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무지개 Dec 13. 2018

번개 맞은 나무와 트러플(truffle)의 상관관계

일상 속 에피소드 3. 여름에 내리치는 번개의 묘한 힘 

세상의 많은 농민의 걱정거리는 날씨다. 물론, 시장 가격의 변동으로 수확한 물건 값이 오르내리는 일도 큰 걱정거리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때에 걸맞지 않게 비가 오거나, 반대로 비가 내리지 않거나, 갑자기 폭설이 내리는 날에는 농민의 애간장이 더 타들어간다. 날씨는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근본적인 자연재해이니 말이다. 그렇게 농산물이 잘 자라 주는 조건을 상실하는 급작스러운 날씨 변화는 농민들에게 가장 큰 적이 된다. 


"올해 비가 내리지 않아 농사 망쳤어!"

"관개수로를 잘 조절해야지 농사도 잘 되지."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 사과가 맛있게 익지를 않아!" 

등등의 걱정거리는 흔하게 들은 바 있다. (물론, 이런 것에 관심 없는 이들에게는 먼 나라의 먼 일로 여겨지겠지만...)


그런데 글쓴이가 사는 스페인 비스타베야(Vistabella) 마을의 트러플(truffle, 서양 송로버섯) 농사꾼들의 걱정거리는 일반적인 농사꾼의 걱정과 조금 다르다. 그들은 하늘의 번개를 먼저 생각한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이베리아 참나무는 겨울 땅속에 검은 트러플을 생산해낸다.

여름이 건조하고 낮에는 일시적으로 매우 뜨거운 스페인 고산 평야의 날씨는 소나기가 자주 내리는 특징이 있다. 그것도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소나기가.

 

하지만,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번개와 천둥의 피해가 아니라, '번개와 천둥이 내리지 않는 그런 뜨거운 여름 날씨'였다!!!  


"올여름에 번개가 쳐주지 않아 트러플 농사를 망쳤어!" 하는 푸념의 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곳 사람들에겐 너무나 당연한 걱정거리이지만, 우리가 생각하기엔 이상하고 엉뚱한 걱정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아니, 번개가 트러플 성장에 그렇게 중요한 요소였나요?! 궁금증과 감탄사가 함께 나온다. 물론, 이런 믿음은 지역적인 어떤 민간신앙일 수도 있겠고,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어떤 잘못된 믿음일 수도 있겠다. 


번개란 무엇인가? 하늘 위, 아래에 존재하는 구름 사이에 양전과 음전의 방전 현상으로 전광이 번쩍하며 빠르게 지나가는 빛이 아닌가? 이것은 엄연한 전기 발생이라는 소리이고 전기가 땅에서 솟고, 땅으로 박히고, 하늘 위아래로 떠다니며, 요리조리 움직이며 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많은 과학자, 농학자, 심지어 전자공학 쪽의 엔지니어들이 식물과 전기에 관련된 실험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그들은 전기 재배를 주로 하는데 밭 위에 전선을 달아 전기를 내보내고, 금속 화분에 전기 자극을 주어 식물의 성장을 관찰하는가 하면, 발아되기 전의 씨앗에게도 전기자극을 주어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등의 관찰, 실험을 되풀이하며 결론을 도출해냈다.


상당수의 식물이 빠르게 성장했으며, 열매의 수확량도 증가했다고 한다. 물론, 예외인 식물도 많다. 개개의 식물 하나하나가 다른 전기량을 필요로 하고, 그 양을 정확히 제시할 수 있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게다가 전기를 공급하는 밭농사는 수확량을 증가시킬 수는 있겠지만, 전기세를 내야 하는 부담에서는 벗어날 수 없을 게다.

땅속에서 캐낸 트러플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낸 사실 하나는 식물도 자신에 맞는 주파수가 있다는 유추이다. 모든 동, 식물은 전자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바, 우리는 끌리고, 끌어당기는 인력의 법칙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럴까? 이곳 사람들이 트러플을 생산할 때 번개는 필수라고 생각하는 요인이 아마도 번개를 하나의 성장 촉진제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래서 비스타베야 트러플 농사꾼들은 '여름에 번개 맞은 나무에는 트러플이 잘 자란다'는 믿음이 있다. 여름 내내 물과 전자에너지를 잘 조절하여 성장한 참나무 및 개암나무는 겨울 되면 아주 튼실하고 질이 좋은 트러플을 생산한다고 경험으로 말하고 있다. 


번개는 나무를 찾아간다


고대 그리스, 로마인들은 하늘의 신과 악마가 떡갈나무에 번개를 내리면 시커먼 송로버섯(tuber)이 생긴다고 믿었다. (특히 제우스신은 화가 날 때마다 번개를 날렸다.) 이 송로버섯은 나무(영양), 비(성장분), 흙(땅속), 불(번개), 거대한 대지(토질)의 향이 송두리째 집약된 에센스, 진한 향수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도 트러플 향이 오묘하고 신비한 느낌이 나는구나!) 신과 악마의 열매는 무(無)에서 존재의 기운을 받고, 유(有)라는 존재로 태어난 작은 우주였다.  이 작고 까만 우주는 인간의 입 속으로 들어가면 구석구석까지 그 향을 남기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