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메신저로 보내준 기사를 한참 쳐다봤다. 가짜뉴스인가 했다. 사실이었다.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가 막혔다. 믿기지 않았다. 카톡 방마다 난리가 났다. 선배 몇몇은 국회로 달려가 상황을 전해줬다.
유튜브 생방송을 켰다. 무장을 한 계엄군이 국회로 무력진입을 하는 모습이 중계되었다. 누군가 도로를 달리는 장갑차 사진을 보내줬다. 하늘엔 헬기가 떠다닌다고 했다. 제3세계에서나 보던 상황이 2024년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현실감이 사라졌다. 연극을 보는 기분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자가 노리는 건 뭘까. 단독으로 예산안을 감행한 야당에게 복수하려고? 와이프를 구하기 위해? 계엄 한방으로 모든 걸 덮기 위해? 아니면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으니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심산이었을까. 두 시간 반 만에 국회의원 190명 만장일치로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었다.
꼴랑 몇 시간 만에 나라꼴이 우습게 되었다. K-팝, K-드라마, K-푸드 등으로 앞서가던 한국의 위상은 저 아래로 곤두박질쳤고 불안과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으로 남았다. 원화는 하락했다. 주가가 폭락했다. 여러 나라가 한국으로의 여행을 자제하라고 자국민에게 통보했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고루고루 재를 뿌렸다. 책임질 사람 누군가.
이제 자진사퇴 혹은 탄핵의 길이 남았다. 여전히 궁금하다. 이런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지금껏 해왔던 잘못은 물론이거니와 개인을 위해 국가권력을 자기 멋대로 휘둘렀다는 점, 공들여 쌓아 놓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시도를 했다는 게 용납이 안된다. 이런 자가 국가 원수라는 데서 자괴감이 느껴진다.
대한민국 내란죄는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