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내 인생을 통틀어서 이렇게 바빴던 때가 있었나, 작년을 떠올려보고 재작년을 떠올려보고 있는 나를 간헐적으로 발견하는 요즘. 늘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 ‘바쁘다’는 말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냈는데,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때가 사실 지금이다. 하루라도 허투루 보냈다가는, 찰나의 실수로 무너지는 도미노처럼 많은 것이 어그러져버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한파와 함께 찾아왔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을 질기게 붙잡다 보니, 어떤 때는 지하철 안에서도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었다.
서로가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는 몸짓들이 가득한 곳.
이제는 그 몸짓의 부피가 동시에 커진 계절, 상대의 뭉특한 질감이 느껴지기만 하면 나는 또다시 울렁임을 느꼈다.
행선지를 알리는 나팔 음악이 들리고 내가 가야 하는 곳을 다시 떠올리는 이 순간, 고개를 들어 지나가는 시간을 쳐다본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쯤, 나는 어떤 기분으로 이 글을 읽을 수 있을까 상상해본다.
‘그때 바쁘다고 난리 더니, 작년이 호시절이었네.’
올해 11월, 작년 연말을 떠올리며 했던 말 그대로, 내년에도 같은 말을 하며 성장한 우리를 바라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