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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Feb 16. 2017

별안간 어머님

D+73, 처음인데 잘하고 있으시네요.

오늘은 임신 때 신청했던 지역 보건소에서 신청했던 방문 간호 서비스를 받는 날이었다.


50일의 기적이라고 좋아하며 이제 좀 살만하다고 설레발쳐서 그런가, 꿈만 같던 춘이와의 달콤한 2주간의 시간이 흘러갔다..지금 춘이는 다시 신생아시절로 돌아가 깨어있는 동안에는 내내 나와 붙어있지 않으면 몬생긴 몽골할아부지가 되버린다.


그리하여 종종 멘탈이 흔들렸지만, 신생아때와 다른 건, 이 기간이 계속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고 그 짧은 기간동안 내가 해줄수 있는 건 다 해야겠다는 나의 굳은 의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하지만, 혹시 몸이 안좋은건 아닌가, 요즘 모유를 잘 먹고 있는건가에 대한 불안감은 약간 있었는데 다행히 간호사가 살펴보고는 잘 크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첫 아이인데 그래도 잘 하고 있으시네요.!'

라고 했다.

서비스 메뉴얼에 나와있는지 그냥 인사처럼 하는 말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새삼 칭찬 아닌 칭찬을 받으니 순간 기분이 좋고 힘이 났다.


생각해보니 사회생활할 때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또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칭찬 받을 일이 종종 생기는데 육아생활 중에는 칭찬 해주는 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백일 전 외출조차 맘대로 못하는 지금 이 시절은 더더욱 나와 남편, 애기가 내가 실제 접하는 세계의 대부분인데 남편은 그런 말을 할 줄 모르는 분이고 애기는 옹알이로 하고 있었으려나..^^

물론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사는 삶처럼 무지한 것도 없지만 그래도 그래 나 잘하고 있어 나 혼자 하는거 말고 한번씩은 외부로부터의 인정도 필요한 것이 인간이구나 하는 걸 깨닫는다.


어쨌든 춘이는 큰 이상은 없이 크고 있는거 같아 다행이고 감사하다. 단지 당분간 필요한건 내 손가락과 손목힘일뿐.


매일 춘이가 잠든 후 밤 12시부터 2시까지는 유일한 나만의 시간이다. 오늘 나만의 시간에는 컬러테라피를 함께 배우는 동지와 오랜만이 통화를 했다. 관심사가 같은 사람, 그리고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느끼지만 참 편안하다. 컬러테라피스트 과정을 모두 마치고 마지막 파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시연을 해야하는데 걱정을 하길래, 전화상으로 준비하고 있는 명상리딩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같은 음악을 켜고 스피커폰 모드로 바꾼 후 '마음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본의 아니게 전화명상을 했다.

생각보다 전화로 함께한 명상은 효과가 훌륭해서 추후 콘텐츠로 넣어도 좋겠다는 얘기도 했다.

내가 하고싶은 일에 대해 같은 주제로 대화하며 함께 만들어나가는 일은 참 재미있다.


오늘 긴 하루도 이렇게 끝나간다. 오늘밤에는 사람들과 내가 배웠던 걸 나누며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잠들어야지... 춘이도 잘 자! 한 시간있다 또 만나자...ㅠㅜ


나와 다시 한몸이 된 춘이. 그나마 저렇게라도 자는 시간엔 내 두손이 자유라 편한 시간!
나의 명상 공간. 장난감으로 가득차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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