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원한 스승님 고맙습니다.
1979년 첫 한국 방문 이후 그리고 여전히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작은 나라에서 30여 년의 세월이 지나 유일한 한국인으로 거의 마지막 제자인 '나'를 여전히 생각해 주시고 기억해 주시는 것은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배움을 통해 Nicolas Kynaston을 만나고 함께하며 음악과 오르간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나누었던 모든 시간의 흔적 속에 '나도 그런 선생님' 이 되고 싶다. '배워서 남주자'는 마음으로 오른 배움의 연장선에서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거대하고 웅장하여 소리는 압도적이고 때로는 섬세하기에 만나고 대할 때마다 여전히 늘 신비롭고 때로는 낯선 생경함에 머뭇거릴 때도 있었지만, ORGAN이라는 악기를 통해 '인생'의 여행길에 삶이 서투르고 더디 가더라도 디딤돌 삼아가며 걷는 그 길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 감사한 순간을 떠올려 보게 된다.
그리고 기억나는 내 인생 최고의 오르간 연주회 감상은 바로, 대략 10여 년 전 70세 나이에도 영국 Westminster Cathedral에서 연주하셨던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Surprise 했던 것은 30분가량 지속적으로 연주되는 Franz Liszt, Fantasy and Fugue on the chorale "Ad nos, ad salutarem undam", 곡을 연주하셨던 일이다. 선생님의 기량은 말해 뭐해? 연주를 하는 데 있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탁월하였고 Westminster Cathedral 구조상 연주하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는 없기에 Sound 그 자체만으로 높은 천장과 돔을 웅장하게 압도적으로 그 공간을 꽉 채우고도 남아 함께 호흡을 맞춘 Susan Kynaston 과의 모습을 눈과 마음과 귀에 담았던 그날의 기억은 생각만 해도 여전히 가슴 뛰게 한다.
고국으로 돌아온 내게 올해 81세가 되신 선생님은 은퇴 후에도 꾸준하게 편지를 보내주시고 안부를 묻고 따스한 일상의 소소함을 불과 3년 전까지 나누어 주셨다. 이제는 연로하신 까닭에 런던 가까이 머물고 있는 친구한테 소식을 듣고 있지만 영국에 대한 그 어떤 issue 만 기사에 언급되어도 생각나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그리운 그곳, 가까이 있었다면 정말 자주 찾아뵐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안타까움이 든다.
선생으로서의 단호함과 카리스마, 음악을 대하고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배우고 닮고 싶었고, 일상에서 한없이 다정하고 친근하게 온유하신 분이다. 공원에서 함께 산책하고, 집으로 초대해 요리해 주시고, 악보를 펴놓고 피아노 4 Hands 나 다양한 실내악 음악들을 함께 연주하기도 했고 그분과 식탁에서 나눈 모든 대화, 그 어느 날은 지도를 펼쳐 들고 지리 공부를 하며 마치 세계여행을 하는 듯 호기심이 더 해지기도 했다.
또한 'Kynaston's Alumnis'라고 명명하고 싶을 만큼, 선생님의 모든 제자들은 나이와 세대를 넘어 두루두루 친해지는 마법 같은 시간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분의 성품을 따르려는 제자들에게 오랫동안 미쳤을 영향이 실로 대단하니, '진정한 멘토'로 '참된 스승'이시구나 하는 생각을 더하게 되었다. 사람의 인생을 통틀어 배움의 연장선 가운데, Truely Sincere 한 멘토를 만나는 것은 늘 가슴 설레고, 흥분되는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그분과의 만남은 내 인생 최고의 축복이고 감사할 모든 최고의 순간이었기에, 함께한 그 모든 시간이 아련한 추억과 배움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지금이 늘 소중하게 여겨진다. 팬데믹 이후 어느덧 뵙지 못한 지 4년이 지났기에 스승님 나의 영원한 스승님 다시 뵈올 수 있는 그날까지 강건하게 계셔주기를 그저 바라고 바라오니, 이 계절도 잘 계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기도드립니다. See you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