 2번 메일을 보내게 됐다.
나는 이전에도 구독하고 있던 유튜버에게 메일을 보낸 일이 몇번 있었다.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유튜버는 모두 회신을 꽤나 성심성의껏 보내주셨었다.
하여간 이번에 이메일을 보낸 한의사 유튜버는 이메일로 답변해도 되지만 괜찮으면 만나자고 제안을 하더라.
그분은 나를 보자마자 첫마디가 "결혼은 안하셨죠?"라고 했다.
결혼했고 애는 없으며, 오늘 이자리에 나오는 것도 남편에게 말하고 온것이다 라고 했다.
그렇게 2시간 가량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 집에 왔고 아마도 그분도 나도 서로에게 연락할 일은 더이상 없을 것이다.
일단은 종교가 다르다. 나는 지금도 불경을 듣고 있는 불자이고 그분은 뼛속 깊이 신앙심 가득한 기독교인이었다. 살아온 행적도 굉장히 다르다. 나는 직장인으로 쭉 살고 있는 사람이고 그 사람은 자신의 한의원을 개업해서 운영하고 있는 전문직이다.
그 분은 이미 슬하에 3명의 아들딸이 있고 애가 없는 내 처지가 부럽다고 했다.
나보고 왜 결혼도 했는데 굳이 힘들게 회사를 다니려고 하냐고 3번 정도 물었던 것 같다.
첫째는 남편이 외벌이로 가정을 이끌어나갈 정도로 남편 벌이가 많지 못하다고 했다.
둘째는 남편 하나만 믿으면서 완전히 의지하기엔 제 성격이 그렇게가 안 된다고 했다.
사실상 나와 남편은 결혼한 사이고 등본을 떼면 남편이 내 이름위에 나오긴 하지만, 언제든 이혼하면 끝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부모님도 나보고 애는 굳이 낳지 말라고 항상 말씀하시기도 하고 나도 언제나 남편과 잘못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기에 더더욱 남편만 믿고 남편이 벌어오는 돈 몇푼에 내 미래를 몽땅 맡길수가 없는 것이다.
남편이 월 천만원을 벌었다면 내가 맘놓고 쉬었을까? 그것도 아닐 것 같다.
그냥 내 성향이 그런 것일테다.
그 분은 계속해서 나보고 애 하나쯤은 괜찮을거라고 권유했으나 그 분의 표정, 걱정을 보고 들으면서 애를 갖고 싶단 생각이 더더욱 줄어들었다.
그 분은 앞으로 더욱 커질 3명의 아이들에게 들어갈 양육비가 너무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자칫 부모님에게도 손을 벌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1명의 아이를 권유하는 이유는 난 잘 이해가 안갔다.
그 분은 아내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고 했다.
자녀 교육에 대해 의구심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아내에게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 부분이 정말 이해가 안갔다.
부부인데 자녀 양육에 대해서 전혀 서로 이야기를 안하고 아내는 자기 마음대로 애를 기르고 있고 남편은 아내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색을 안한다고 한다.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하여간 나는 그 분의 아내처럼 남편을 무한 신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원체 의심도 많고, 나 자신의 역량을 굳이 모두 내버리고 살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