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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chrome blues Feb 25. 2022

세상에 나쁜 커피는 없다.

커피로 취미생활 (1) - 취미가 커피인 이유.

내가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것은 아주 진한 커피다. 커피는 내게 온기를 주고, 특이한 힘과 쾌락과 그리고 쾌락이 동반된 고통을 불러일으킨다 - 나폴레옹 


   당신은 무엇으로 사나요? 저는 커피로 삽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어보셨나요? 오늘의 주제가 독서토론은 아닌지라 대략적으로만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인간 욕망의 덧없음과 종교적인 신실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만 생략할게요. 딱 저 제목까지만 필요했던 거라서요.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은 평소 무엇으로 사는지 묻기 위한  설계였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무엇으로 사나요? 오롯이 당신을 살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 있으신가요?  


   누군가 저에게 묻는다면, 처음에는 무조건 ‘사랑’이라 답할 겁니다. 사랑꾼이라서는 아녜요. 사랑과 평화, 통합은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키워드니깐요.  


Love, Peace & Unity. 

   아무튼 그렇게 운을 띄우고 난 뒤 좀 더 현실적인 얘기를 꺼내들겁니다. 혹여 기대감 어린 시선은 사양할게요. 죄송하지만 이쪽은 진지하고 재미없는 인간이거든요. 신선한 소재는 나오지 않을 게 뻔합니다. 그래도 그나마 인간적이고 약간의 위트를 더한 대답을 꼽아본다면, ‘커피로 산다’ 답할 거예요. 이 거칠고 힘겨운 세상, 풍파를 겪어낼 힘을 가져다주니깐요. 평소 많이 신세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 많은 취미 중 처음으로 무엇을 얘기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다 커피로 정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열해보고, 이놈의 코로나 시대에서 무엇을 해야 그나마 우리의 행복을 사수할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려보았어요. 그러고 나니 자연스레 첫 번째로 커피를 선택하게 되더군요. 어쩔 수 없습니다. 일상 깊이 뿌리내리고 있거든요. 커피를 신체적, 정신적 연료 삼아 하루를 보내는 현대 사회 구성원의 생애란 이런 거지 않겠습니까?  


   무조건 카페인 섭취를 통해 몸에 윤활유를 끼얹고 시작해야 합니다. 원체 중독이 잘 안 되는 체질이라 담배 같은 기호식품도 피고 끊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카페인만은 포기할 수 없더라고요. 몸에 쌓여 있어야만 합니다. 앞서 ‘비중독’ 체질이라 선언했던 부분과 다소 어폐가 있다만 뭐 어떻습니까. 국가가 금지한 약물도 아니잖습니까? 그리고 굳이 독한 맘으로 끊어내고자 한다면 끊을 수 있겠으나 그러고 싶지 않거든요. 막연하게 끊고 싶지 않은 이유가 첫째요, 일상생활이 아니라 고된 업무 시간을 버티어 내기 위함이 둘째입니다. 특히 둘째를 위해서라면 카페인이 필수입니다. 몽롱한 두뇌를 깨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하거든요.  


   세번짼 커피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맛과 향이 좋습니다. 따스해지고 행복해져요. 커피를 내리는 행위 자체도 매우 좋아하고 카페와 카페의 분위기,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들도 사랑합니다. 다른 취미들과도 엮이는 게 여행을 갈 때 맛집만큼이나 카페에도 신경 씁니다. 영화를 보거나 LP를 들을 때도 커피와 함께이며, 이런저런 운동 전후에도 커피는 빠질 수 없죠. 



   커피의 기원 같은 건 크게 관심 없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할 때 막 모든 걸 꿰뚫어야 하고, 막 다 알아야만 하는 강박이 있고 그렇진 않거든요. 근데 가끔씩 생각해보면 인간이란 참 대단하긴 해요. 그렇지 않나요? 생각해보세요. 커피라는 게 커피 체리라는, 체리 비슷하게 생긴 열매의 씨앗이거든요. 그 씨앗을 말리고 볶은 거죠. 사과며 자두며 감이라던가 주변에 과일 많잖아요. 곡식 씨앗이야 많이 먹지만 과일 씨앗은 먹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옛날 선조들은 해봤을 수도 있겠죠. 자신의 목숨을 담보 삼아 독버섯을 구분해낸 양반들이니깐요.  


   대충 천년 가까이 커피를 마셔왔다니 21세기의 후손은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거든요. 조상님들께선 커피가 맛있단 걸 어떻게 아신 걸까요? 대체 체리 씨앗을 말린 뒤 볶아 마실 생각을 어찌해낸 걸까요? 이슬람 계열에서 음주가 금기시되며 각성효과가 있는 커피가 발전했단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술 못 마신다고 과일 씨앗을 달여 마실 생각들을 하시다니. 맛에 대한 인간의 열정에 찬사와 감사를 보냅니다. 당신들이 계셔 21세기, 지금의 제가 방구석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걸 테니 말입니다. 


   전 카페인의 고양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질은 아니라 맛이 중요하답니다. 보통 카페인이 힘든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두근하다거나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는데 저는 그렇질 않거든요. 하루에 7~8잔씩 마셔도 끄떡없고 숙면에 방해받지도 않습니다. 그저 마시지 않았을 때 느끼는 피곤함을 통해 결핍의 정서를 느낄 뿐이죠. 그렇기에 저는 커피 맛을 좋아하여 그렇게나 애타게 마신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생존용 커피와 향유용 커피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편입니다. 전자는 오로지 카페인 섭취용입니다. 맛도 크게 개의치 않고 물 대신 마십니다. 아이스커피를 선호합니다. 습관처럼 무의식적으로요. 근데 후자는 달라요. 행복하고 싶어 마십니다. 한 잔의 맛있음을 느끼고 싶어 몸부림칩니다. 


   사실 커피를 즐기는 가장 쉽고 빠른 길은 사 마시는 거죠. 당장 저부터 그래요. 카페에 가는 일만으로도 취미로 하나 빼서 쓸 자신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좀 더 ‘홈카페’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해 볼 생각입니다. 코로나 특집이기도 하거니와 에스프레소 머신 같은 거창하고 비싼 도구가 없어도 되거든요. 굳이 있다면 또 좋겠지만 없어도 충분합니다. 우리 집에도 없어요. 본인 취향에 맞는 신선한 원두와 드리퍼, 약간의 손기술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어지간한 동네 카페보다 더 맛날지도 몰라요.  


   처음 말만 들어선 본인이 이걸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감이 오질 않으실 거예요. 괜히 이거 저거 사놓고 당근 마켓으로 직행할까 봐, 안 그래도 복잡한 찬장에 짐만 쌓아놓을 까 걱정되시기도 하겠죠.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쉽고 빠른 체험 방법은 근처 카페에 가서 드립백이란 걸 하나 사 오는 겁니다. 요새는 웬만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판매하고, 직접 로스팅하는 가게라면 어느 정도 다 구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도 심심찮게 팔고요. 딱 몇 개만 사와 보세요. 대충 커피 한 잔 값보다는 훨씬 싼데 커피 반 잔 내지 삼 분의 일 분량 정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보통 포장지에 어떤 맛인지, 어떻게 내리는지 다 쓰여있어서 궁금한 아이를 사 와 설명대로 내려보면 됩니다. 조금이라도 커피 맛에 신경을 쓰는 곳이라면 로스팅 일자 내지 유통기한이 적혀 있습니다. 로스팅 일자로 따지면 일주일 이후에서 한 달 이내 친구가 보통 제일 맛있답니다. 그러므로 로스팅 일자는 한 달 이내, 유통 기한이라면 가능한 많이 남은 아이를 사 옵니다. 그러고 나서 물을 끓인 뒤 한번 내려보는 겁니다. 추천하는 방식이 포장지에 적혀있는 경우가 많지만 통상적인 추출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뜨거운 물과 컵을 준비하세요. 포장지를 뜯고 내용물을 꺼내 듭니다. 보통 사각형 주머니 모양이고 옆에는 종이 다리 같은 것이 달려있습니다. 다리를 벌리면 살짝 뜯어지며 컵에 걸릴만한 모양이 잡힙니다. 다리는 일단 두고 윗부분에 개봉선을 확인해봅니다. 쉽게 뜯을 수 있게 점선이 있어 그대로 뜯어 내면 됩니다.  

2. 조심히 뜯어낸 드립백을 컵 위에 얹습니다. 혹시나 컵 폭이 너무 길면 걸기가 어렵고 좁으면 아래로 쳐지므로 한 번 걸어본 뒤 적당히 견고하게 걸린다 싶으면 준비 끝입니다.  

3. 뜨거운 물 따를 준비를 해주세요. 팔팔 끓은 직후보단 살짝 식은 쪽을 추천합니다. 온도계가 없을 테니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 부탁해요. 정수기 뜨거운 물보단 좀 더 뜨거우면 좋아 가능하면 끓였다 식히는 쪽을 추천합니다. 

4. 이제 물을 부어야 합니다. 드립백이 생각보다 공간이 작아서 주전자라던가 입구가 살짝 좁은 도구를 추천합니다만, 반드시 섬세하게 부을 필욘 없어요. 살짝 물을 부은 뒤 잠시 기다려주세요. 포인트는 드립백 안 커피 가루가 전부 적셔지되, 물바다는 되지 않을 느낌이에요. 맛있는 친구들이 잘 우러나올 수 있게 뜸을 들이는 단계입니다. 

5. 이제 제일 쉽지만 중요한 단계입니다. 조금씩 물을 부어주세요. 드립백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끊기지 않게, 드립백에 정해진 용량을 절대 넘지 않는 양을 우려내야 합니다. 커피는 사골국물이 아니라 계속 우려내거나 오래 우려내면 마지막에 남은 좋지 않은 맛들 만 추출됩니다. 보통 150ml 정도를 추천할 거예요. 마지막 물이 끊기지 않은 상태에서 드립백을 꺼냅니다. 욕심부리지 말고 그 선을 지켜주세요. 혹시 너무 진하신가요? 그러면 드립백에 물을 부어 연하게 맞추지 말고 내려진 커피에 물을 부어 농도를 맞추길 권장합니다.  
속성 요약: 드립백을 뜯어 컵에 건다. 정수기보다 좀 더 뜨거운 물을 준비한다. (여의치 않다면 정수기 뜨거운 물도 나쁘지 않음) 살짝 물을 부어 뜸을 들인 뒤 물이 완전히 끊기지 않도록 정량의 물을 붓는다. 
드립백.


  어때요? 말로 풀어 쓰려니 좀 길지만 라면 끓이는 법과 비슷합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죠? 해보셨나요? 처음 드립백을 뜯었을 때, 막 물을 부었을 때의 향을 느끼셨나요? 은은하게 퍼지는 평화로운 냄새 말이에요. 맛은 어떠신가요? 맘에 드시나요? 드립 커피도 드립백과 크게 다르거나 어렵지 않아요. 마음만 먹으면 오늘이라도 당장 홈카페를 차릴 수 있습니다.  


   믿을 수 없으신가요? 믿어보세요. 취미 부자가 장담합니다. 카페에 가지 않더라도, 집안에서도. 향긋한 커피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 테니깐요.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다음 글에서부터 차근차근 영업해드릴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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