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에서 오남용되는 이슈들에 대해 -1-
북핵 문제에 대해 태영호를 비판한 글에 엉뚱한 리플이 달려서, 일갈을 좀 했지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좀 먼 길을 돌기로 했다. 보다 조금 친절한 마음으로 자세히 풀어 드리기로 했다. 국제정치학을 하는 사람들도 사실 하부 분야인 안보연구에서 사용하는 개념들에 대해 사실 잘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일반인들에게 이를 좀 자세하게 설명하기로 했다.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은 바로 예방공격과 선제공격의 문제이다.
이 둘은 개념적 차이가 매우 유사할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상이한 개념이다. 먼저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은 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적을 상대로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해 이뤄지는 공격[1]이며, 조금 더 디테일하게 설명하면 적이 공격을 결정하거나 공격 징후가 명확한 상황에서 공격이 시작되기 이전에 감행하는공격[2]을 선제공격이라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잭 스나이더는 현존 적부대의 운용과 부대 전개를 저지하기 위해 먼저 취하는 공격 행동을 선제공격이라고 정의하였다[3]. 이를 결국 좀 쉽게 정리해보자면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임박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상대방보다 앞서서 공격하는 것을 선제공격이라 할 수 있다.[4]
예방공격(preventive attack)은 공격하기 가장 유리한 시간에 의도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것[5]으로, 현재 적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지는 않으나 적의 공격 가능성을 사전 제거하기 위해 차원의 공격행동을 예방공격으로 정의[6] 하며 이를 좀 쉽게 설명하자면 전쟁의 발발이 임박하지 않았으나, 가까운 미래에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할 때 위협을 사전제거하기 위한 예방차원에서 공격하는 것을 예방공격이라 한다.[7]
공격의 국제법/규범적인 정당성을 인정받는다는 측면에서 두 개념을 바라본다면, 선제공격은 적의 공격이 명확해졌다는 정황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정당화가 가능하다. 결국 긴급한 상황에서의 자구책으로 인정받으며 실제로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은 선제공격을 ‘공격’의 개념이 아닌 ‘방어’의 한 방법으로 인정한다. 대표적으로 1967년의 이스라엘의 공격은 선제공격의 사례로서 국제사회에서 규범적으로 용납되고 넘어갔으며, 2003년의 이라크 공격 때의 부시 행정부 역시 이라크에 대해서 예방이라는 용어가 아닌 선제라는 용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이라크 공격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였다는 점에서 이렇게 설명 가능하다.
최근의 트럼프 행정부 역시 북한에 대해서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도 기사에서의 발언을[8] 찬찬히 읽어보면 예방공격이 아닌 선제공격을 얘기하고 있다. 허나 언론에서 논의되는 선제공격에 대한 보도나 인식을 살펴보면 확인 가능한 것은 선제공격과 예방공격의 개념을 명백히 혼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선제공격과 예방공격은 이를 실무에서 담당하는 군인들에 있어서는 이러한 개념을 굉장히 엄밀할 정도로 다루는데, 미국에서 이러한 발언을 하였던 사람들의 출신(Vincent Brooks, Michael Mullen)을 고려해 본다면 이들이 이 개념을 혼동해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명백히 그들은 preventive가 아닌 preemptive로 이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이러한 개념을 굉장히 여러 목적에서 혼동해서 사용하고 있다. 태영호의 인터뷰(http://v.media.daum.net/v/20170224112905086)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선제공격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상 예방공격으로 치환해서 설명하는 것을 기사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외교관으로서 이러한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 사람이 이러한 발언을 하고 있다는 것은 조금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선제공격은 공격이 임박한 시점에서 방어적 기제로서 사용되는 것을 선제공격이라 하는데, 이를 미국이 천명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게 있어서 확장억지를 제공할 것을 선언하는 동시에, 동맹의 딜레마의 문제에서 한국이 방기(abandonment)의 딜레마를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이 선제공격을 계속 언급한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저 인터뷰 기사에서 가능/불가능의 문제가 아닌 실제로 그러한 의지가 있고, 그러한 의향을 보여야 만이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지속할 모멘텀이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 의미를 살펴본다면 한국에게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이라는 옵션을 배제하지 않음으로, 확장억지를 제공하고 대신 한국이 핵을 보유하거나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옵션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제시하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이다.
다음 글은 태영호나 여러 탈북자들, 그리고 몇몇 저널리스트로 자칭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핵 강압’에 대해서 쓸 생각이다. 그리고 이를 다룸에 있어서 핵무기의 가장 큰 가치라 할 수 있고 사실상 유일한 기능이라 할 수 있는 핵억지에 대해서도 다루겠다. 앞의 ‘핵 강압’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호도하고 있으며, 개념들을 어떻게 전도해서 쓰고 있는지를 보다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겠다.
[1] Robert, W. Tucker, The Just War:A Study in Contemporary American Doctrine (Baltimore, MD: The Johns HopkinsUniversity Press, 1960), pp.142~143.
[2] Lawrence Freedman, Prevention, Not Preemption, The Washington Quarterly, Vol. 26, No. 2(2003), p.106.
[3] Jack Snyder, Myths of Empire: Domestic Politics and International Ambition(Ithaca, NY: Cornell University Press, 1991), p. 160.
[4] 박준혁, “예방공격과 공격 방어 이론,”군사 제 86호(2013), p. 224.
[5] Tucker, pp. 142-143.
[6] Freedman, p. 106.
[7] 박준혁, p. 225.
[8] https://www.ft.com/content/908fa7e0-eabb-11e6-ba01-119a44939bb6
http://world.kbs.co.kr/english/news/news_In_detail.htm?No=125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