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기억도
사랑 받았던 기억도
가마득한 가을날.
무엇때문에 웃었고 무엇때문에 울었던지
기억조차 희미한 가을날.
어두컴컴한 방에 '난 그저 켜도 되게
대기하고 있어요.'라는 컴퓨터의 지시처럼
방향만 있기에 가기 두려워
미래가 더 암담한 가을날.
느낄 수 있는 온기도
나눠 줄 온기도 덜어내기 힘든 가을날.
밥은 영양의 척도
술은 정신의 척도.
밥은 정신에 불만, 술은 육체에 불만을 주지만
그 어느 것으로 채워도
언제나 빈 공간인 영혼은 놓이지 않는 가을날.
성경책을 끼고 골목길을 돌아서자마자
난
울었다. ..하지만
골목길을 다시 돌아 나가면
난
울지 않을 수 있다.
너무 멍청했던
당신과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