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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gar 소영 Nov 16. 2018

이제 이야기해 보세요.

" 십 년을 어떻게 기다려요~ "

오랜 시간 고객들의 설렘의 순간을 함께 준비하는 직업으로 뿌듯하고 행복했다.

잠시 쉬어가는 지금, 아니 푹 쉬어갈지 모르는 순간, 

그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사연들을 떠올려 기록해 보려 한다.




어느 가을 토요일 오전 에드가(헤어/메이크업샵)의 문이 열리고 30대 초반의 돌잔치를 준비하는

새내기 맘이 들어왔다.  예약시간보다 십분 늦게 도착한 그녀는 푹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아직 말리지 못한 모발의 척척함을 들어내며~ "늦어서 죄송해요. "라고 속삭인다.

돌잔치 행사와 돌사진 촬영을 앞둔 아기 엄마의 표정치곤 어두워 보였다.

"괜찮아요.  따뜻한 커피 한잔 먼저 드릴게요. " 하고 자리를 내어드렸다.

지난밤 울었는지 피부는 푸석하고 눈두덩이도 부어있었다.  마주치는 시선에서 느껴지는 

편치 않은 듯한 눈빛에서 일단 그녀의 마음을 가볍게 만져주는 일부터 시작했다.

샵에서 고객을 만나는 17년의 시간 동안 내가 가장 잘 해내고 발전시킨 부분이기도 하다.

그녀의 푸석한 피부에 수분 가득 채워주는 작업을 부드럽게 시작 했다.

그리고 그녀의 조심스러운 속삭임도 시작되었다.

" 어젯밤 잠을 잘 못 잤어요.  혼자 맥주 4병을 마셔버렸네요.  돌잔치 보러 온다고 시어머니와 시누가

왔어요.  남편과 그들의 저녁을 준비하고 술상을 봐주고 뒷정리하며 아이를 챙겼어요.

돌잔치 준비가 끝나지 않아 마음이 바빴어요.  아이의 성장 스토리 마무리를 해야 했거든요.

남편과 시댁 식구들이 즐겁게 웃고 떠드는 동안 저는 혼자 집안일들을 하고 아이를 살피고

며칠간  돌잔치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보낸 탓에 힘들었는데....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늦은 시간까지 TV 보며 놀고 아이 잠자는 시간까지 방해했어요.   모두가 잠든 시간 너무 화가 나서

저도 맥주를 마셨지 뭐예요.  한 병만 마실걸~   서운해 울다가 잠들었어요.

아침에 깨어서야 후회했어요.  헌데 선생님 ~  시댁 식구들과 남편의 모습들을 이해하고 예민해지지 

않으려면 얼마나 더 살아야 할까요?  "나에게 들어온 조심스러운 질문에 미소와 함께 평소처럼 능숙하게 

대답을 했다. " 저는 십 년 정도 결혼생활을 하니까 적절한 조절이 되더라고요.  

예민하게 느껴지던 일들도 서로 다른 가족의 문화도 얄밉고 부당한 태도들도 내가 많이 힘들어하지 않고

 알아서 처리하고 나를 지키는 능력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요? " 

순간 내 눈앞에 벌어진 일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흐~ 흨 ~ 으시~어엉엉" 소리를 

내어 꺼억꺼억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어느 부분에서 잘못되었는지 

빠르게 찾아들어 갔다.  그렇다 "십 년 정도 지나면~ " 이 부분이다!  분첩을 들고 모든 일을 멈추고 

자신을 지켜보던 나를 향해 그녀가 외쳤다.  "이제 2년 조금 넘었는데 십 년을 어떻게 견뎌요~ 

정말 싫어!! "  나의 마음 = "후~ 우" 두 가지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하나 - 라인을 잘 잡아 붙여둔 오른쪽 속눈썹이 떨어졌다. (수분을 먹은 눈꺼풀에 속눈썹을 다시 붙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둘 - 감정이 차올라 울고 있는 그녀를 빨리 달래고 시간에 맞추어 메이크업을 마치고

 업스타일로 넘어가야 하는 나는 마음이 급했다. 티슈와 허브차를 다시 권하며 요즘은 환경이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며 나와 나이차가 있지 않느냐.. 남편과 속상했던 이야기를 나누어 아내의 편에서 도와달라 

요청하면 충분히 빠른 시간 안에 좋아질 것이라 설득하고 그만 울고 예뻐지자며 최선을 다해 달래었다.  

다행히 시간 안에 작업을 마치고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자고 ~

만족해 웃으며 돌아서는 그녀에게 " 곧 편안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고 " 인사했다. 




지금도 가끔 그날을 떠올려 본다.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들이 찾아오고 견뎌내는 힘도 각자 다르다.

위로받아 힘이 나는 말도 상황도 다르다.  나의 대답에 설움이 빵 터져 울었던 그녀는  나와 함께한 그 시간

분명 위로받았을 거라 생각한다.  십 년을 어떻게 기다리냐며 투덜거렸지만 잠시라도 쏟아 내었기에 

며칠간 가벼운 마음으로 지냈을 것이다.  당황했던 그날 나에게 나는 그렇게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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