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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in season Sep 30. 2020

영귤 폰즈

비 오는 날, 향기롭게 스키야키 먹는 법 

오전부터 유난히 날이 어둡다 했더니, 예고에 없던 빗줄기가 내리 꽂히기 시작했다. 투닥대며 지붕을 두드리던 소리가 마치 튀김을 튀기는 소리만큼이나 요란하게 물방울을 튀기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어두워진 하늘, 창을 가득 열어두었던 사무실 안으로 서늘하고 눅눅한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휴일 산책을 거닐다 날벼락을 맞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불 꺼진 가게 앞 처마를 찾아 몸을 피하다말고 눈 앞에 꽂히는 풍경에 넋을 놓았다. 불과 십 분 만에 벌어진 해프닝. 정말 일기예보처럼 30분 안에 비가 그칠까 잘 믿어지지가 않는다.


코 끝에 감도는 눅눅한 공기가 짙어질수록, 화창했던 점심 무렵 사 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무색했다. 따끈한 차라도 한 잔 마실까 부엌에 들어서며 생각했다. 오늘 저녁만큼은 반드시 따끈한 무엇을 먹겠다고. 달달하고 따끈한 스키야키, 눈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가 어른거렸다.



따끈한 국물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끓이는 전골 요리는 한,중,일 3국에서 모두 사랑받는 요리임에 틀림없다. 맑은 탕과 마라탕으로 나눠진 냄비에 각종 채소와 양고기 등 육해공의 모든 재료를 넣어 먹는 중식부터, 멸치육수에 얇은 고기(혹은 불고기)와 만두, 각종 버섯에 두부를 넣어 맑게 또는 얼큰하게 끓이는 한국식 전골. 그리고 달달한 간장 국물에 배추와 표고버섯 등을 넣고 얇게 썬 소고기를 익혀 먹는 스키야키까지. 얼마 전 담가 둔 영귤 폰즈를 개시하기엔 스키야키가 완벽했다.



간장에 다시마를 우리고 감귤계 열매의 신맛을 넣어 만드는 일본식 초간장에 해당하는 폰즈는 특히 오뎅이나 샤브샤브, 스키야키같은 일본식 국물요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양념장인 셈. 스치는 빗 기운에 유독 향기에 민감한 오늘, 따끈하고 달콤한 간장 향기에 새콤한 영귤 맛을 더한다면, 건져 먹는 것이 무엇이든 싱그러운 맛이 날 것만 같다.        


5시가 지나면서 소나기가 그치고, 정지화면이던 거리에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가시지 않는 것은 축축하고 눅눅한 공기와 비 냄새. 역시 뜨끈한 국물이 필요해. 스키야키는 육수용 간장만 있으면 생각보다 만들기 간단한 요리에 속한다. 다만 조금 더 맛을 내자면 전골에 들어갈 버섯이나 양파, 파, 배추 등 단단한 재료들을 간단히 볶아 준 다음 간장을 부어 끓여주면 된다.



부엌에 남아 있던 바지락 한 팩도 국물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의미로 익혀 넣어주니 모양새가 더 그럴싸하게 잡혔다. 두부를 올리고 간장을 풀어주고, 마지막으로 소고기를 넣어 익혀내면 완성. 계란 노른자에 영귤 폰즈를 부어 양념장을 만들어 주면 준비 완료. 뜨끈한 국물과 폰즈에 찍어낸 고기와 배추 두부 버섯 등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얼른 먹어야겠다.



잘 먹겠습니다:)




비 오는 날의 스키야키



Ingredient

얇게 썬 소고기 200~300g

두부 반모

배추 한 줌, 대파 1줄기, 양파 반 개, 청경채 2개

표고버섯 2개, 어린 새송이버섯 한 줌, 팽이버섯 반개

스키야키용 간장 1~2컵 (재료의 양에 따라서 조절 가능)

물 2~3컵(본인의 취향에 맞춰)

(스키야키용 간장 만들기 _ 진간장 2 : 설탕 1 : 청주 1을 섞어 살짝 끓여준다.)

찍어먹을 영귤 폰즈 1 Tbsp / 계란 노른자 1개

* 있으면 당면도 넣어도 좋아요


Method

1. 배추, 대파, 양파, 표고버섯을 한 입 크기로 잘라준다.

2.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배추, 대파, 양파, 표고버섯, 새송이 버섯을 중 불에 2분 정도 볶아 준다.

3. 야채가 익으면 센 불로 바꾸고 물과 간장, 두부, 청경채, 팽이버섯을 넣고 끓어오르면 5분 정도 끓여준다.

4. 핏물을 제거한 소고기를 넣고 중불에서 1분간 끓여 익혀주면 완성.

5. 준비해 둔 계란 노른자와 폰즈에 소고기와 건더기를 찍어 맛있게 먹으면 된다!

* 남은 국물에 밥을 넣고 계란을 풀고 김가루 뿌려 죽처럼 먹으면 더 맛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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