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윤섭 Feb 02. 2022

'왜 리더인가', 이나모리 가즈오

이나모리 가즈오 할아버지의 책을 읽다 보면 경영서를 읽는 것인지, 불교 철학서를 읽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모르고 책부터 읽는 사람들은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경영자가 쓴 책이 아니라, 어느 고승의 인생 철학서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65세에 은퇴 후 불교에 귀의하여 승려가 되었다가, 파산 지경에 이른 일본항공(JAL)을 회생시키기 위해 일본 총리의 요청을 받고 77세에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책에는 그만큼 ‘겸손해야 한다’, ‘이타심을 가져야 한다’, ‘정진해야 한다’는 도덕책에나 나올법한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가 많다. ‘우주의 원리’를 논하며 ‘시크릿’ 류의 책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이나모리 가즈오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이라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평생을 입지전적인 경영자로 인생을 살아오면서 스스로 체득한 원칙들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동양철학적인, 특히 불교 철학에 기반한 경영관을 설파한다. 경영관이라고 해야 할지, 혹은 ‘리더’로 살아가는 사람이 가져야 할 인생관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동양에서 태어났음에도 오히려 이런 이야기가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기업의 경영이라고 하면 정량적이고 분석적인 서양의 학문이 주류이며, 특히 스타트업 업계의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를 쫓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경영자도, 직원도 결국 한 명의 사람일 따름이다. 결국 기업이라는 것은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구성원이 동양인으로 구성된 기업이라면, 오히려 동양의 사상에 입각한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적어도 균형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나도 회사를 만들고, 경영을 하게 되고, 많은 사람과 함께 일하고, 끊임없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이 모든 것이 결국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의 근본적인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을 무의식 중에라도 깨닫고 있다.


작은 기업일수록 그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의 개인적인 인생철학이나 방향성이 그대로 투영된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 직원들은 그 경영자가 가진 철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경영자의 인생철학이 단기적인가 혹은 장기적인가. 이기적인가 혹은 이타적인가. 회피하는가 혹은 직면하는가. 책임을 전가하는가 책임을 지는가. 본질과 비본질을 구분하는가. 이익을 좇는가 혹은 더 큰 의미를 좇는가.


이 책에 경영에 대한 디테일한 지식이나 테크닉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삶의 태도와 자세, 경영자로서 가져야 할 인생의 철학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두께도 얇고, 어려운 내용도 별로 없었지만, 그럼에도 매우 무거운 책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