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를 맨다면 단정함을, 앞섬 단추를 두 개 이상 풀면 야성미와 자유로움을 보여줄 수 있다. 은근히 여성들이 팔을 걷어 올려 슬쩍 힘줄이 보이는 그 모습을 좋아한다. 세탁은 귀찮다. 입으면 몸이 조금 불편하다.
'셔츠' 혹은 '남방'이라는 말을 했을 때 떠오르는 그런 통념이다.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셔츠를 입기 시작한 것은, 1895년 고종의 '육군 복장 규칙'의 제례 이후다. 이후 1919년도의 합병 전까지 고종의 '대례복'이 대중에게 노출되면서 서구식 복식이 사람들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1916년 종로의 양복점을 시작으로 '~라사'로 시작되는 양복점, 양장점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양복을 입는 것이 매국의 상징으로 느껴졌지만, 근대화에 대한 필요성을 깨닫고 난 뒤에는 모든 사람들이 양복을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우리는 '셔츠'를 입기 시작했다
임정 국무원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120년의 양복과 한국의 서양 복식 도입에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쓴 건 아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직장인의 친구인 '셔츠'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셔츠의 원래 용도는 속옷이었다. 17세기 비싼 원단으로 만들어진 조끼나 프록코트(오만과 편견 같은 곳에서 다아시 씨가 겉에 입는 그런 코트)가 땀이나 인체의 분비물로 인해서 더럽혀지고 삭는 걸 막기 위해 속에 입던 그런 옷이었다. 또 지금처럼 앞섬을 단추로 여미는 게 아닌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넣어 입는 현재의 티셔츠 같은 위치였다.
17세기 셔츠의 모습 (출처: Miss Hendire's Workbook)
그렇기 때문에 주로 식물성 원단, 그중에서도 린넨으로 주로 만들어졌다. 비용이 저렴하면서 세탁이나 관리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하지만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런 단순 속옷의 위치에서 '옷'의 위치로 인정받기 시작한다, 바로 '댄디즘'의 창시자인 조지 브라이언 '보(Beau/불어로 멋진 이라는 뜻이다.)' 브루멜 덕분에.
멋쟁이 브루멜, 바로 이 사람이다. (출처: Wikipedia)
당시 부르주아의 등장과 자본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물질주의가 만연했던 유럽에서 멋쟁이 브루멜은 속옷인 셔츠부터 신경 써서 입으며 몸에 잘 맞게 제단 된 옷을 통해 깔끔한 멋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브루멜을 시작으로 이 '댄디즘’이 영국 상류 계층과 유럽 전역으로 퍼지며, 속옷이었던 셔츠는 '잘 차려입은 신사'가 꼭 갖춰야 할 옷이 되었다.
화려한 옷에서 단순하지만 깔끔하게 입는 것이 '신사'의 덕목이 되었다. (출처: Style Sage, 'Why You Should Be Thanking Beau Brummell')
하지만, 깔끔한 흰색 셔츠를 입는다는 건 다시 말해 이를 유지할 수 있다는 돈이 있다는 뜻이며 또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지금도 흰색 셔츠는 한 번, 두 번만 입더라도 바로 빨지 않으면 변색이 쉽게 되는데 그때는 오죽했을까. 이는 19세기를 넘어 세탁의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기 전까지 지속되어 왔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 육체노동을 하는 이들은 이러한 흰색 셔츠를 입을 수 없었고 자주 세탁을 하지 않더라도 색변이 눈에 띄지 않는 원단인 '샴브레이'와 '데님'등의 푸른색 원단으로 셔츠를 만들어 입었다. 대충 여기서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알아챘겠지만, 이것이 현재 고위 사무직을 일컫는 '화이트 칼라'와 노동 계층을 일컫는 '블루 칼라'의 유래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은 그저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듣고 웃어넘기면 된다. 이젠 샴브레이 셔츠 입었다고 해서 육체 노동자라고 말하지도 않고, 화이트 셔츠에 타이 하고 있다고 해서 고위 공무원이라고 보지도 않으니까. 다만 같은 흰색 셔츠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입었느냐에 따라서 보는 이의 가슴에 치명적인 남성이 될 수도, 보는 이의 안구에 치명적인 남성이 될 수도 있다는 건 변함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브루멜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가져와야 할 것은 셔츠를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입을 수 있는가이다.
자신에게 잘 맞는 사이즈와 카라(Collar)에 따른 스타일,
당신이 브루멜처럼 셔츠를 깔끔하게 입고 싶다면 알고 있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다.
셔츠는 너무 커도 혹은 너무 작아도 안된다.
오버핏 셔츠가 아닌 이상 당신이 셔츠를 입었을 때 가장 좋은 사이즈는
1. 가장 윗 단추를 묶었을 때 목에 검지가 손쉽게 들어가고
2. 셔츠의 어깨선은 어깨의 가장 위에 위치
3. 가슴께는 탄탄하게 펴지되, 달라붙지 않고 여유가 있어야 하고
4. 셔츠의 팔 기장은 재킷의 팔 기장보다 1.5센티 길게
5. 암홀에 여유가 있어 팔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어야 가장 좋은 사이즈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맞춤이 아닌 기성복의 경우 무엇인가 하나는 빠질 수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사람의 몸에 적절하게 맞게 만들어진 기성복의 특성상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니까. (우리가 모두 역삼각형의 마네킹 몸매는 아니니까)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셔츠의 사이즈 실측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셔츠를 한번 맞춰 보는 것이다. (물론 몸의 극단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맞춤 셔츠의 가격은 물론 부담스러울 수 있다. 10만 원이 훌쩍 넘을 테니까. 다만 한 번의 투자로 향 후 나의 셔츠 사이즈에 대한 개념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옷장에 고이 모셔둘 셔츠 5벌 구매할 돈으로 잘 맞는 셔츠 한벌 구매하는 게 훨씬 좋으니까.) 맞춤 셔츠를 구매하는 것에 부담이 된다면 언제나 그렇듯 나에게 잘 맞는 셔츠의 실측을 재어두자. 그리고 구매하기 전에 꼭 한 번씩 실측 정보를 확인하자.
카라(Collar)에 따라 셔츠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사이즈는 사실 모든 옷의 공통적인 중요한 점이다. 이번 글에서 읽는 독자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다름 아닌 카라의 차이다. 우리는 '셔츠'라는 이름으로 퉁 쳐서 말하고 있지만, 그 셔츠 속에는 수백 가지의 다양한 디테일이 있고, 그중에서도 눈에 가장 띄고 모양에 따라 분위기를 다르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셔츠의 '카라(혹은 칼라)'이기 때문.
이 많은 게 다 셔츠 칼라다. (출처: Tumblr, "Before it fatdes")
지금 현재 많은 이들에게 대중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카라의 스타일만 해도 레귤러, 와이드, 세미 와이드, 버튼다운, 커터웨이, 오픈, 원피스 카라, 차이나 카라(만다린), 클레릭 등 굉장히 다양하다. 이 모든 칼라의 종류를 분석하고 세밀하게 나누자니, 백과사전도 아니고 읽다 지쳐서 스크롤 내릴 당신을 생각한다면 썩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 설명하겠다.
첫 번째로 레귤러.
레귤러, 스트레이트 포인트 혹은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이 종류의 카라는 정말 말 그대로 가장 무난하면서 모든 곳에 다 활용되는 그런 카라라고 볼 수 있다. 그냥 단순하게 셔츠 입은 남자를 떠올면 된다.
레귤러 카라의 형상화. 가장 자주 그리고 많이 볼 수 있는 카라다. (출처: Paul Frederick, "Let’s discover the difference...")
그래서 너무나 범위가 넓은 나머지 사실상 레귤러가 아닌 다른 스타일임에도 '레귤러'라는 이름을 붙이곤 하는데, 세밀하게 분류하자면 카라의 포인트가 아래쪽으로 가 있을 때 레귤러/스트레이트 포인트/클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게 레귤러/스트레이트 포인트/클래식이다. (출처: Proper Cloth)
해당 카라의 장점은 언제 어디든 상관없이 어울린다는 점.
타이를 해야 진정한 멋을 뽐낼 수 있는 카라가 있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셔츠의 카라도 있지만 이 레귤러는 어디에나 어울린다. 말 그대로 전천후. 그래서 맨 처음 사는 셔츠를 추천할 때에도 레귤러 카라의 화이트 셔츠를 추천한다. 물론 레귤러에도 약간의 변주는 가능하다. 그리고 이 변주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다름 아닌 '버튼다운'이라고 볼 수 있다.
레귤러 카라의 셔츠에 활동성과 기능성을 부여한 '버튼다운'(출처: Proper Cloth)
예전 폴로 선수들이 경기를 하며 펄럭이는 카라를 옷에 고정시키기 위해 처음 개발된 버튼 다운 디테일은 처음에는 운동을 위한 디테일이었지만 미국 아이비리그 스타일, 프레피룩에서 이 셔츠에 타이를 메기 시작하며 '버튼 다운 셔츠와 타이'의 조합은 미국 클래식의 대표로 발전되었다.
버튼다운 옥스퍼드 셔츠, 소속을 상징하는 타이와 재킷. 랄프로렌 룩북에서 많이 본 것 같은 그 룩이다. (출처: Pinterest)
버튼 다운 셔츠의 대부분은 카라가 드레스 셔츠와 다르게 빳빳하지 않고 힘이 없는 것들이 대부분인 이유도 폴로 선수들을 위한 옷에서 유래되었기 때문. 빳빳한 카라 있는 셔츠 입고 말 타다 보면 다들 목이 까질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드레스 셔츠의 그 빳빳함을 견디지 못하겠지만 셔츠를 입고 싶다면 버튼다운 셔츠 위주로 꾸며보자. 물론 빳빳함이 없어서 드레스 셔츠 칼라의 그 단정함과 격식을 차린 이미지는 없을 수 있다. 최근 레트로의 열풍과 더불어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 프레피/아이비 룩의 트렌드로 버튼 다운 레귤러 카라에 타이를 메는 스타일이 남성 클래식 복식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으니 이러한 룩을 따라 잡기도 더 쉬울 것이다.
두 번째로 와이드.
2014~2015년도 무렵, 남성의 양복이 트렌드를 타고 당시 개봉한 영국 복식의 최강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영화 킹스맨이 떠오르면서 함께 급부상했던 셔츠의 카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전에도 아는 사람들은 알고, 챙기던 사람들은 챙겼던 디테일의 카라지만 저 무렵을 지나고 나서부터 많은 이들에게 양 옆으로 넓게 펼쳐진 카라, 와이드 카라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왜 레귤러가 아닌 와이드였을까? 이유는 와이드 카라가 타이와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위에 보이는 스트라이프 셔츠의 카라가 Windsor Spread Collar, 와이드 칼라다. (출처: Dmarge, "A Complete Guide for Shirts...")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와이드 카라의 영국식 이름은 Windsor Spread Collar. 맞다, 남성의 복식을 논할 때 절대로 빠지지 않는 그 사람인 윈저공의 셔츠 카라에서 따온 것이다.
윈저 카라와 윈저 노트, 그리고 특유의 낮은 단추까지. (출처: 나무 위키)
사실 Spread Collar 자체가 영국의 전통적인 양복용 셔츠 카라라고 볼 수 있다. Windsor Spread Collar보다 조금 더 각도가 벌어져 있는 영국의 전통적인 양복용 셔츠 카라, English Spread Collar에 타이를 메는 것이(Properly knotted tie) 흔히 말하는 영국식 양복의 기본사항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와이드(Windsor, English 모두)는 타이를 했을 때 가장 잘 어울리고 타이를 하는 장소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이를 하지 않은 와이드 카라의 셔츠는 살짝 목 부근이 허전해 보일 수 있다.
요렇게. (출처: Ninesparis)
물론 와이드 카라가 단순히 두 가지, Windsor와 English만 있는 것은 아니다. Windsor, Jermyn, Varsity, English, Cutaway, Extreme Cutaway로 따로 나뉘게 되는데 이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카라의 각도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격식을 갖추는 셔츠가 된다는 것.
좌측부터 Windsor, Jermyn, Varsity, English, Cutaway, Extreme Cutaway. 미묘하지만 차이가 있다. (출처: Paul Frederick)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와이드 카라의 경우 대부분 Windsor와 English 그리고 Cutaway다. 대부분 English와 Cutaway를 '와이드'로 통칭해서 부르고, Windsor를 '세미 와이드'로 부르곤 한다.
Cutaway는 주로 격식을 차리는 예랑이의 예복에 어울리고, English는 중요 업무 미팅 혹은 프레젠테이션 같은 격식을 차리면 좋은 자리, Windsor는 상대적으로 조금 덜 격식을 차려도 되지만 타이를 해야 하는 자리에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Jermyn과 Varsity가 국내에서 잘 안 보이는 이유는, 카라 부근에 미묘하게 져있는 커브가 구현하는 것이 아무래도 어렵고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영국 브랜드 혹은 영국 내의 테일러를 제외한 해외에서는 크게 선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위의 두 가지가 Windsor와 시각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만들 이유가 없기도 하다.
와이드 카라 역시 레귤러의 버튼다운처럼 잘 어울리고, 격식을 차리되 따분한 반복을 방지하는 변주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클레릭 카라' 혹은 'Contrast Collar'이다.
클레릭 셔츠의 정석적인 모습. (출처: Viola Milano)
와이드 카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변주 중 하나로써, 카라와 커프스(손목)만 흰색으로 바꾼 셔츠다. 다양한 유래가 있지만 성직자의 셔츠 목 부근에 있는 배색의 디테일을 따왔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클레릭 카라 셔츠의 경우 일반 와이드보다 조금 더 격식을 차리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단일 제품보다 정장 그리고 타이와 함께 매치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카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서스펜더까지 할 필욘 없다. (출처: Carlton Men's Club(좌), Deo Veritas(우))
마지막으로 기타 다양한 카라.
기타로 한 군데에 모으기엔 약간 어폐가 있지만, 레귤러가 무난하고 와이드가 격식을 차린다면 나머지 하나는 약간의 자유로움을 보여줄 수 있는 카라를 모아봤다. 가장 먼저 '남방'이라는 어원이 생기게 만들어준 하와이안 셔츠와 잘 어울리는 카라, 오픈카라(칼라)다.
바로 이거. (출처: Glasswingshop)
이젠 여름에 너무나 익숙한 오픈카라의 셔츠. 본래 오픈카라(open collar)의 의미는 '타이를 메지 않은 셔츠'를 말하는데 이는 즉,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스타일이 아닌 그냥 레귤러/와이드 등의 카라에서 타이만 뺀 모습을 일컫는 말이 '오픈카라'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픈 카라가 아닌 해당 카라의 본래 이름은 'Camp Collar'이다. (물론 Pyjama collar, safari collar, aloha shirts 등 모 연예인의 별명처럼 이름만이 수백 가지다.) 이 Camp collar 혹은 오픈카라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곳은 필리핀과 쿠바로 말이 나뉘지만, 1950년도 미국에서 시작된 Camp collar shirts가 현재의 오픈카라 셔츠 유행의 시초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오픈카라는 쿠바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본래 Camp collar 셔츠는 본래 강한 햇빛 아래에서 일하는 쿠바의 노동자 계층이 착용하는 전통적인 옷, Guayabera(구아야베라)에서 시작되었다.
이게 guayabera다. (출처: Kohls)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오픈칼라 셔츠가 갖고 있는 넉넉한 실루엣과 넓은 칼라는 이 구아야베라의 특징에서 유래된 것으로, 1930년도 미국에서 이 구아야베라의 스타일을 가져온 camp collar 셔츠가 남성 캐주얼 셔츠로 소개되며 처음 등장하였다. 이후 1950년도에 고향을 떠나 미국 마이애미 등지에 정착하기 시작한 쿠바 사람들이 착용하며 미국에 퍼지기 시작했고, 이후 해당 셔츠는 헤밍웨이, 마틴 루터 킹,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하여 할리우드의 배우들이 착용하며 유행하기 시작했다.
제임스 본드도 입는다. (출처: The Helm, "The history of the camp collar")
이 유행은 세계 대전과 미디어를 통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는데, 덕분에 동양권에서도 해당 스타일의 셔츠가 알려졌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 Camp collar shirts에서 유래된 게 우리에게 친숙한 '남방'이라는 것. 물론 남방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의 주장이 있는데 하나는 일본어 난방(なんばん), 즉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라는 뜻의 단어에서 유래되었다는 것과 정말 남쪽 지방의 사람들이 입었던 옷이어서 남방이라는 부른다는 두 가지 유래가 있다. 무엇이 되었던, 우리에게 알려진 '오픈카라'는 격식보단 활동과 기능이 먼저였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
이러한 오픈칼라와 비슷하게 앞섬이 열려있지만, 이와는 다르게 클래식하고 정장 재킷과 함께 할 때 가장 멋진 카라도 있다. 다름 아닌 '원피스 카라(One piece Collar)'다.
이 칼라의 셔츠.
오픈칼라와 비슷한 시기에 떠오른 스타일로 20세기 중반 1940년대의 할리우드 유명 배우 개리 쿠퍼가 애용하게 되면서 유행을 타게 된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쿠퍼 카라Cooper Collar로도 알려져 있고, Windsor Collar처럼 유명인의 이름이 붙은 몇 안 되는 스타일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아저씨가 그 유명한 Gary Cooper 시다. (출처: Made suit Singapore Tailor)
쿠퍼씨가 자주 착용해서 이름이 붙었다지만, One piece collar라는 이름은 사실 제작 방법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본래 셔츠는 몸통과 팔(본판), 커프스(소매) 그리고 카라로 나뉘어서 제작된다. 클레릭 셔츠에서 볼 수 있다시피 대부분의 셔츠들은 카라와 커프스 부분은 따로 붙여 제작된다. 하지만 이 원피스 카라의 경우 몸과 카라를 하나의 원단(One Piece)에서 재단하여 만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옷의 패턴을 만드는 것이 여타 셔츠보다 더 어렵고, 이를 잘 만든다는 것은 제단사의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젠 공장에서도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보급이 되긴 했지만, 따로 붙인 카라와는 다르게 카라의 자연스러운 굴림과 몸판과 연결이 되어 있어서 따로 풀을 먹이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튼튼하게 서있다는 장점 때문에 클래식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여름에 해당 제품을 애용하곤 한다.
이렇게 (출처: Deo Veritas) 또한, 오픈카라 셔츠와는 다르게 단정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에, 당신의 목이 조금 굵은 편이라 보통의 셔츠를 입었을 때 목이 너무 답답해 보인다면(혹은 정말 답답하다면) 여름이 아니어도 한번쯤 정장을 입을 때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겨울과 늦가을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다 잘 어울리고, 겨울이나 늦가을에 입고자 한다면 작은 스카프를 통해 목을 감사 주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목이 다시 답답해지겠지만.) 또한 여름에 단품으로 입었을 때에는 오픈카라 셔츠의 캐주얼한 느낌과는 다르게 클래식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정장에 원피스 카라 셔츠를 입는 것도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셔츠라는 옷의 특성상 모든 스타일의 카라가 서양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유래되어 왔지만 단 하나, 차이나 카라(Mandarin/Band/Standing/Choker collar)의 경우엔 이 반대다.
이젠 너무나 익숙해진 차이나(Mandarin) 카라(출처: NIne Paris)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 차이나 카라의 경우 청나라의 령 혹은 깃이라 불리는 디테일을 따왔다는 유래도 있고, 인도의 achkan 혹은 sherwani라는 복식의 깃에서 따왔다는 유래도 있다.(후자의 경우 Nehru Collar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엇이 되었던 눈여겨볼 것은 '서양이 아닌 동양의 복식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이는 구조상 서양 복식의 기본인 타이와는 어울리지 않고 물리적으로도 하지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편안하거나 혹은 격한 활동을 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되었다. 물론, 지금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이들이나 혹은 편안한 셔츠를 찾는 이들이 많이 입고 있다. 또, 이 스타일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옷 중 하나가 활동성이 중요한 '군복(전투복)'이다. 한국군의 디지털 군복과 미군의 ACU, 영국군의 MTP 등 대부분의 전투복들은 벨크로로 연결되어 목을 가릴 수 있는 차이나 카라의 형식을 띄고 있다.
가장 왼쪽부터. 국군 디지털 전투복, 미군 ACU, 영국군 MTP
물론 서양에도 이와 비슷하게 생긴 Roman collar가 있는데, 이는 신부님 수단(강동원이 입은 그 신부님 옷의 이름)에 들어가 있는 칼라다.(요즘엔 종교계 인사들이 입는 간소화된 셔츠에도 붙어 나온다) 생긴 건 비슷하지만 유래는 16세기 유럽에서 신부와 일반인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옷의 디테일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앞서 설명한 차이나 카라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혹시나, 신부님의 수단이 중국에서 유래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은 하지 말길 바란다.
이건 다른 거다.(출처: Aleteia, "why do priest wear white coll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