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 Parker- Smith Organist
어느덧 2년이 되어 2022년 6월을 보내고 있는 나는 그 사실이 아직 믿기지가 않는다. 언젠가 영국을 다시 가게 되는 그날을 기다리며 왠지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실감이 나지 않는 현실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리움이 먼지처럼 오늘도 흩어진다.
Jane Parker- Smith (1950 - 24 June 2020)
05 Dec 2019 대한민국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독주회를 하게 된 Jane Parker-Smith 선생님의 모든 연주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 분명 큰 경험이요 자산이고, 축복의 시간이었다. Jane 선생님은 총 3번 연주차 한국을 다녀 갔는데, 2019년 1월, 12월에 만나 정(情)을 함께 나누며 시간을 함께하고 짧지만 강렬했던 순간을 추억할 수있음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2019년 12월 연주회가 시작되기도 한 참 전인 같은 해 2월 당시 롯데 문화재단 의뢰로 진행된 콰이어 & 오르간 잡지에 인터뷰 내용을 기고하기로 하고, 질문 내용들 중에 독주회 프로그램에 대한 간략한 Preview를 요구했는데친절하게도 Jane 선생님은 프로그램의 소개 및 그 곡에 대한 설명 전체 내용을 보내주시기도 하는 자상함이 있으셨다. 결국 2019년 1월에 연주 일정으로 잠깐 다녀가고, 12월에 한국에서 첫 독주회를 준비하시는 그 모든 여정의 뒤를 그림자처럼 함께하 게 된 것이다.
그런데 2020년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우왕좌왕하던 때 6월 어느 날 수술대 위에서 깨어나지 못하셨다며, 갑작스럽게 들려온 부음(訃音) 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나는 하루 종일 그 무어라 표현 할길 없는 헛헛함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남몰래 눈물을 훔치며 슬픈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너무나 건강하셨고, 에너지 넘치는 연주와 유쾌함에 보냈던 잊지 못할 평생의 추억이 무색할 정도로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몇 주후 7월에 Jane과도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시던 은사(恩師)님의 사모님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에 또 한 번 너무 슬펐다.
팬데믹 이후 하늘길도 자유롭지 않고, 이제는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음에도 이곳에서 하고 있는 일을 잠시 멈추고 시간을 내서 영국을 방문하기가 어려우니 해(年)를 거듭하며 영국에서 나이 들어가는 오랜 지인들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마음 한구석 그리운 아쉬움과 보고 싶은 아련함이 남는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소식에 Jane 선생님을 기억하는모든 지인들과 당시 홍콩에서 Jane의 연주 관람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Wong's 부부도 함께 슬퍼했고, 모든 이들이 그녀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것으로 여전히 마음을 달래고 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최근 그리스 친구 소식에 의하면, Jane Parker-Smith를 추모하기 위한 Memorial Concert 가 영국은 물론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고 연주자로 함께한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Jane Parker-Smith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가 연주했던 음악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이들은 전 세계에 분명 많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The King of Instrmnet', Pipe Organ으로 무대 위에서 압도적인 에너지와 카리스마로 혼신을 다해 연주했던 그 모습을 아직도 마음에 품고 있는 나는, 그녀가 손끝에서 불어넣은 열정을 당시 연주를 감상했던 청중들만이라도 오르간 음악이 주는 매력과 희열(喜悅)을 마음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진정한 연주자'였던 Jane Parker-Smith 와의 만남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추억하며 소개하고 싶은 나의 작은 마음을 이 글로 추모하련다.
당시 인터뷰하려고 주고받았던 e mail과 연주를 함께 하기 위해 그녀가 프로그램에 연주하게 되는 곡들을 Playlists에 저장해 두었던 그 음악을 들으면서 말이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 속에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음악이라는 선물이 시대와 세대를 그리고 공간을 넘어 우리에게존재하고 있기에 그저 감사하다.
숨을 불어넣어 호흡할 수밖에 없는 인간과 정말 많이 닮은 악기, 바로 오르간.. 수천 개의 파이프를 통해 관객을 압도하고 소통하며 공감하게 되는 그 ‘찰나의 순간’이 예술로 승화되는 또 다른 선물은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을 선사하게 된다.
다가오는 12월 한국에서의 첫 솔로 리사이틀을 앞두고 현장의 감격이 고스란히 전하여지게 될 카이로스의 시간을 기대하며, 지난 11월, 제인 파커-스미스 선생님의 LA 월트 디즈니홀 리사이틀을 마친 후 제인 파커-스미스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니콜라스 키나스톤 은사님을 통해 소중한 인연이 되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신 제인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음악이라는 선물로 세상을 즐겁게, 그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 여길 수 있도록 만들어준 그녀의 음악적 가치관과 조언은 여전히 귀 기울이고, 새겨듣고 싶은 대목이다.
Q. 미래에 오르가니스트가 되고 싶어 하는 다음 세대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A. 무엇보다 선생님의 말씀과 조언을 유의 깊게 듣고, 열심히 공부하고 연습하세요. 그리고 오르간 음악보다는 다른 형식으로 쓰인 다양한 음악을 더 많이 듣도록 하세요... 교향곡이 있는 연주회도 많이 가보세요. 바로크 오르간 음악적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양식적 요소인, 음악적 의사소통 방식이나 대화를 위해 현악 사중주를 많이 들을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최소한은 노래하는 사람들의 호흡과 표현(Phrase)을 들으려고 귀 기울이세요. 우리가 연주하기 어렵고 애매모호한 것에 직면했을 때, 노래하는 이들은 그것을 얼마나 명확하게 표현하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러한 중요한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 단순히 음표에 있는 것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오르간을 '음악적'으로 연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어느 한 사람이 연주하며 노래를 만드는 것을 매우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연주의 만족도와 성취감을 높이려면, 테크닉적인 해석과 더불어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것들을 설득력 있게 결합시켜야 합니다. 음악적인 지식과 화려한 기법에만 의존하면, 음악의 겉모습에만 치중하여 전달하게 되는 것이지요. 베토벤도 이런 말을 했어요.
"To play a wrong note is insignificant, To play without passion is inexcusable"
"잘못된 음표를 연주하는 것은 그리 대수롭지 않다. 열정이 없이 연주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영국 출신의 여성 오르가니스트 Jane Parker-Smith는 <선데이 타임스> 리뷰에 '오르간의 마르타 아르헤리치'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피아니스트 Martha Argerich(b.1941~)를 Jane 이 생전에 만났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에 대하여 언급한 그녀의 인터뷰 기사에 의하면 Jane 은 Martha의 테크닉과 기교에서 음악적인 영감(Inspiration)을 받았다고 하였고, 이를 최고의 칭찬으로 여기며 기뻐했다.
그렇다면, 여성이라는 공통분모 외에 무엇이 유사하여 평론가들은 그렇게 표현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Jane Parker-Smith는 17세까지만 해도 촉망받는 차세대 피아니스트였다. Royal College of Music에 입학하여 피아노로 학업을 이어가던 중 콘서트홀에서 들리던 그 어느 날 오르간 연주 소리가 여느 때와는 다르게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19세가 되어 전설의 오르가니스트 Nicolas Kynaston과 오르간을 시작하게 된 만남 두 분의 친분은 오랜 친구요, 스승과 제자로 그녀의 음악인생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끼친 분이시기도 하다. 피아노와 오르간의 터치는 사뭇 다르기에, 주변의 반대도 있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피아노 테크닉을 가지고 있었던 Jane 은 오히려 피아노를 배우고 익혔던 모든 것이 장점이 되어 오르간에서도 괄목할 만한 재능을 선보이게 되었다. 실제로 그녀의 테크닉은 정말 놀라웠다.
스무 살에 영국 Westminster Cathedral에서 성공적인 첫 데뷔를 시작으로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와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등과 함께 협연하기도 하고, 그녀의 음반이 여전히 우리 곁에 남겨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근, 현대 사회에 이르러 음악을 배우고 교육받는 환경이 많이 열려있음은 분명하다. 한국에서 교향악단 연주회를 가보면 군대 교향악단을 제외하고서 여성의 비율이 더 많은 것을 보게 되고 듣게 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해서 유럽과는 많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서양음악 역사로 볼 때 유럽에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였고, 특히 오르가니스트라는 직업으로 교회음악에 종사하면서 남성의 비중과 역할이 훨씬 컸던 것은 당연하다. 그 어떠한 악기든 음악교육을 받고 지속한다는 것은 남성들이 더 많았음을 당시 문화와 사회적 배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의 누이 Maria Anna Mozart(1751-1829)와, Felix Mendelssohn(1809-1847)의 누이 Fanny Mendelssohn(1805-1847) 그리고 Robert Schumann(1810-1856)의 아내 Clara Schumann(1819-1896)등 음악적으로도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들이 MALE이었다면, 아니 그녀들이 살았을 당시 음악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마련되었더라면 과연 어떠했을까? 세계를 움직인 많은 여성들이 있지만, 서양음악사도 많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해 보게 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적, 문화적인 배경 속에 오르가니스트라는 직업 또한 남성들의 악기로 여겨졌다. 실제로 오르간으로 연주되는 주된 곡들만 해도 남성들이 작곡했고, 정말 큰손을 가져야만 연주를 하겠구나 싶은 곡들도 발견하게 된다. 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는 데 건반을 누르는 압력의 차이는 때로 엄청 무거워서 많은 힘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도 하고, 신체조건으로는 큰손과 평평한 페달을 연주하기 위한 긴 다리가 장점으로 작용하게 되니, 아무래도 남성들이 더 유리한 조건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였을까? 의뢰를 받았던 (2019년 콰이언& 오르간 인터뷰 기고 내용 중) 질문들 중에 결론부터 말하면, 여성 오르가니스트로서 느꼈을 사회적 환경과 문화에서 Jane Parker-Smith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 내가 만났던 그녀는 당당함, 걸 크러쉬 느 같다고 느끼게 되는 매력, 오르간의 크고 웅장함을 몸과 마음으로 무대에서 오롯이 빛나게 스며들도록 연주했던 Jane Parker-Smith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Q.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오르간 클래식 분야에서 독보적인 여성 오르가니스트로 잘 알려져 있으신데, 여자가 오르간을 연주하는 것에 대한 편견으로 맞서 본 적이 있으신가요?
A. 전혀 없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순전히 국제적으로 경력을 가진 콘서트 오르가니스트와 음반을 녹음하는 연주자로서 여성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불행을 경험한 적이 없고, 제가 여성이라는 것보다 오로지 저의 연주와 공연으로만 평가되어 왔습니다. 마치 세계는 나를 위해 급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거 같이, 그 어떤 종류의 편견도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저는 아마도 교회 성당의 여성 오르가 니트나 음악가들이 더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영국은 수백 년 동안 전통적으로 남자 오르가니스트가 많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이러한 관행은 변화하고 있고, 제 주변에도 교회와 성당에서 훌륭하게 음악감독을 겸하며 오르가니스트로 복직하고 있는 여성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성이라는 편견? 대신 섬세하고도 우아하면서 파워 있는 오르간 연주를 했던 Jane의 모습과 테크닉적으로 피아노 역시 자유자재로 다루던 모습이 여전히 연주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나가고 있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모습을 떠올려 오버랩되었기에 그러한 표현을 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대부분 65세가 되면 은퇴하는 나이라고 한다. 그러나 Musician으로 연주뿐만 아니라 교육활동 등 음악을 통한 음악을 위해 살아가는 분들이 세상에 참 많음을 볼 수 있다.
2019년 당시 70세를 바라보던 Jane의 연주는 뼛속까지 연주자이구나, Age is just Number! 체감하게 해 주는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녀가 거의 평생을 바쳐 건반 위에서 보냈던 땀과 눈물 노력 그 수많은 시간들이 모여 한국에 관중들에게 보여준 그 모습은 연륜(年輪)을 넘어, 음악을 진정 아끼고 애정(愛情) 했기에 전해지는 '기쁨' 그 자체였다.
도란도란 어울려 앉아 식사하고, 운전석 옆자리에 서 호탕하게 웃으며 유머와 해학을 즐기는 만큼 음악을 대하는 그 진심이 따뜻했던 Jane Parker -Smith와의 모든 시간의 흔적 그리고 추억들..
그때를 회상해 보니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에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당신을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그 시간을 나와 함께 해줘서.. 평생 깊이 간직할게요.
6월의 계속되는 장마기간, 오늘은 그녀를 기억하고 있을 그 누군가와 딱 영국 같은 날씨에 슬픔과 그리움은 빗물에 보내고 함께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