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 나무 Mar 20. 2016

부산에도 숲이 있다

태교여행_숲에서의 교감


자고 일어나니 비가 온다. 우리는 몰디브 신혼여행 중에도 폭우와 함께 했었다. 창밖으로 비 오는 것을 본다. 정말로 베이비 페어로 가야 하는 것 아닐까 싶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 시간이 될 때까지 빈둥거렸다. 짐을 챙겨 차로 왔다. 차키 없이 스마트 폰 앱으로 차 문을 열고 닫는 무인 렌터카였다. 아무리 해도 문이 안 열린다. 업체에 전화를 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잘 안 열릴 수도 있다고한다. 그저 지하주차장일 뿐이다. 확인해보겠다고 하고 전화를끊는다. 차가 방전이 되었다고 한다. 멀리서 컴퓨터로 그런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니 신기하기는 하다. 어제 들어오고 나서 라이트를 안 끈 모양이다. 더운 주차장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점프 선을 들고 나온다. 차 문을 열어야 본네트를 열 수 있다. 차 문을 따는 도구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다. 렌터카 업체에서는차 문을 따는 것 까지 요청을 했다고 하는데 전달이 잘 안된 모양이다. 다른 사람을 다시 보내주겠다고한다. 지하 주차장 공기는 너무 답답하고 배도 고프다. 짜증이난다. 남편이 1층 카페에 가 있자고 한다. 라이트를 안 끈게 남편이었다면 나는 이미 잔뜩 짜증을 표출했을 것이다. 남편은 나와 다르다. 임신한 아내에게 운전을 하게 하고서 이런 상황에 짜증을 낼 수 없는 입장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쉽게 짜증을 내고 남편은 내 짜증을 가라 앉힐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역할이 분담되어있다. 카페에서 무얼 먹기도 애매하다. 차만 고쳐지면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갈텐데 배 불러지는 것은 싫었다. 음료만 하나 마셨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연락이 왔다. 남편이 먼저 주차장으로 갔다. 드디어 차를 고쳤다. 한시간 반이 지났다. 배가 너무 고프다. 임신한 후 배고픔을 더욱 참기 힘들다. 조급한 마음으로 달맞이 고개까지 서둘러 갔다. 여전히 비가 오고있다. 유명하다는 대구탕 집으로 들어갔다. 메뉴가 하나뿐이어서 식당에 들어가는 인원수가 곧 주문이다. 자리에 앉으니 곧바로 상이 차려지고 또 거의 바로 대구탕이 나온다. 마음에 든다. 드디어 점심이다. 몇숟갈 먹으니 배가 부르다. “배불러요.”


남편이 웃는다. 임신부가 되고 나서 나의 하루는 배고파와 배불러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배가 부르다고 해서 멈추는 것은 아니다. 배부름을 임신 증상이라 여기고 계속 먹는다. 덕분에 체중이 한 달에 2kg씩 꽉 채워 늘어났다. 비오는 날 따뜻한 국물을 먹으니 기분이 좋다. 다 먹고 밖으로 나왔다. 달맞이 고개는 오래 전 밤에만 와봤던 곳이다. 길을 따라 조금 걸었다. 산책하는 부부와 마주쳤다. 부산 분인 것 같다. “원래는 여기서 바다가 보이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그럼. 저 멀리까지 보이는데 비가 오고 안개가 껴서 하나도 안보이네.” 내 여행에는 이런 상황이 자주 생기는 것 같다. 익숙하다. 그러려니 한다. 차도 옆 산책로에서 아래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였다. 계단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숲이었다. 좁게 길이 나 있다. 제주의 곶자왈 같다. 길 양 옆으로 나무와 풀이 빼곡하다. 제주를 여행할 때에도 비가 오면 숲으로 갔었다. 비오는 여행을 즐기는방법이다. 부산에는 숲이 있는 줄도 몰랐다. 길가에서 몇계단 내려오니 비와 어울리는 숲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개비처럼 뿌리는 정도였기 때문에 땅이 질퍽해지지는않았다. 기분 좋을 정도로 촉촉한 흙 위를 걸었다. 나무 사이를 채우고 있는 안개도 운치있었다. 공기가 눅눅하지 않고 상쾌하다. 새벽 이슬이 내린 길을 걷는 기분이다. 사람이 아무도 없다. 달맞이 고개에서 먼 풍경을 볼 수 있는 날씨였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곳이다. 남편 목을 끌어안았다. 한참을 꼭 껴안고 서 있었다. 좋다. “꿈꿈아 여기가 숲이라는 곳이야. 해가 강하게 비추는 날에 숲에오면 시원해. 그리고 오늘처럼 비오는 날에는 숲이 더 멋있어져. 그래서 엄마가 좋아하는 곳이야.” 꿈꿈이에게도 내가 좋아하는 곳을 설명해주었다. 남편도 너무 좋다고 한다. 숲 바로 위는 사람도 차도 많은 길이었다. 그 바로 밑에 보물처럼 둘만의 아니 셋만의 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남편도 비현실적인 분위기에 취했나보다. 숲을 뛰어다니더니 점프샷을 찍어 달라고 한다. 숲 속에서 나와 아기에게 돌진하는 듯한 표정의 점프 사진을 건졌다. 숲한 쪽에서 배를 만지며 아기와 대화하는 순간도 사진으로 남았다. 지금도 가끔 그 숲의 공기와 색깔이생각난다. 시원하지만 춥지 않았던 안개가 꼈지만 어둡지 않았던 우리만의 숲이었다.


+ 작년 봄, 임신기간동안 나와 뱃속 아가가 혼자인 듯 둘이서 함께한 일상여행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말조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