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정도 누워있었더니 체력 충전이 어느 정도 됐다.
술기운은 이미 일찌감치 사라졌고 전날 못잔 잠으로 인해 피곤했던 것도 많이 가셨다.
그래서 다시 침대에서 일어났고 개를 데리고 왔다가 갑자기 개가 오줌을 침대보에 찍 하길래 서둘러 침대보를 갈고 빨래를 돌렸다.
물을 왕창 마시고 있다. 저녁은 처갓집 치킨을 아주 오랜만에 먹었는데 정가가 25000원이고 나는 쿠폰할인으로 19000원을 소비했다. 맛은 있으나 쿠폰할인이 없다면 정가 돈을 주고 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너무 비싸다.
내일은 독립문 근처 대성집에 가서 10시반에 도가니탕 특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 substance를 보러 갈 예정이고 홈플러스에 가서 할인하는 한우를 가져와서 저녁은 한우파티를 하고자 한다.
그 외에 계획은 딱히 없다.
정말 연말이 끝나가고, 나는 2025년 계획을 세우긴해야할텐데 하는 중이다.
아직은... 이 공허함을 즐기고싶다.
원래 큰 프로젝트, 큰 건 하나가 끝나면 공허함이 찾아온다.
부정적인 느낌의 공허함은 전혀 아니다.
무언가를 완수하고 나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일뿐이다.
사실 부당해고 구제신청 절차를 밟으면서 노무사와 상의 하에 이유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나에겐 일종의 희열로도 다가왔다. 스트레스를 주긴 했지만 그 작업자체는 재밌었다. 무언가 심도있게 몰두해서 완벽하게 정리된 상태의 문건을 만드는 일은 나에게 어느 정도의 희열감을 남긴다.
이제 이게 끝났으니 아마도 당장 다음주 월요일에 회사에 가면, 심심할때마다 뭘 해야할까 걱정이다.
그리고 구제신청 과정에서 3명의 증언 녹취를 했는데 그중 1명은 녹취하겠다고 말은 딱히 안하고 녹취록을 땄다. 그렇게 해도 법적 문제가 없기도 하고, 사실 아이폰은 녹취 버튼을 누르면 상대방과 나에게 동시에 지금부터 녹음이 시작됩니다라고 음성 메세지가 뜨기 때문에 그사람도 당연히 알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는지 내가 그 자료를 지난주 금요일에 제출하고 난 다음, 회사 측에서 그 자료에 대한 반박 자료를 이번주 화요일에 보내왔고 그 쯤부터 연락이 완전히 두절됐다.
그렇게 나는 5일 중 4일은 카톡을 주고받던 소중한 관계 하나를 잃게 됐다.
어쩔 수 없다. 모든 것을 다 가질순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구제신청에서 이긴것은 맞고, 대신에 전직장 동료와의 인연 하나를 잃게된 것이다.
씁쓸하지만 하는 수 없는 일이라 나도 연락처를 삭제했다.
아마도 다음주부터 조금은 헛헛한 일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