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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씨 Aug 20. 2021

왕족, 학생, 정치가, 군인 그리고 수도승

옥스포드, 더비, 블러처 그리고 몽크 스트랩

대학생과 왕족의 신발이 예의 바름의 상징이 되기 까지, 옥스포드/발모럴

사촌의 결혼식, 면접 혹은 장례식 등 어딘가 예의를 갖춰야 할 때 당신도 모르게 손이 가는 그런 단정하고 예의 바른 구두가 다름 아닌 옥스포드일 것이다. 구두의 생김새부터 착용자의 발을 단단하게 잡아주며 예의바름을 모양 그 자체로 표현하는 그런 구두니까. 옥스포드가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는 사실 그 유래에 있다.


가장 기본적인 옥스퍼드의 모습. (출처: John Lobb)


옥스포드의 경우 처음에는 발모럴Balmoral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는 영국 왕족의 휴양지인 스코틀랜드 애버딘 지방의 발모럴 성Balmoral Castle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이다. 발모럴 성에서 사냥 등을 즐기며 여름휴가를 보내던 알버트 대공이 매번 단추를 잠그고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사냥용 부츠가 너무 답답하여 그 지역의 구두 공방에 해당 신발의 개발을 요구했다고 한다. 그렇게 생겨난 것이 발모럴 혹은 옥스포드 슈즈의 첫 등장이다. 물론, 구두 공방은 이 왕족의 신발을 계속 따라 만들면서 발모럴 슈즈를 생산하여 지역 내에서 유행을 시켰다고 한다.


이후, 애버딘과 멀리 떨어진 남쪽 잉글랜드의 옥스포드 대학생들도 대공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위급 인원들이 모여있던 옥스포드 대학은, 평상시에도 예를 갖추며 신고 다녔던 부츠는 단추로 잠그고 뒷굽도 너무 높아 아무래도 불편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이를 개선하고자 부츠의 윗부분을 자르고 끈으로 발 등을 묶어 신는 신발을 생각해내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잘 아는 현재의 옥스포드가 되었다.


다소 과장된 단추가 달려있지만, 당시 옥스포드 학생들의 옥소니안 부츠 형태는 이랬다.


물론, 초기의 옥스포드는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구두와는 조금 달랐다. 킹스맨 가장 첫 번째 영화에서 갤러해드가 에그시에게 영국 신사에게 꼭 필요한 구두가 'Oxford without Brogue(브로그가 없는 옥스포드)'라는 대사를 쳤던 것을 기억하는가? 가장 처음의 옥스퍼드는 무늬 혹은 장식이 없고 발등의 끝부분, 발목을 죄는 부분까지 구두끈으로 묶었기 때문에 아일렛(구두끈을 넣는 구멍)도 현재 5개인 것과는 다르게 6개로 만들어지는 등 기존의 부츠에서 사실 목부분만 없어진 느낌이 강했다.


19세기 말의 옥스퍼드 (출처 Crokett & Jones)


이후 부츠의 답답함을 벗어나고자 아일렛을 6개에서 5개로 줄이고(때에 따라 선 4개, 3개도 있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지역의 농부들이 신발 안에 물기를 제거하기 위해 고안해 내었던 브로그(Brogue)를 구두에 결합하여 무늬를 넣어 제작하는 등, 19세기를 지나 20세기에 들어서며 아무런 무늬 없는 검은색 가죽으로 만들어지던 옥스포드에도 변화가 불어오기 시작했다.


브로그(Brogue), 정확히 말하자면 구두에 저렇게 펀칭이 되어 구멍이 뚫린 부분을 브로그라고 부른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윙팁의 구멍 디테일이 이 브로그다.


이후 20세기 초, 1920년대 재즈 시대의 북미로 넘어가 옥스퍼드 대신 발Bal이라는 이명으로 불리며 옥스포드는 본래의 예의바름과 단정함을 벗고 당시의 재즈의 자유로운 느낌의 옷을 입게 된다. 이 시대에 나온 신발이, 두 가지의 다른 색상의 가죽으로 만들어내는 스펙테이터 슈즈Spectator shoes.


1920년도 재즈 시대 당시의 구두. 지금의 골프화와 비슷한 이 구두를 '스펙테이터 슈즈'라고 부르며 한창 유행을 이끌었다. 남성복의 아이콘 윈저공 역시 이 신발을 신기도 했다.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옥스포드 본래의 예의 바른 형태를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현재까지도 본래의 모습(가장 맨 처음의 존 롭 옥스포드)은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예의 바른 남자 구두의 원형으로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관혼상제 및 예의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 이 구두를 신는 이유이기도 하다.



발이 컸던 정치가의 신발, 더비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고 또 몇 켤레는 구매해봤을 그런 신발인 더비의 기원 역시 영국이다. '더비'라는 이름이 붙게 된 기원은 영국에 위치한 지역인 더비의 14대 백작, 에드워드 스미스-스탠리Edward Smith-Stanley의 구두에서 시작된다.  


바로 이분이다. (출처: Comme un Camion, "L’HISTOIRE DE LA CHAUSSURE DERBY")


워낙 발이 크던 탓에 기존의 옥스포드를 신으면서도 굉장히 고통스러워했던 그를 위해서 구두 제작자가 새로운 신발을 고안해 내었는데, 백작의 발을 죄어오는 구두 구두의 윗부분을 다른 방식으로 만들기로 한 것. 본래 옥스포드 형식은 양쪽의 탭(아일렛이 달려있는 부분)이 구두의 앞코 가죽(Vamp)아래로 들어가 재봉이 되는 구조인데, 더비는 이 부분을 밖으로 빼내어 제봉하여 끈을 조금 더 쉽게 풀고 묶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렇게 바꿨다. 좌측이 더비 우측이 옥스포드


이렇게 제작된 구두가 요즘 유행하는 더비다. 이후 1862년 백작의 신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해당 구두를 '더비'라고  처음 부르게 되었고, 이 구두의 이름이 영국 지역에서는 더비로 굳어지게 된다.



전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발한 신발, 블러처

영국의 더비처럼, 기존의 형태가 불러온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구두가 하나 더 있는데, 다름 아닌 블러처Blucher다. 블리처는 나폴레옹과 유럽이 전쟁을 하던 19세기, 프러시아의 한 제독이 군인들의 부츠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19세기의 군화는 통가죽으로 만들어져 종아리까지 올라오거나, 위에서 본 옥소니안 부츠처럼 단추로 묶는 그런 부츠들이 대다수였다. 이는 병사들이 여러 가지 불편함을 겪게 만드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불편은 신고 벗는 것의 불편함이었다. 환복이 오래 걸릴수록 전투의 준비 또한 오래 걸려 전투력을 상실하거나 혹은 전투의 때를 놓치기까지 했기에 프러시아의 제독 게프하르트 레베레히트 폰 블뤼허Gebhard Leberecht von Blücher 제독은 이 부츠를 개선하고자 했다. 바로 단추를 없애고 군화의 설포 부분에 가죽을 덧대어 끈으로 묶을 수 있도록 만들면서.


이런 식으로. (출처: Loake)


일일이 단추를 묶거나, 들어가지 않는 가죽에 진땀을 뺄 이유가 없어진 병사들은 신발에 대한 고충은 한층 덜어졌고 전투력도 상승하는 효과도 불러왔다.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이때 전쟁에서 돌아온 많은 이들이 이런 형태의 부츠를 신다가 이 부츠가 미국으로 넘어가며 블러쳐Blucher라는 이름의 구두로 바뀌게 된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블리처와 더비가 같은 부류의 구두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더비와 블러 쳐가 공유하는 성질은 옥스포드의 형태에서 왔다는 것과 조금 더 편하게 끈을 묶을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스타일의 구두다. 한쪽은 옥스포드의 제작 방법을 살짝 비틀어 제작해낸 구두라고 본다면, 한쪽은 전혀 다른 발등 부분을 갖고 있으니까.

이렇게 차이가 난다

물론 구분하기 어렵다면 둘 다 더비라고 불러도 크게 문제는 없다. 하지만 원하는 모델이 어떤 스타일인지 확실하게 보고 살 것. 대부분의 브랜드나 샵에서 큰 차이 없이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곳에서 구매할 때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까.



수도승의 샌들에서 시작된 신발, 몽크 스트랩.

유럽의 중심이 지중해에서 위로 옮겨짐에 따라 샌들이 신발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옮겨졌다는 이야기를 기억하는가? 물론 샌들이 사람의 지위나 재력을 표현하는 위치에서는 많이 내려왔지만, 11세기까지 유럽 내에 있는 수도승들은 그때까지도 계속 샌들을 신고 작업을 해왔다. 기도와 예배뿐만 아니라 수도회라는 작은 사회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하는 그들의 특성상 끈이 있는 신발이 보다 스트랩으로 쉽게 신고 벗을 수 있는 샌들이 가장 적절한 노동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칠고 추운 서유럽의 날씨에 샌들은 어울리지 않았고, 때문에 그들은 발가락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샌들 앞의 터진 부분을 가죽으로 메우는 형식으로 신발을 제작했다. 물론, 그들이 샌들을 신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편리성을 위한 스트랩 부분은 끝까지 남겨 두었다. 정확히 몇 년부터 그들이 이 샌들에서 스트랩이 달린 가죽 신발을 신게 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11세기부터 14세기 중반까지 모든 수도승들은 해당 스타일의 신발을 신었다고 한다.


이렇게 생겼다. (출처: shoegazing, 'History – The monk strap shoe')


발등을 덮지 않던 가죽 스트랩 신발은 15세기에 들어서며 Turnshoes의 형식을 따와 발목까지 덮은 앵클부츠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다. 쉽게 말해, 샌들에 가죽을 덮은 게 아니라 가죽으로 제작된 Turnshoes에 스트랩을 다는 형식으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출처: Medival Design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오던 이 수도승의 신발은 언제부터인가 남성 제화의 세계에 등장했다. 물론 그 확실한 유래는 없지만, 윈저공이 자신의 옥스포드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당대 최고의 제화 브랜드인 존 롭과 에드워드 그린에게 몽크 형태의 신발을 부탁해서 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고(해당 모델은 아직까지 생산되고 있는 William과 Westminster이다), 알렉산더 맥퀸과 이브 생 로랑이 자신의 쇼에서 이 형태를 따온 구두를 올리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살아있는 이탈리아의 스타일 아이콘 리노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매번 신고 다니면서 시작되었다는 말도 있다.


좌측부터 에드워드 8세(윈저공), 알렉산더 맥퀸, 이브 생 로랑, 리노 이에루찌. 누가 되었든 모두 패션의 아이콘이긴 하니까.


누가 되었든, 어디서 가 되었든 더블 몽크는 위의 3가지 신발보다 훨씬 늦은 20세기 중 후반에 들어서면서 나타난 남성 제화 스타일이다. 옥스포드나 더비, 블러처와는 다르게 복식의 간소화와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던 20세기에 등장한 신발이기 때문인지 몽크 스트랩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신기에 적당한 구두로 취급받고 있다.


치노, 데님, 수트에도 잘 어울리는 몽크. (출처: Earnest Reads)


물론 예의를 깍듯하게 차리거나 복식을 많이 따지는 장소라면 아무리 장식이 없는 더블 몽크 신발이라고 한들 옥스포드가 아닌 이상 예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점점 복식 예의보다 간편하고 편한 옷이 떠오르고 있는 만큼, 옥스포드만큼의 예의를 갖출 수는 없지만 더비와 비슷하거나 조금 모자란 정도의 예의는 갖출 수 있는 그런 구두다.



스타일에 따라 구두를 선택하자. 

당신의 발 모양, 옷의 스타일, 걸음걸이 그리고 사회적 위치와 활동 장소까지. 구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정말 다양한 기준이 있다. 아무리 현대에 간소화한 복식이 떠오른다고 해도 예의를 갖춰야 하는 곳에 대충 신고 갈 순 없는 노릇. 그렇기 때문에 이 구두가 좋다! 이 구두를 사자!라고 할 수는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검은색 무늬 없는 옥스포드 한 켤례와 갈색의 더비 한 켤례 이렇게 두 켤례는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구두를 잘 안 신는 사람이 두 켤례나 구매하는 건 약간의 낭비로 생각할 수도 있는 법. 그러니 이번에도 로퍼와 비슷하게, 어떤 구두가 어떤 상황에 가장 어울리는지 이야기해보겠다.


구두의 끈에 따른 선택

위에서 옥스퍼드의 끈 묶음이 불편해서 더비를 개발했다는 말을 했다. 이는 신발의 앞부분(Vamp라고 하는 부분)에 구두끈을 묶는 부분이 아래로 들어가서 재봉이 되어있는 옥스포드의 특성상 발등이 답답한 것이 가장 크다. 그래서 더비는 이를 밖으로 빼서 만들어낸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구두의 끈을 묶는 부분이 닫혀있는 것(클로즈드 레이싱Closed Lacing)이 옥스포드 열려있는 것(오픈 레이싱Open Lacing)이 더비와 블러처라고 볼 수 있다. 


두 구두의 차이 (출처: 두산백과사전)


닫혀있는 옥스퍼드 형식의 구두의 경우, 위의 그림에서도 볼 수 있겠지만 끈을 묶는 부분이 활짝 열리지 않는다. V자로 살짝만 열리고 끈을 묶을 경우 양쪽의 탭(끈이 있는 부분)이 딱 붙는 느낌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상 뒤틀림이나 벌어짐 없이 나열되어있는 옥스포드의 모습은 과거의 옥소니안 부츠처럼 굉장히 단정해 보인다.(군인의 정복이나 제복의 단추가 뒤틀림 없이 나열되어 있을 때의 단정함을 생각해보면 쉽다) 다만 중요한 점은 착용자의 발등이 높을 경우 발등에 압박이 굉장히 심하게 온다는 것. 더비 백작도 블뤼허 제독도 이 부분 때문에 옥스포드 스타일의 신발을 바꾸고자 했던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더비나 블러처의 경우 끈을 묶는 부분이 정말 자유롭게 열리기 때문에 발등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발의 모양에 맞게 끈을 묶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더 편하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옥스포드에 비해서 갖춰진 모습이 덜 보인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신발에까지 복식의 예의를 따지는 경우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더비나 블러처를 신는다고 하더라도 누가 뭐라고 하진 않는다.


결국 일장일단이 있지만, 옥스퍼드의 경우 셔츠에 타이까지 한 단정한 정장에 어울리는 것이 맞기 때문에 예의를 갖춰야 하고 모임이나 행사에서 당신이 중요한 위치에 있다면 옥스포드가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 처할 경우가 적고, 단순히 평상시에 쉽게 신거나 혹은 어느 정도의 예의(구두를 신었다는 정도)만 갖출 필요가 있다면 옥스포드를 고집하지 말고 더비 혹은 블러처를 신어보자.


구두 앞코 모양에 따른 선택

구두의 앞코 부위는 모양이 가지각색으로 다르다. 그리고 그 모양에 따라 단정함을 보여줄 수도 캐주얼함을 보여줄 수도 있다. 물론, 계속 말한 것처럼, 복식의 간소화가 진행되는 요즘에는 이 무늬는 개인의 취향으로 치부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처리하는 데이터의 80% 이상이 시각적인 요소에 좌우되는 인간의 특성상 모양에 따라 단정함을 더 보여줄 수도 조금 캐주얼함을 보여줄 수도 있다. 옥스포드의 초기의 모습이 앞코를 덮는 가죽 하나(스트레이트 팁) 혹은 아무것도 없었던(플레인 토) 이유가 바로 그것을 신는 고위급 인사들의 위치 때문에 그렇게 제작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옥스포드의 역사에서 다뤘던 것처럼, 후기로 갈수록 구두의 위치가 캐주얼을 넘나들면서 브로그가 붙은 이유도 이것. 물론 이는 더비, 몽크 스트랩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 글에 나온 제품의 일부 스타일만 다뤄도 이 정도가 나온다.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종류를 말하자면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예의 바르게 보일 수 있는 모양은 아무래도 스트레이트 팁 혹은 플레인 토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처음의 모습이기도 하고 특별한 무늬가 들어가지 않아 수수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두가 답답하게 느껴져서 혹은 구두를 신을 일이 없어서 구두를 잘 신지 않는 사람이 특별한 경우를 대비해서 구두를 산다면 검은색의 아몬드 토 형식의 아무런 디자인이 없는 더비를 추천한다. 발등을 쪼이 지도 않고, 어느 정도 캐주얼함을 챙길 수도 있고 정장에 신어도 어색하지 않을 테니까.


프라다의 아몬드 토 형식의 플레인 토 더비. 아, 물론 프라다를 사라는 건 아니다. 10만 원 대의 수제화도 충분하다. (출처: 프라다)



만약 당신이 상기한 두 가지 스타일의 구두가 이미 있고 다른 구두를 사고자 한다면 그땐 유팁을 한번 보자.


이게 유팁이다. (출처: Alden)

유팁은 구두와 어느 정도 친해진 다음에 평상시에 신을 구두로 시도하면 정말 좋은 스타일 중 하나다. 유팁 구두의 경우 대부분 옥스포드가 아닌 더비로 제작되어 있는데, 이 말은 결국 더비의 캐주얼함을 지니고 있는 구두로 어떤 바지에 입던 어울린다는 뜻. 다만 유팁을 신을 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바지 밑단이 구두를 덮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 바지의 밑단이 어정쩡하게 유팁 구두의 윗부분을 덮게 된다면 살짝 나이가 들어 보일 수 있으니까. 만약 유팁의 실루엣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몽크 스트랩을 도전하자. 옥스퍼드의 단정함과 슬립온의 캐주얼함을 모두 조금씩 지니고 있는 구두다. 2015년 이후로 우리나라에도 굉장히 많이 퍼진 스타일이기 때문에 접근성 또한 좋다. 더비보다 조금 희귀한 아이템인 건 맞지만 웬만한 브랜드에선 다 파는 제품 중에 하나니까.


이렇게 말이지. (출처 (상단) 피렌체 아뜨리에, (하단) 로맨틱 무브)


몽크 스트랩은 싱글 몽크 스트랩과 더블 몽크 스트랩 두 가지가 있는데, 블랙 컬러의 구두를 소유하고 있어서 몽크 스트랩을 구매한다면 브라운 컬러의 더블 몽크 스트랩을 구매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물론 싱글몽크 스트랩이 당연히 더 단정함을 지니고 있지만 더블 몽크 스트랩을 추천하는 이유는 접근성. 한국에서 나름 알려진 브랜드들 사이에서 싱글 몽크 스트랩을 취급하는 곳은 굉장히 드물고 모델 역시 한정적이다. 이와는 다르게 더블 몽크 스트랩의 경우, 몽크 스트랩을 치면 바로 나오는 아이템이 될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


좌측이 세미 스퀘어 토의 싱글몽크, 우측이 아몬드 토 더블 몽크.(출처: (좌) Tricker's, (우) Loake)


물론 더비와 옥스포드를 조금씩 가져왔기 때문에 앞코와 무늬에 따라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모델은 청바지나 면바지에 쉽게 어울릴 수 있지만, 어떤 모델은 또 정장이나 슬랙스에 더 어울릴 수 있다. 어찌 보면 구두의 벨지안 로퍼 같은 존재.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정장에 신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면바지 혹은 청바지에 맞춰서 신으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친해진 다음에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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