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단식을 한 적이 있다. 처음 목적은 체중 감량이었으나 난생처음 내 몸을 비우면서 ‘식습관 개선’이라는 더 궁극적인 효과를 경험했다. 3일간의 디톡스로 깨끗해진 몸에 다시 음식물을 넣을 때 마음가짐이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것이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먹는 것이 곧 나’라는 말이 가장 가깝게 실감된 시기라고 할까. 세계의 트렌드를 리드하는 뉴욕은 지금 시대의 코드인 ‘웰니스’가 이미 길가의 가로등만큼 흔하고 당연하게 녹아있다. 여전히 뉴욕시는 과체중 및 비만 인구가 58%에 달하고 있지만, 이 도시에 흡수되어 있는 웰니스 식습관 역시 그에 비례하여 더 진보된 모습을 띠고 있다.
뷰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르버덴(leverden)의 공동창립자이자 ‘뉴요커’라는 수식이 당연한 듯 따라붙는 소영 조는 엄청난 운동 마니아인 동시에 웰니스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먹는 일도 그녀에겐 웰니스의 연장. 건강하게 먹기 위해서는 먼저 내 몸을 파악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그녀 역시 본인의 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는 100% 비건은 아니지만 플랜트 베이스드 푸드를 먹으려고 노력해요. 어릴 때부터 자주 체하고 위가 약한 편이라 워낙 먹는 일에 신경을 많이 써왔죠.” 그녀가 말한 ‘플랜트 베이스드(Plant-Based)’위주의 식생활은 이름 그대로 식물 기반 식품을 기본으로 한다. 동물성 식품뿐 아니라 설탕, 밀가루, 가공된 오일 등의 섭취에도 제한을 둔다. 여기에 단순히 내 몸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가공식품을 배제하고 낙농업이나 축산업이 야기하는 환경오염을 의식해 로컬 식품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식생활이기도 하다. 소화기관이 약한 본인의 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식습관을 지키는 소영 조는 계란과 크림, 치즈, 우유 등의 데어리(dairy) 제품을 섭취한 지도 오래되었다고 고백한다.(아주 높은 등급 우유로 만든 그릭 요구르트를 제외하고) 흔히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인간에게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러 영양학자들의 의견. 전 세계 성인인구 중 우유에 들어있는 유당을 소화할 수 있는 비율이 불과 1/3이라는 사실만 봐도 짐작 가능하지 않은지. ‘유제품을 먹지 않고 어떻게 살까’ 궁금한 이들도 있겠지만, 소영 조처럼 데어리-프리 식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동물성 우유를 대체하는 식물성 우유는 이미 마트의 진열장 한 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녀의 선택은 아몬드 밀크나 오트 밀크. 크림치즈 역시 데어리-프리 밀크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선택한다. “평소 라떼도 아몬드나 오트 밀크로 만든 것을 마시고, 아몬드 밀크 크림치즈를 베이글에 발라 먹어요. 혹시 영양 불균형이 올까 봐 B12는 항상 챙겨 먹고요.” 누군가는 다이어트용으로, 누군가는 미드 속 뉴요커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고 싶어서, 누군가는 그냥 그게 ‘인스타그래머블’해서 만들어 먹는 음식도 뉴요커 소영 조에게는 지극히 몸을 위해 챙기는 메뉴일 뿐이다. 다이어트는 그저 덤으로 얻는 효과. “제가 자주 해 먹는 음식 중 하나는 치아씨드 푸딩이에요. 치아씨드에 아몬드 밀크와 메이플 시럽, 바닐라 익스트랙트를 넣고 냉장고에서 하룻밤 재웁니다. 아침에 잘 섞어준 후 견과류와 코코넛 플레이크, 바나나와 각종 베리를 얹어 자주 먹어요. 치아씨드가 아몬드 밀크를 흡수해 부풀면 젤리같이 변하는데, 맛도 좋고 속도 편안해요. 포만감이 커서 다이어트에도 좋고요.”
The Butcher's Daughter Energy Juice
채식 인구의 비율이 서울보다 훨씬 높은 만큼 뉴욕에는 건강식 메뉴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이나 식료품점도 한국보다 훨씬 많고 다양하다. 그중 소영 조가 즐겨 찾는 비건 레스토랑은 The Bucher’s Daugher. 지금은 뉴욕에 3개의 지점, 캘리포니아 베니스에도 한 곳의 지점을 운영하는 곳으로, 2012년 헤더 티어니(Heather Tierney)가 오픈했다. 아버지는 육류를 취급하는 분이었어도 딸은 채식을 하는 세대의 변화, 또는 시대의 변화를 내포하는 듯한 이름이 흥미롭다. 모든 식재료는 지역 농장에서 재배되는 것을 사용하며, 다양한 샌드위치와 파스타, 크랩 케이크 등 친근한 메뉴로 구성되어 오픈하자마자 뉴욕 맛집으로 등극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단골인 것으로도 유명한 곳. “더 부처스 도터의 스무디와 베지터블 파스타를 좋아해요. 그릭 스타일의 바바 가누쉬(baba ganoush)와 후무스를 즐겨 먹는데, 살짝 태운 가지와 올리브오일을 갈아서 만든 이 디핑 소스를 피타브래드와 함께 먹으면 스모키 한 향이 감돌면서 정말 맛있어요.” 바쁜 점심에 그녀는 아사히 볼을 즐겨 먹는 편. 특히 요즘같이 더운 시즌에 그래놀라와 다양한 베리류, 꿀과 피넛버터를 넣은 아사히볼은 한 끼 식사로도 거뜬하다.
Bonberi Mart: Coconut Rice Noodle, Bibimbop and etc
웨스트 빌리지에 있는 본베리 마트(Bonberi Mart)도 그녀가 자주 찾는 곳이다. 비건 쿠킹 레시피로 책을 낼 만큼 미국에서 인기 있는 니콜 베리(Nicole Berri)가 운영하는 곳으로, 그린 스무디와 글루텐 프리 머핀, 코코넛 쌀국수, 비빔밥 등 창의적이면서도 맛도, 건강도 좋은 메뉴로 가득하다. 소영 조에 의하면 매일 바뀌는 메뉴도 있어 언제 들러도 질리지 않을 정도라고.
맛도 분위기도 좋은 비건 식당이 즐비한 뉴욕. 가장 세련되고 건강해 보이는 뉴요커들로 가득 차 주말 점심이면 빈자리를 찾아보기도 어려운 이곳들은 지금 뉴욕의 웰니스 라이프를 말해주고 있다. 올여름 뉴욕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소영 조의 추천을 따라 메뉴를 정해 보면 어떨까. 도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맛있는 식사를 하고도 속은 편안하며, 나도 모르게 환경에도 일조하게 하는 진정한 웰니스가 당신의 삶에 조용히 스며들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