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 심리상담
엄마를 때리는 아버지, 화가 나면 물건을 부수는 부모, 자녀에게 끊임없이 막말을 퍼붓는 어머니로 인해 힘들다는 이들을 만납니다.
“아빠가 술을 마시면 두렵습니다. 예전처럼 혹시라도 저랑 엄마를 때릴 것 같아 겁이 납니다. 역겨운 술 냄새도 싫습니다. 술을 마시고 아버지가 쿵쿵 거리고 올 때마다 제 가슴은 방망이질해요. 부모를 용서할 수 없는데 같이 사는 것도 싫은데 집을 나가기는 힘들어요. 나가서 살면 돈도 많이 들고 혼자 살아갈 자신도 없고요. 그래서 제 방만이 온전한 은신처입니다.”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첫 대상 부모는 삶에 큰 영향력을 미칩니다. 부모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해서 데이비스 스몰의 바늘땀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입니다.
데이비드는 아버지가 의사인 평범한 가족에서 태어납니다. 가족 분위기는 뭔가 삭막합니다. 그들은 따뜻한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 찬장 문짝을 쿵하고 닫는 엄마와 북을 두드리는 형, 샌드백 치는 아빠 이 모두가 각자 뭔가를 치고 있고, 퉁명스럽고 화 난 듯 보이는 표정입니다. 데이비드는 몸이 아프거나 조용히 거실에서 그림을 그립니다. 엄마는 주인공에게 소리를 지르고 한숨을 쉽니다. 외가에 놀러 갔을 때 데이비드에게 화가 난 외할머니는 주인공의 손에 뜨거운 물을 틀어서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말을 하는 외할머니에게 화가 날 정도였습니다.
데이비드는 목에 혹이 생겼지만 엄마는 귀찮은 일이 생겼다면서 한숨을 쉬고 다른 데 돈 쓸 때가 많다고 합니다. 엄마는 아이의 따뜻한 대상이 되어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수술은 미루어집니다. 3년이 넘어 주인공은 수술을 받게 되고 혹은 제거되지만 목소리를 잃습니다.
목소리를 잃었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주인공이 목소리를 잃었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아동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평균보다 뇌의 크기가 축소되고, 감정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뇌량과 뇌의 해마 부분의 회백질 밀도를 낮게 만든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감정 통제가 되지 않고 충동조절이 힘들거나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하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엇나가기 시작하고 학교를 그만두고 계속 문제를 일으킵니다.
부모는 주인공을 매주 3회 상담실로 보냅니다.
상담실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했던 토끼처럼 생긴 심리상담사는 만납니다.
주인공이 상담사를 만나는 경험은 낯선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타인을 신뢰한 경험이 없는 이들은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힘듭니다. 주인공이 좋아하는 책에 나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시계 토끼와 상담사가 같다는 것은 좋은 징조로 보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주인공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했습니다.
부모와는 다른 대상으로 인지했다는 것이니까요.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교정적 정서 체험이고 새로운 대상관계를 경험함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됩니다.
시계 토끼가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이끌었듯이 상담사는 데이비드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갈 것 같습니다. 상담사는 데이비드에게 진실을 말합니다.
"네, 어머니는 널 사랑하지 않아. 미안하다. 데이비드 하지만 사실이야. 넌 말이 안 되는 세상에 갇혀 살아온 거다. 데이비드, 누구도 네게 사실을 얘기해 준 적이 없었지."
어쩌면 데이비드도 알고 있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실을 직면하게 됩니다. 자유롭게 말할 수 없었던 데이비드는 상담실이 안식처가 됩니다. 공포증과 이해할 수 없는 꿈들도 이야기합니다. 데이비드가 힘든 일을 겪었다고 해서 회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상담사는 너무 말랐다고 뭐라고도 하고 부모에게 듣지 못한 칭찬과 지지도 합니다.. 그리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상담실에서 계속 같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시계토끼는 시간이 되면 데이비드와 이별을 고합니다. 데이비드는 자기가 수준 미달이라고 생각하지만 상담사는 데이비드에게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것도 중요한 사실도 알려줍니다. 오랫동안 상담을 하다 보면 저도 내담자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장점이 뚜렷이 보입니다. 누구에게나 한 달란트 그 이상의 재능이 어둠 속에 숨겨져 있습니다.
내담자는 이후 가족에 관한 진실을 맞닥뜨립니다. 엄마는 이성애자가 아님에도 결혼을 해서 불행했고, 데이비드가 좋아하던 아주머니와 엄마는 애인관계였습니다. 주인공에게 험한 말을 하던 외할머니는 정신적 문제가 있었고, 아버지는 병약하던 주인공에게 잦은 방사선 치료를 해서 내담자가 암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목에 바늘땀이 남은 것입니다.
아프더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상담을 하면서 부모를 미워하면서도 익숙한 환경을 떠나지 못하고 불평하면서도 부모 곁을 맴돌거나, 결혼해서 부모를 떠났지만 정서적으로 밀착되어 부모에 대한 원망을 퍼붓는 이들도 있습니다. 힘든 감정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을 단번에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아야 하는지 경험한 사람만이 알게 됩니다.
데이비드는 열여섯 살에 가족을 떠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예술가들을 만나서 하나의 공동체가 됩니다. 주변의 예술가들은 결함도 있고 엉뚱한 구석도 있지만 대안가족이 되어줍니다.
꿈에 데이비드는 높은 담 벽의 저택에 살고 있고 장난감 자동차를 찾으러 갑니다. 정원 담벼락 사이로 들리는 비질 소리를 듣는데, 비질은 하는 사람은 엄마였습니다. 도착한 곳은 외할머니가 감금된 정신병원이었습니다. 엄마는 데이비드가 외할머니의 길을 따르도록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그 길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데이비드 스몰의 바늘땀이라는 작품은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초반 넓은 집에서 외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던 아이는 자신의 재능인 그림으로 빛나게 됩니다. 바늘땀은 흑백의 거친 그림이지만 데이비드 스몰과 부인 사라 스튜어트가 함께 쓴 리디아의 정원은 아름다운 책입니다.
작가는 내면의 어두운 부분도 밝은 부분도 모두 그의 것으로 통합한 것 같습니다.
또하나의 사실은 북을 두드리던 형은 타악기 연주자가 되어 30년간 플로라도 교향악단에서 활동했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부모와 관계에서 4가지 단계를 밟아갑니다.
첫째, 부모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단계
둘째, 부모와 대립하는 단계
셋째, 부모와 결별하는 독립적인 관계
넷째,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단계
부모를 벗어나 자기실현을 한다는 것이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이 밝고 따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 또한 자신이 할 수 있는 그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 또한 자기실현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늘땀은 누구에게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기억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삶에 바늘땀처럼 아픈 증거가 있더라도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내 몸의 일부분에 난 바늘땀이 있다고 해도 나는 나로서 살수 있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그리고 상담실에서 바늘땀의 주인공처럼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좌절해도 자기 길을 걸어간 이들을 만났습니다. 당신이 부모와의 관계가 풀리지 않더라도 당신도 정서적인 거리를 두고 현재를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아픈 과거가 있더라도 삶에 다른 그림들을 만들어 갈 수 있음을 그를 통해 알게 됩니다. 과거라는 아픈 바늘땀을 갖고 있는 당신에게도 오늘을 살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그리고, 부모가 어떤 삶을 살았던, 내가 어린시절에 어떤 고통을 겪었던
그 길을 따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난 그 길을 따르지 않았다.
난 그 길을 따르지 않았다.
copyright 2017. 마음달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을 졸업하고 정신건강의학과와 대학부설 유료상담센타에서 근무했습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내가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홈페이지 마음달심리상담
과거 부모에게 고통받은 경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면 책 <나라도 내편이 되어야 한다>중에서
"절대로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당신은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