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기대에 차서 묻는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껏 이과였던 나에게
질문: 봄은 새싹을 어떻게 길러내는거죠?
나의 대답이다.
글쎄요. 겨울엔 추워서 싹들이 땅 속에서 웅크리고 있었을테고, 겨울엔 지열 때문에 땅 속이 따뜻하거든요.
봄이 와서 따뜻해졌으니 햇살 받으러 주위의 흙을 밀어내면서 땅 밖으로 얼굴을 내민 거 아닐까요?
흙 속을 뚫고 나오느라 정말 고생했을 것 같아요. 대단해요. 식물이란 녀석들.
김 훈 작가의 대답이다.
언 땅에 쪼이는 녹인 초봄의 햇살은 흙 표면의 얼음을 겨우 녹이고 흙 속으로 스민다.
흙 속에서는 얼음이 녹은 자리마다 개미집 같은 작은 구멍들이 열리고, 이 구멍다마 물기가 마른다.
밤에는 기온이 떨어져서 이 물기가 다시 언다.
이 때 얼음은 겨울처럼 꽝꽝 얼어붙지 않고 가볍게 언다.
다음날 아침에 다시 햇살이 내리 쬐어 서 구멍마다 얼음은 논는다.
물기는 얼고 녹기를 거듭하면서 흙 속으로 스민다.
그렇게 해서 봄의 흙은 헐거워지고, 헐거워진 흙은 부풀어 오른다.
봄 서리는 초봄의 땅 위로 돋아다는 물의 싹이다.
물은 풀이 나아가는 길을 예비한다.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몇 년 전 이 문단을 읽고 숨이 막혀서 나는 주저 앉았다.
김 훈 작가의 필력과 관찰력에 망치로 머릴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