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이육 May 05. 2023

취미는 악기 수집이 아닌 음악

 음악 취미를 하면서 제일 즐거운 순간은 악기나 장비를 사는 순간이다. 연주나 공연이 아니라 악기 수집이 가장 즐거운 취미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작업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아마추어라기도 애매한 취미 음악인들은 다 나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을까? 남들이 내 음악을 듣고 피드백을 주거나, 남들 앞에서 하는 공연을 준비하거나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유일하게 즐거운 순간은 악기를 사려고 중고 장터를 뒤질 때, 그리고 그 악기를 손에 넣을 때인 것이다. 그 연장선상으로 악기를 사고팔고 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마는 것이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끈기 있게 유지하는 것은 잘 못하는 편이지만, 다행히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따금 해내곤 한다. 요새는 초심으로 돌아가 벌여놓은 악기들을 조금씩 연습하고자, 쉬운 곡들을 골라서 걸음마를 떼듯 연습을 하고 있다. 실력이 초심일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대단히 어려운 곡을 연습할 수 없는 것이 조금 씁쓸하지만, 어쨌든 인테리어의 기능만 하던 악기들로부터 소소하고 심심한 즐거움을 얻어내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연습을 할 때마다 새삼 깨닫는 것은, 오늘 미적거리고 넘어가지 못하는 구간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결국 내일이나 모레면 해낸다는 것, 그것이 멋지다는 것이다. 연습을 반복하면 못 할 것이 없구나, 꾸준한 연습이 답이구나. 지금 나이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진리를 깨달은 듯 생각해 내는 나 자신이 조금 별로기는 한 것 같지만, 좌우지간 요새 연습의 멋짐을 깨닫고 있다. 취미의 즐거움은 장비를 들이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연습을 통한 성취와 성장에서 온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으면, 연습하는 과정 자체가 그렇게 싫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역시 깨닫는다.

 저번 주말에는 핸드폰은 거실에 두고, 방에 들어가 거울 앞에서 악기 연습을 했다. 마디마디를 쪼개서 곡을 연습하는 과정 자체를 즐겼다. 잘 되지 않는 부분은 최대한 연습을 하고, 기타를 놓았다가 잠시 뒤나 다음날 다시 연습을 할 때면 신기하게 잘 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니 꾸준한 연습만이 답이라는 확신을 얻고, 그래서 더 연습을 하고,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살아가는 모든 게 같은 이치일 것이다. 못하던 것을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잘하게 되는 것이고, 연습 끝에 성취가 온다는 확신을 가지고 지루할 수 있는 연습을 해내는 것이리라. 요즘 일상이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소비하는 것으로만 채워지고 있다고 항상 느낀다. 성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그저 순간의 즐거움만 좇는 모습이다. 당장의 즐거움만 추구하는 삶을 살아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뒷걸음만 치게 될 것이다. 심심하고 지루한 것들에서 재미와 성취를 찾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갖고 틈틈이 악기 연습을 했다. 치지 못했던 곡의 1절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금 연습은 확실한 보상을 가져다 준다는 생각이 커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