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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달 안정현 Dec 09. 2017

심리치료 극장으로 초대합니다.

마음 달 심리상담

아동상담 중에 한 아이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 상담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제가 도와주고 싶은 친구가 있어요. 저는 여기 오면 기분이 좋거든요. 그래서 걔도 상담하면 기분이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상담 어떻게 하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아이가 친구를 돕고 싶은 마음이 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도 상담 잘하는 방법이라는 과목은 없습니다. 상담 관련 석사를 졸업하고도 최소 3년 이상의 수련을 받아가면서, 상담 경험이  쌓여가야 가능합니다. 아이가 그 친구를 바꿀 수 없음을 인정하고, 아이에게 친구와 눈을 마주치고 친구의 말을 잘 듣는 것부터 해보라고 했습니다. 


상담심리전문가라고 하면 사람들은 관심을 보입니다.

'어떤 사람이 오느냐? 어떤 문제 때문에 오는 것인지? 무엇을 배우느냐? 힘들지는 않으냐? 나도 배우고 싶었었는데 못했다. 석사는 꼭 해야 하냐? 유망직종이라고 하던데..'

그런데 말입니다. 상담을 배우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상담을  받겠다는 사람들은 찾기 힘듭니다. 용기를 내서 상담을 받으려고 해도 상담사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도 없고, 괜히  마음을 열어보였다가 혼란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상담을 시작하기가 힘듭니다. 


상담에 궁금한 분들에게 필리파 펠리 박사의 심리치료 극장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첫 접수 면접에서 내담자가 문제를 가지고 와서 상담자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과 상담자가 내담자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아주 솔직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심리치료 극장에 등장하는 사람도 사건도 실제는 아닙니다. 제 글도 일반적인 상담사례를 근거로 지어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상담은 비밀유지가 중요합니다. 

심리치료 극장에서 상담자 내담자 모두 첫 만남부터 호감이 가지 않습니다. 상담사도 다른 사람과 동일한 사람입니다. 내담자를 보면서 싫은 감정이 들 수도 있고, 불편한 감정이 들 수도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서 어떤 변화를 이루고 싶으세요?"


상담사 펫은 이렇게 묻습니다.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은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내담자 제임스는 가끔 물건을 슬쩍 훔치게 되는 판사입니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법을 어긴다는 것은 모순적입니다. 이성으로는 그래서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순간 어쩔 수 없습니다. 상담실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많은 정보를 검색해 봐도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문제 때문에 옵니다. 머리는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을  아는데 마음대로 안된다고 합니다.  물건을 훔치는 것, 쇼핑중독, 폭식증, 알코올 중독 다양한 문제가 있습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주호 소문제와 접수 면접에 필요한 내용들  가족관계, 친구관계, 부모와의 관계, 경제력 등을 듣습니다. 


 상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내담자의 기대와 욕구입니다. 그다음이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입니다.


"당신의 도벽을 파헤쳐보기로 하지요. 매주 같은 시간에 오세요. 한번 상담에 60파운드예요. 오지 않아도 비용을 내야 하고, 지각해도 같은 시각에 끝나요. 대기실이 없으니까 일찍 오는 것도 피해 주셨으면 해요. <필리파 페리 박사의 심리치료 극장 중에서>"   


상담에 대한 가장 많은 오해 중 하나가 상담자는 답을 알고 있을 것이고 단번에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상담자는 도벽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훈련을 받은 상담사들은 내담자를  변화시켜드리겠다고 확신시키지 않습니다. 어떤 상담도 단번에 달라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담자가 상담자의 조언을 통해 마술사처럼 문제를 바로 고쳐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상담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만약 단번에 문제를 해결한다는 상담사가 있다면 그는 마술사이지 상담사는 아닙니다.  몸이 약한 사람이 헬스클럽에 트레이너에게 피티를 한번 받고 건강한 사람이 되게 해달 라거나, 글쓰기 학교에 한 번 가서 작가처럼 되기 원하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 증상이 생긴 것에 많은 시간에 걸린 것처럼 마음 근육을 키우는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펫과 제임스  모두의 합의에 의해서 상담 목표를 설정하고 풀어나갑니다. 상담자가 처음 만나서 내담자가 상담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슈퍼비전을 받거나  다른 상담자에게 의뢰해야 합니다. 


상담은 최소 일주일에 한 번 50분, 정해진 시간에 만나며 상담료, 상담 장소가 구조화됩니다. 이렇게 내담자와 상담자의 계약이 성립됩니다. 상담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상담의 내용보다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일상 대화와는 달리 내담자의 침묵을 기다려줍니다.

   상담사는 내담자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을 내담자가 준비되기 전에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상담사가 어린 시절에 대해서 묻는 것은 어린 시절 적합했던 행동 패턴이 현재에는 불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부적응적인 패턴을 유지할 때입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감정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를 묻고, 내담자의 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합니다. 내담자는 상담을 받으면서 혼란스럽기도 하고 상담자와 내담자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갈등이 연생 기기도 합니다.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에서 분노감이 많은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쉽게 화가 나기도 합니다.


제임스는 어린 시절이 완벽했다고 말하지만 실제 부모와 친밀감이 부족했습니다. 어린 시절 제임스의 감정이 중요시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정서를 읽는 법을 알지 못해 충동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제임스는 불쾌한 사건이 생기면 화가 나서 감정을 억눌렀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물건을 훔치고  도취감을 느끼지만 결국 당황스러운 느낌을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아가게 됩니다.


제임스는 다른 행동 패턴을 갖고자 합니다. 불편한 사건이 일어나면 기분이 나쁘거나 당황스럽다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제임스는 감정을 나누거나 표현할 방법을 찾게 됩니다. 이를 연습하고 또 연습합니다. 제임스는 멍해지거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데 알아차려가고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두드리기도 합니다.


제임스는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에게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고,  생기 있는 사람으로 변합니다. 내담자는 상담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낯선 천사보다는 익숙한 악마가 편하다고 원래의 방식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합니다. 제임스의 생각과 행동이 면하고, 타인과의 관계까지 변화합니다. 이제 유머 감각을 가진 제임스는 세상에 대한 친밀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제임스는 상담자인 펫을 이상화하지만 펫은  제임스가 지위도 경제적인 여건도 높고 훌륭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제임스가 도벽이라는 증상만 문제지, 다른  분야에도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담이 끝날 때  상담종결은 펫과 제임스 모두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이고 내담자가 상담자가 필요할 때는 다시 올 수 있습니다. 상담자가 상담 이외의 관계를 맺어가는 것은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상담사과 내담자와 친구가 되거나 이성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심리학회 상담사 윤리규정에 어긋납니다. 내담자와의 비밀유지 원칙을 위해서 만남은 상담실에서만 이루어집니다.


제임스는 도벽 증상을 해결했고, 감정을 편안하게 느끼고 여자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상담에서 증상을 없애는 일에 급급해하지 말고 내 삶에서 버려야 할 부분과 변화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갈등과 위기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누구나 어렵습니다.  현재의 어려움을  나 자신을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살펴본다면  문제는 위기를 가장한 삶의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상담자 펫 또한 제임스의 변화를 통해서 좋은 선물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또한 상담의 목적이 'repair'가 아니라 'creative'한 사람이 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자기답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심리치료를 받는 사람은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대면하는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현재 중심의 접근법이 가진 문제점은 내담자를 훈련하여 자신의 증세를 억제하게 할 순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를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증세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증상만을 다루고 원인을 다루지 않은 상담은 소독하지 않은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것과 같다. 처음엔 반창고가 출혈을 막아주지만, 반창고를 떼어내고 상처를 손보지 않는 한 조직이 죽어버릴 위험이 있다. <필리파 페리 박사의 심리치료 극장 중에서>”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홈페이지 마음달심리상담   

<저서> 나라도 내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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