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킷곳곳에 숨어있는 당신을 멋지게 만들어줄 디테일.
비록 양복이 현대 남성의 꾸밈 끝판왕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기성 양복을 구매할 때 생각해야 하는 디테일은 다른 옷에 비해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 물론 주문제작(MTM)의 경우에는 다르지만, 기성복의 경우 브랜드의 MD 혹은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는 법.
다만 지금까지 올렸던 옷 구매 혹은 스타일링 팁처럼, 양복을 구매할 때에도 내가 상대적으로 자신 없는 부분을 옷으로 보완해주는 방법과 조금 더 센스 있어 보이는 그런 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 다룰 것은
체형에 따라 챙길 디테일 3가지, '어깨', '라펠' 그리고 '바지 턱'과
센스 첨가시키는 디테일 2가지, '리얼 버튼'과 '양복 주머니'이다.
그럼 이제부터 알아보자.
다른 옷의 경우 색과 패턴 혹은 옷 자체의 디자인으로 내 단점을 조금이나마 보완하고 가릴 수 있지만, 양복의 경우 통장의 건강이 허락하는 내에서 그런 다양함을 요구하기엔 조금 힘들다. 아웃렛이나 SPA 브랜드 혹은 보세의 옷을 사는 게 아닌 이상 (혹은 여기서 산다고 해도) 최소 30만 원은 드니까.
하지만 양복의 어깨, 라펠 그리고 바지 턱으로 가장 두드러져 보일 수 있는 단점을 보완할 수는 있다.
사실 양복의 어깨뽕, 즉 Pad라는 이 디테일의 경우 어깨가 처지거나 작더라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맞는 말이지만 낮은 가격대로 20대를 겨냥한 브랜드 양복의 경우(오버핏 캐주얼 양복이 아닌 출퇴근 및 경조사용 양복) 다수가 굉장히 슬림한 몸매를 기준으로 양복의 패턴을 만들기 때문에, 작은 암홀, 좁은 어깨로 결과적으로 Divot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정장 어깨가 발사되기 전 로켓 같은 모습을 피하고자 한다면, 재킷을 구매할 때 재킷 '암홀'의 위치가 자신의 팔 크기와 위치에 맞는지를 꼭 신경 쓰자.
만약 어깨가 하늘로 솟는 것이 너무나 걱정이라면 패드가 적게 들어가거나 아니면 아예 없는 재킷, 첫 양복 글에서 언급한 '언컨'을 추천한다.
필자는 신체적 특성 덕분에 패드가 들어간 기존의 양복을 입을 경우 조금이라도 활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순간 한층 어깨춤 일인자가 될 수 있는 파워숄더가 된다. 하지만 패드가 없는 '언컨'의 경우 암홀의 크기와 위치에 상관없이(물론 높거나 작으면 불편한 건 매한가지) 자연스러운 어깨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물론 언컨의 단점은 기존의 정장이 지닌 '예의바름'의 이미지가 좀 덜하다는 것이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 정도의 예의를 차려야 하는 곳이라면 대통령과 함께하는 오찬, 만찬 정도뿐임으로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만약 이런 경우가 있다면 당장 연락해라.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주겠다.)
결국 역삼각형의 몸매에 태평양 같은 어깨(등)를 자랑한다면 '암홀의 크기와 위치'를 생각하고 어깨가 아래로 처져있는 하견의 경우엔 '어깨 패드'를 생각하자.
본디 라펠은 양복 카라의 아랫부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이 양복의 카라 부분을 전체적으로 통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냥 전체적으로 라펠이라고 부르는 게 편하기도 하니 나누지 않고 '라펠'로 통칭하자. 중요한 건 라펠은 당신의 '얼굴 크기'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마법의 부위라는 것. 라펠의 '상대적 크기'를 활용해 착용자의 얼굴 크기를 상대적으로 작게 만들어 주는데,
이렇게 라펠로 신체적 특징을 보완하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잘하는 이탈리아의 부자이자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라포 엘칸(Lapo Elkann)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크고 긴 얼굴을 보완하는 스타일의 옷을 아주 잘 입기로 유명한 이 사람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넓은 라펠'이다. 파파라치의 사진 기술 혹은 기자들의 사진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타고난 크기는 감출 수 없지만, 그는 화려한 색과 크고 넓은 라펠을 활용해서 자신의 얼굴 크기를 가리곤 한다. 가끔 보면 어깨의 반 이상을 라펠이 덮고 있을 때도 있을 정도로.
한 가지 더, 당신이 사진을 자세히 봤다면 그의 라펠이 넓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매번 하늘 위로 찌를 듯한 '피크드 라펠(peaked lapel)'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아래로 내려오는 노치드 라펠(notched lapel) 과는 다르게, 피크드 라펠의 경우 위쪽 카라와 동일 선상으로 올라가면서 조금 더 '화려함' 혹은 '넓음'을 보여줄 수 있다.
다시 말해 과감하게 나의 라펠을 호남평야처럼 넓히는 게 조금 부담스럽다면 일단 피크드 라펠로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 그러니 만약 당신의 얼굴이 길고 크다면 기억하자, '넓고 뾰족한 라펠은 내 얼굴 크기를 줄여준다.'
물론 단점 혹은 신경 써야 하는 점은 다름 아닌 어깨가 조금 좁아 보일 수 있다는 것과 기성복에서 호남평야 같은 넓은 라펠을 찾기는 어렵다는 것. 하지만 어깨가 좁아 보인다는 단점보다 얼굴이 작아 보이는 장점이 커질 수 있으니 만약 당신이 큰 얼굴에 컴플렉스를 갖고 있다면 과감하게 넓은 라펠이 달린 옷을 시도해보도록 하자. 기성복의 라펠은 다수가 '너치드'와 '슬림'한 크기지만 상대적으로 넓고 혹은 피크드가 있는 제품들도 충분히 있다. 찾기가 너무 힘들다면 싱글 브레스티드의 수트보다 더블 브레스티드를 한번 시도해보자, 상대적으로 조금 더 넓다.
요즘 이런 디테일의 바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흔히 '원턱' '투 턱'이렇게 이야기하는 이 디테일의 경우, Pleated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주름을 잡은' 부위라는 뜻이다. 주름이 없는 슬랙스 혹은 치노의 경우 바지의 윗부분 원단이 보이는 만큼만 담을 수 있기 때문에 튼실한 하체의 경우 굉장히 타이트하고 불편하다. 반면에 주름(Pleated)이 있는 경우, 주름의 용량만큼 바지가 움직임에 맞춰서 늘어났다 줄었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착용자에게 한층 쾌적한 착용감을 선사한다. 또한 움직임에 따라서 벌어지기 때문에 주름이 펴지지 않았을 경우 사이즈의 속임수도 살짝 가능하다.
만약 당신의 하체가 (특히나 엉덩이~허벅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이 튼실하다면 이 플리츠 디테일이 들어간 것을 눈여겨보고 구매하자. 주름이 하나여도 좋고, 두 개면 더 편하다. 입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그리고 편안한 스타일을 구매하자.
물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다름 아닌 핏. 주름(혹은 턱)을 몇 개를 잡든 상관은 없지만 만약 당신이 신체적인 단점을 보완하는 '센스'로 주름을 잡은 것이라면 최대한 '테이퍼드 핏'으로 입자. 아래로 갈수록 줄어드는 핏과 너무 길지 않은 기장(되도록이면 발목 부근)으로 입는다면 92년도 김대리가 아닌, 2020년 옷 잘 입는 김대리가 될 테니까.
어깨부터 바지 끝단에 이르기까지 생각지도 못하는 다양한 장난기 가득한 디테일이 있지만, 이 중에서도 리얼 버튼과 양복 주머니(포켓) 디테일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리얼 버튼 혹은 서전 커프스(Surgeon's Cuffs) 혹은 워킹 버튼홀(Working buttonhole)이라고도 다양하게 불리는 이 디테일은 요즘엔 기성복의 수트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디테일이다. 물론 간단하게 말하면 재킷의 소맷단을 접어 올릴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노타이의 셔츠를 입고 치노 팬츠(면바지) 혹은 청바지에 재킷을 걸쳤을 때 살짝 접어 올린 리얼 버튼의 센스는, 봄가을 같은 간절기에 남성미와 캐주얼함을 함께 챙길 수 있는 디테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디테일의 경우, 재킷이 겉옷이 아닌 현재의 '셔츠' 같은 위치에 있던 과거에 (당시엔 마무리로 코트를 입었고 셔츠는 속옷이었다.) 의사(surgeon)가 수술을 할 때 소매를 겉어 올리기 위한 소매의 디테일이었다. 즉 활동성을 조금 더 챙기기 위한(그리고 그들의 지위를 보여주기 위한) 디테일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이 디테일은 활동성을 챙기기 위해서 들어가기보단, 더 정교하게 재킷을 제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디테일로 취급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추천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요즘 내가 양복 입는다고 내 지위가 한층 올라가던가? 이 디테일을 추천하는 이유는 센스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신이 셔츠와 타이까지 갖춘 전형적인 한벌의 정장을 입었을 경우 소맷단을 접어 올리는 일보다 그대로 두는 상황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벌 정장을 차려입는 시기는 적고 데이트, 소개팅 혹은 출근을 위한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는 시기가 더 많은 요즘, 만약 당신이 데이트나 소개팅을 나가야 한다면 한 번쯤 살짝 겉어 올려 보자. 센스는 생각보다 작은 곳에서 나온다.
행커치프를 넣는 앞섬 주머니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주머니를 포함한다면 이 주머니의 디테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크게 없다. 포켓의 디테일이 꼭 양복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포켓의 모양에 따라 재킷의 전체적인 느낌이 달라지는 건 사실이다.
앞섬의 포켓을 제외하고 이야기하자면 총 3개의 디테일과 1개의 추가적인 디테일이 있다. 캐주얼함을 살릴 수 있는 '패치포켓 (Patch pocket)', 디너파티 같은 곳에 어울릴 법한 클래식함의 정수 '비점 포켓(Besom pocket 혹은 제티드 포켓 Jetted pocket)', 가장 무난한 '플랩 포켓(Flap pocket)' 그리고 거스름돈, 티켓에서 유래된 '티켓 포켓(Ticket pocket 혹은 Change pocket)'.
패치 포켓의 경우 아웃 포켓이라고도 불리는 이 주머니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킷에 그대로 주머니를 붙인(Patch) 모습의 디테일이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재킷에 주머니로 캐주얼한 느낌을 첨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것을 달리 말하자면, 예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재킷이 될 수 있다는 점. (물론 우리나라에서 이거 신경 쓰는 사람은 크게 없다.)
이 패치 포켓과는 다르게 비점 포켓 혹은 제티드 포켓으로 나오는 경우엔 캐주얼보단 고급스러움과 기술적인 면모(위에 붙이는 것보다 사이에 주머니를 만드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우니)를 자랑할 수 있는 포켓이다. 하지만, 현대의 기성복, 특히나 한국의 정장 브랜드에선 비점 포켓으로만 나오는 경우는 조금 드물다. 하나의 재킷으로 다양한 TPO를 맞추기 위해서 주로 플랩 포켓의 옵션으로 나오며, 플랩 부분을 안으로 넣으면 비점 포켓이 되게 디자인되어서 나오기 때문. 즉, 처음에도 말한 것처럼 다수의 기성 양복은 실용적인 디자인을 차용한다.
플랩 포켓 디테일은 사실 가장 무난하고 또 어디서든 단정한 이미지의 양복을 만드는데 일조한다. 한국인의 식탁에 올라오는 밥에 김치 같은 조화라고 할까? 물론 이걸 바꿔 말하자면 특별한 점 없는 옷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쁜 것은 아니다. 처음 양복을 구매하고, 경조사 및 다양한 상황에 입어야 한다면 플랩 포켓의 재킷을 구매하자.
위의 3가지와는 다르게, 플러스 디테일로 티켓 포켓 혹은 체인지 포켓이라고 불리는 주머니가 있다. 영국식 양복의 특징 중 하나로, 과거 영국에서 버스 티켓이나 잔돈을 넣어두기 위한 주머니에서 시작된 디테일인데... 사실 기성복에서 나오는 이 작은 포켓은 실용성이 그다지 높지 못하다.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고, 또 만약 기장이 짧은 재킷이라면 사족과도 같은 디테일이라 부적절하다고 본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 작은 포켓의 디테일을 꼭 챙기고 싶다면 막지는 않겠다.
출근할 때 입어야 해서, 결혼식에 운동복 입을 순 없고, 장례식에 예의 없는 놈이 될 순 없으니 입기도 하지만 나의 매력을 뽐내고 싶어서 누구보다 양복을 자연스럽게 입고 싶고, 치명적인 매력을 자랑하고 싶은 우리가 아닌가? 향수를 몸에 바르는 것보다 중요 부위에 한두 번 뿌려야 은은하게 퍼지듯, 작지만 중요한 디테일을 통해서 매력을 한번 발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