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에피소드 5. 트러플 학명(scientific name)
서양 송로버섯, 트러플, 트뤼프, 타르투포...... 그 이름도 다양하다.
국어 국립원 표준어 사전에는 불어로 트뤼프라고 부르길 권장한다. 영어권 영향을 많이 받는 한국인들은 오히려 트러플(truffle)이라는 단어를 더 대중적으로 쓰고 있다. 사실 '송로버섯'은 우리나라 동해안 지방의 소나무가 자라는 모래땅에서 솟아나는 버섯인데, 거기에 '서양'을 붙여 요즘 한국 매체는 전혀 다른 서양 송로버섯을 송로버섯과 같은 뜻으로 쓴다. 사실, 이 트러플은 송로버섯과는 전혀 다르고, 또 소나무와는 상관없는 버섯이다.
비단 이런 서양 송로버섯뿐만 아니라 다른 식물이나 동물 등의 모든 대상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가지가지 이름으로 불려진다. 그런데 지방마다, 나라마다 다른 발음의 이름을 하나로 통합한 이가 있었다. 바로 스웨덴이 낳은 위대한 식물학자, 칼 린네(1707-1778)이다. 우리가 학명(scientific name, 學名)으로 부르는 것이 바로 그가 해낸 작업의 결과이다.
학명(學名)이란 무엇인가? 모든 식물이나 동물은 과로 분류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하여, 과로 나누고, 그리고 그 과에 따라 각기 다른 여러 속으로 나눈 것.
칼 린네의 시대, 1700년 경에는 라틴이 공식 언어여서 학문에 많이 쓰였다. 그래서 그도 식물분류를 위해 유니버셜한 라틴어로 분류했다. '어휴, 할 일도 없었네'하며 한탄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 어렵다는 라틴어로 라틴 생물학 분류를 하는 것이니 말이다. '혹시 그가 성직자가 아니었을까? 이런 지루한 일을 할 사람은 신부 아니면, 목사인데......' 글쓴이는 이런 생각이 미처 정보를 찾아보니...... 사실, 그의 아버지가 목사였다고 한다. 목사 밑에서 자란 자식들, 칼 린네와 그의 동생, 사무엘은 훗날 각각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식물학자, 양봉 학자가 된다. 역시 아버지 영향이 컸던 집안이다.
쉽게 학명을 풀이하면 리크, 양파, 그리고 마늘은 모두 같은 과이고, 양배추와 콜리플라워는 배추과에 속한다. 그리고 종을 분류하는데, 예를 들면 콩(Pisum)은 그 뒤에 종명을 붙여 지중해성 완두콩은 Pisum elatium이라고 하고, 정원용 완두콩은 Pisum sativa라는 학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서양) 송로버섯의 학명은 무엇인가?
Tuber spp.
서양 송로버섯과는 지구 상에 약 70여 개가 있다고 한다. 유럽의 각 나라에서 저마다의 이름을 자랑하며 뽐내는 트러플은 사실 1700년 대 칼 린네의 이름 분류를 시작으로 하나의 이름으로 통합되었다. 그러니 앞서 설명한 트러플(truffle), 넌 누구니?를 반드시 읽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트러플의 학명을 알아두면 업그레이드된 미(味)적 감각을 느낄 것이다.
유럽에서는 각 지방마다 이 서양 송로버섯 이름이 달라 답답한 적이 있지만, 학명을 알아두니 그렇게 편할 수 없다.
"토포나(tofona) 있어요."
"토포나?"
"투버 멜리니스포룸(Tuber melanisporum), 한 덩어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