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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이육 Apr 20. 2023

시니컬

2301

 어딜 가든 친한 사람들이 생기고 하는 걸 보면, 남들이 보았을 때는 막무가내로 가라앉아있는 사람으로는 비춰지지 않는 것 같기는 하다. 다만 남들과의 대화에서 이따금 생각나는대로 툭 뱉어낼 때, "이렇게나 부정적이라고?" 하는 반응이 돌아오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그런 부정적인 면이 내가 가진 본질이라 생각하곤 한다. 툭 튀어나온 부분이 한 사람이 가진 고유한 본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시니컬하고 부정적인 면이 남들과는 차별되는 나만의 고유한 성격일 수 있다 생각한다.

 모난 돌이 정을 맞기 마련이고, 그래서 툭 튀어나온 부분을 자꾸만 속으로 숨기려 한다. 나이 먹을수록 얻어맞는 건 두렵다. 성격이 원만하고 적당히 유쾌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그래서 그런 척을 하며 살아간다. 잘 안 될 때가 많기는 하지만, 적어도 원만한 척을 하려 애쓰는 것처럼 보이는 정도는 해내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가면을 쓴 생활양식의 본질적인 문제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보이려는 과정에서 괴리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괴리감, 가면을 씀에서 오는 불편감이 타인에게 모난 모습을 보이기 싫은 의지를 역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열심히 원만한 척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평범하게 보이고 싶은 그 마음을 괴리감이 역전하는 순간은 보통 혼자 있을 때 찾아온다. 잘 보여야 하는 누군가가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혼자 방에 있거나, 밤길을 걷거나 할 때면 자꾸만 시니컬한 생각이 속을 치고 올라온다. 그런 생각을 속에 품을 때면 헛헛한 기분과 미묘한 해방감이 함께 피어난다. 또한 정말 막역한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을 때도 그런 부정적인 내면을 드러내곤 한다. 그렇게 속에 있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 나다운 태도를 보이는 것인지, 상대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고 마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내가 뱉은 부정적인 생각들이 상대를 피곤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그런 행동을 자중하려 하지만, 살아온 관성대로, 미묘한 해방감을 느끼려 자꾸만 시니컬한 말들을 타인에게 쏟아내는 것은 고쳐야 하는 나의 문제다. 여전히 어느 날 멜랑콜리의 폭풍 속에 있을 때면 "인생이 잘 안 풀리면 모은 돈을 다 써버리고 마흔쯤 자살할래." 같은 말을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뱉고 마는 나는 아직 고쳐야 할 문제가 산더미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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