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에 뜨는 아무개씨들

휴대폰 전화번호 대청소.

by 허연재

어느새 인간관계의 정리가 '카톡'을 통해서 저절로 돼가는 듯하다.

전화번호를 저장하면 저절로 '자동 친구 추천'이 되는 기능 덕분에 편하게 연락을 하기도 하지만 황당한 프로필 사진을 보게 될 때도 있다. 분명 내가 예전에 잠시 알게 된 여자 지인이어서 친분을 쌓았는데 어느새 보니 모르는 아저씨와 아이들의 사진으로 바뀌어있다.

아니면 오랜 기간 동안 연락을 하지 않던 중학교 동창의 이름이 있었다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고.

그렇게 휴대폰 전화번호를 한 번씩 정리하게 된다.


사실 예전 같으면 전화번호를 외워서 전화를 걸고 서로의 근황에 대해 소소하게 얘기 나누며 정을 유지했지만,

요즘은 카톡에 뜬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며 '이렇게 살고 있구나, 결혼을 했구나, 여행을 여기로 갔었구나.'하고 추측을 하며 굳이 연락까지 미치지 않는 듯하다.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과정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기다림이라는 시간 개념 또한 헷갈리게 만든다. 언제든 쉽게 연락이 닿을 수 있고 가능하니, 뭐 그냥 나중에 하지... 이렇게 되는 마음 때문인 듯하기도 하고...

이런 마음을 가지고 몇 년 동안 연락을 안 한 지인들의 프로필 사진은 어느새 모르는 타인들로 대체되어 있다.

친구 이름으로 저장된 예전 번호는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다.


휴대폰 전화번호 대청소를 씁쓸하게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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