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누수 일지』, 김신회
위층에서 시작된 누수. 그걸 해결하기 위한 한 달의 과정. 이런 걸로 한 권의 에세이를 채운다고? 김신회 작가의 『나의 누수일지』를 열자마자 들었던 생각이다.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 빌라 같은 높은 집이 대세인 대한민국이니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듣고 읽던 내용이지만 그게 책 한 권이 될 줄이야.
첫 장을 펼치자마자 앉은자리에서 끝장을 봤다.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했다. 누수를 해결하기 위해 벌인 투쟁의 과정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깨달으며 나아간다. 그러면서 1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쓰기로 밥 벌어먹고사는 내용을 보탠다. 솔직한 자기 고백의 문장에 여러 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김신회의 생각을 곱씹느라 한동안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다.
얼마 전 우리 집 다락에 쥐덫을 설치하여 쥐를 세 마리나 잡았다. 그걸 글에 쓴 적이 있다. 작가 6명과 매주 돌아가면서 쓰는 글이었는데 1,500자 안에 쓰리라 다짐을 한 터라 가능한 한 응집하여 쓴다는 게 이런 결론이 나왔다. 어떤 어려움에도 당당히 맞선 용감한 나. 막상 잡고 보니 별 거 아니었다고 으스대고 싶은 나. 사실은 스트레스가 심했음에도 그걸 쏙 빼버리고 썼다는 걸 『나의 누수일지』를 읽으며 깨달았다.
솔직한 글을 쓰겠다고 매번 다짐하면서도 내 마음은 남들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으니 다음엔 더 잘 쓰겠지! 삶에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 글로 남겨 놨을 때 (그것도 솔직한 심정을 담아) 그렇게 하지 않은 것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는 걸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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